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들에 관하여

 

예언자 (豫言者)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가올 일들을 미리 말하는 사람' 정도로 정의한다. 그럴 법도 하다. 한자어를 봐도 예'미리'란 뜻이고, ''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만약 예언자가 미래를 미리 말하는 사람이라면 왜 다가올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예언자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닐까? 종교를 떠나 예언자는 종종 하늘의 계시는 받거나 신적 능력을 입는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하나의 설교이다. 예언은 무료한 일상에 대한 충격요법으로 생각해도 된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혀지는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는 미래가 아닌 여기의 이야기다. 일상을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도록 관점을 우회시켜 준다. 랍비인 아브라함 헤셀 역시 이스라엘의 고대 예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들려주지만 결국 지금 여기의 우리의 이야기다. 예언자들은 미래를 말하는 사람으로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 그들은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새롭게 보도록 관점을 혁신시킨다.

 

예언자를 검색하면 당연히 기독교 서적들이 많다. 성경에 엄연히 예언서가 존재하다보니 그에 대한 책들이 즐비할 것이다. 모든 종교는 계시로 시작한다. 이것은 기독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땅의 종교로 알려진 힌두교도 계시에 의존한다. 땅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하늘은 땅에 다른 이름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윤회설은 땅과 하늘이 조우하는 이론이다. 물론 도무지 믿기지 않겠지만. 윤회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늘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건 땅의 이야기다. 즉 땅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는 다음세상을 판가름한다. 이것은 윤회설을 떠나 기독교의 실천적 신앙측면에서도 동일하다. 문제는 땅이지 하늘이 아니다.

 



















존경하는 학자인 월터 부르그만의 <예언자적 상상력>은 일상에 함몰되어 우상이 되어버린 삶을 타파하고 삶을 초월하는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촉구한다신앙의 힘은 땅을 이겨내는 힘이 아니다하늘의 힘으로 땅을 변혁시키는 것이다예언자는 하늘의 집배원이다하늘의 이야기를 땅으로 전달한다땅을 변혁하고 새롭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다결국 땅의 이야기인 셈이다헨리 나우웬의 전기인 마이클 앤드류 포드의 <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도 땅의 이야기를 다룬다하버드 교수로 재직하면서 삶의 고뇌를 겪는다참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결국 진리를 찾아 나선다그는 순례를 떠난다길 위에서 진리를 발견한다그것은 예수의 길이었고상처 입는 삶이다상처를 입은 자만이 상처 입은 자를 위로할 수 있다차준희 교수의 <열두 예언자의 영성>을 통해 구약의 예언자들의 영혼을 다룬다아프지 않고 아무도 예언자가 되지 못한다.



















 

지난 주부터 클라우스 코흐의 <예언자들1.2>를 읽고 있다구약의 예언자들에 대해 말한다코흐는 예언자들의 발흥(勃興)을 왕정시대로 잡는다고대 이스라엘은 선견자아 예언자는 존재하지 않았고있어도 갑자기 임한 특별한 순간에만 임시적이었다아브라함은 족장임과 동시에 예언자다왕정이전에는 제사장들과 모세와 같은 특별한 리더들이 예언자를 겸했다그러나 사울왕 이후 예언자들은 돌출적으로 시작된다이것은 왕정이란 체제가 합리성과 철저한 땅의 논리에 함몰되기 때문이다예언자는 하늘을 이야기하는 자들이다하늘을 이야기함으로 땅에서 혁신을 추구한다하늘이 사라진 땅은 반드시 타락한다물이 고이면 썩듯예언자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부는 하늘의 바람인 것이다코흐는 왕정시대가 되면서 예언적 역할을 감당한 제사장들이 갑자기 하나님의 영감을 구하지 않’(39)았다는 것을 주목한다즉 하늘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거짓과 탐욕을 왕정을 통해 이루기 위해서는 왕정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경계를 넘어선 그 어떤 것도 추가 시키거나 들여서는 안 된다.

 

예언자들은 왕정이 강제한 침묵을 깨는 자들이다그들은 하늘의 관점에서 땅의 타락을 깨부순다폭력과 타협으로 이루어진 합의를 폭로한다그런 의미에서 예언자들은 사건의 참된 증인들이다예언자들이 하나님을 인격적 실체로 묘사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하나님은 이스라엘에 개입한다불의를 질책하시고착취와 억압을 지탄(指彈)한다이스라엘 초기 선지자였던 아모스는 이렇게까지 왕정시대의 불이를 고발한다.

 

야곱의 두령들과 이스라엘 족속의 치리자들아청컨대 들으라공의(公義)는 너희의 알 것이 아니냐너희가 ... 내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그 뼈에서 살을 뜯어 그들의 살을 먹으며 그 가죽을 벗기며 그 뼈를 꺽어 다지기를 남비와 솥 가운데 담을 고기처럼 하는도다.”(3:1-4)

 

예언의 핵심은 파멸이다너희의 그러한 행실은 나(하나님)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는 하늘의 소리를 대언한다물론 이것은 회개(悔改)를 촉구하는 땅의 이야기다하늘의 이야기는 결국 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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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1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믿지 않는 예언가, 카산드라...그래서 신화가 참 신비하기도 합니다. 그 오래 전에도 여전한 세상의 속성이라는 것에 대해.

칼릴 지브란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서 예언자를 가져온 만큼 그것을 단순히 미래적 종교성으로는 볼 수 없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여기, 이 현실을 바꿀 때 열리는 미래를 말하려고 했다고 할까요. 코흐의 예언자들은 어떨지 또 궁금하네요

낭만인생 2015-05-12 17:49   좋아요 1 | URL
예언자들은 공부할수록 매력적인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