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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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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매끈하게' 읽히기 원치 않는다."는 저자의 말대로, 매끈하게 읽고 '음, 범인은 OO였군!'하고 깔끔하게 덮을 수가 없었다. 읽는 중에는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오래된 영화 <디 아더스>가 생각났고, 중반 이후에는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 떠오른 반면,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니 이건 스릴러도 추리소설도 아닌, 심리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정하고 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작가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영국 워릭셔, 낡은 대저택 헌드레즈홀과 함께 쇠락해가는 젠트리(귀족 바로 아래의  신흥 상류계급) 에어즈 가문 이야기다. 얘기를 들려주는 화자는 노동자 계급치고는 성공한 의사이며 마흔 정도의 노총각인 닥터 패러데이다. 30여년 전 그의 어머니는 헌드레즈홀의 유모였는데, 어린 패러데이는 동네 꼬마들과 에어즈 부인에게 '메달'을 수여받던 당시의 웅장하고 위엄있는 저택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에어즈가의 주치의가 응급 상황인 관계로 30년 만에 '우연히' 방문한 헌드레즈홀을 보고 패러데이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놀란다. 악화된 재정으로 힘겹게 가문을 이끌어가는 24세의 장남 로더릭, 그의 누나 '인물 없고 패션 감각 없는' 캐럴라인, 상한 얼굴에도 상류층의 우아한 기품을 잃지 않은 에어즈 부인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이웃 대저택을 매입해 이사온 부부를 초대해 파티를 열던 중, 늙고 순한 애완견 지프가 무엇에 홀린듯 사고를 내고, 이를 시작으로 저택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로더릭은 천장에 그을음을 남기고, 물건의 위치를 바꿔놓고, 불을 일으키는 초자연적인 '그것'이 어머니와 누이를 감염시키거나 해칠 것을 우려해 스스로 고립되길 택한다. 에어즈 부인에게는 공 튀는 소리, 갇힌 새의 퍼덕이는 날갯짓소리, 벽의 낙서, 폐쇄된 유아실과 연결된 전성관에서 나는 소음 등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장녀 수전을 떠오르게 한다. 집안일을 돕던 일꾼들도 겁에 질려 떠나는 저택의 위기에서 에어즈가 사람들은 닥터 패러데이에게 점점 의지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서술자인 닥터 페러데이에게 모순적인 모습이 보인다. 의학적 지식과 현상에 입각해 로더릭과 에어즈 부인의 '질병'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건강보험제도가 실시되면 '젠트리와 걸맞지 않은' 노동자 계급 출신의 자신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밤잠을 설치는 모습에서는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드러낸다. 한때 사랑했던 '좋은 집안 출신' 여인을 그 부모의 반대로 떠나 보낸 경험으로 연애에 환멸을 느낀다면서도 캐럴라인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캐럴라인을 인물 없고 패션 감각 없다고 폄하하면서도 결혼하고 싶어하고, 그녀가 마냥 기쁘게 결혼할 수 없는 시기임을 알면서도 급하게 밀어 부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극으로 기억하는 저택에 자주 들러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모습에는 소름이 돋는다. 


무엇이었을까? 헌드레즈홀에 초자연적 현상을 일으키고 저택을 집어삼킨 존재는. 저자는 끝까지 비밀을 밝히지 않고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스릴러를 원한다면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읽을 수도,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이야기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 짜맞춰 볼 수도 있다.  주인공의 강력한 욕망이 초자연적 현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했을 수도 있고, 몰락한 귀족 가문의 변화하는 세상을 향한 두려움이 그 자신을 옭아맨 것일 수도 있다. 제목인 '리틀 스트레인저'를 닥터 패러데이로 보든, 초자연적 존재로 보든, 사회 변화를 몰고온 낯선 존재로 여기든 독자의 해석이 옳다고 본다.


역자도 밝혔듯이, 닥터 패러데이와 캐럴라인의 대화 상으로는 계급, 나이 차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다. 나이는 패러데이가 훨씬 많지만 캐럴라인의 신분이 더 높기 떄문에 함부로 말을 놓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고 읽으면, 이 소설이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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