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친으로 있는 행성B 대표인 림태주 대표가 페북에 '책바치'란 표현을 썼다. 대충 의미는 알겠는데 정확한 뜻이 알고 싶어 사전 검색을 하니 없다. 책에 미친, 책에 흠뻑빠진 그런 뜻 같은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아래는 글의 전문이며 강조글은 내가 한 것이다. 



어떤 출간 이유서

소년들은 이따금 딴짓을 합니다. 그러다 엄마에게 들켜 엄청 혼나기도 합니다. 그 딴짓하던 소년이 자라서 책바치가 되었습니다. <내가 만약 철학자라면>이라는 책을 부득불 우겨 계약해서는 폭망한 적이 있습니다. 절대 손익을 못 넘길 거라고 편집진에서 극구 반대했는데도 결국 고집대로 해서 아직도 초판을 못 팔고 있습니다. 그때 무릎 꿇고 벌 서는 사진과 함께 ‘반성문을 가장한 호소문’을 페북에 올려 동정표를 대량으로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로인해 겨우 사장직에서 쫓겨나는 걸 면했습니다.

살다보면 저절로 끌리는 책이 있습니다. 또 인생의 어떤 전환점이 되는 책이 있습니다. 스무 살 때 우연찮게 종군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가 쓴 <한 남자>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읽게 됐습니다. 그 청년이 자라 책바치가 되었고, 그 소설이 얼마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지 그녀가 직접 쓴 자서전을 출판 계약하기에 이릅니다. 마치 그래야 하는 운명인 것처럼 말이지요.

몇 해 전에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라는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우연히 읽은 게 아니었습니다. 스물한 살 때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내내 가슴 안에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던 그 청년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사랑했고,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눈 떴고, 수전 손택으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청년의 삶을 뒤흔들었던 그녀들의 반항적인 문체가 고스란히 담긴 책을, 책바치가 된 한 남자가 펴냈습니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를 출간한 이유는 내 딸도 그 청년이 그랬던 것처럼 버지니아 울프와 시몬 드 보부아르와 실비아 플라스의 파득거린 생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행성B의 신간들이다. <각방예찬>과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은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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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4 1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장인들을 부르던 명칭(?) 중에 갖바치 ㅡ가 있죠 .
만들어 파는 사람 ㅡ 뭐, 책바치는 책을 제조하고 파는 사람 쯤으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 .. ^^ 책쾌 들과 더불어 찾아보시면 재미있을거에요.

낭만인생 2017-02-25 13:4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