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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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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본능은 인간의 생존본능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근대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명제가 있다면 르네 데카르트의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이 명제를 통해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다 의심한다해도 사고하는 주체로서의 나는 의심할 수 없다는 사고주체로서의 인간을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또 하나의 존재를 나타내는 명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소비한다. 그로 존재한다.’이다. 소비는 허비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말한다. 소비는 곧 문명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문명인이 된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하는 인간들은 이제 사바나 초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저자인 개드 사드는 아주 간단하고 명쾌하게 ‘No!’라고 외친다. 현대인의 소비본능을 밀도 있게 파헤친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여전히 초원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초원적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소비 형태가 원시적 진화초기의 삶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으며, 여전히 그러한 본성에 얽매여 있다고 말한다. 다만 현대 문명에 맞는 옷만 갈아 입었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남자이다. 남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바로 차다. 그것도 ‘스포츠카’를 원한다. 환경적 이유 때문에 지르지 못할 뿐이지 남자의 본능 속에는 언제나 폭발질주를 일삼는 포르쉐가 꿈틀거리고 있다. 왜 남자들은 스포츠카를 원할까? 저자는 남자들의 생존전략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즉 과시를 통해 여성들의 호감을 사서 자신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는 생존본능인 것이다. 공작의 댄스는 자신의 화려함과 건강함을 암컷에게 보여줌으로 자신을 선택하도로 유도한다. 자기 과시인 것이다. 남자들의 스포츠카에 대한 집착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저자는 재미난 실험을 했다. 두 명의 남자로 하여금 최고의 스포츠카인 포르쉐와 낡은 도요타 세단을 몰게 했다. 주행 중에 그들에게서 남자를 상징하는 테스토스테론이 얼만 분비되는가를 측정했다. 대개 한적한 고속도로에서는 두 자동차의 운행이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고, 도심에서만 포르쉐를 운전할 경우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도심에서든 시골에서든 포르쉐를 운전할 경우 호르몬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당연히 낡은 도요타 세단은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었고, 특히 도심에서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는 더욱 줄어들었다. 미국의 정치 풍자가 이자 저술가인 오루크는 ‘특히 여성의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는 많은 기계장치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인 벤츠 380L 컨버터블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남자는 멋진 차를 구입함으로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지위와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여성은 그러한 남성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선택한다. 90년대 있어서 ‘오렌지족’의 이야기는 부유한 청년들의 퇴폐적 삶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여성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물품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하이힐’이다. 하이힐의 얼마나 건강상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지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하이힐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을까? 바로 이곳에 하이힐의 치명적 유혹이 숨겨져있다. 미국의 섹스심볼의 상징인 마를린 먼로는 ‘누가 하이힐을 발명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남성들은 그 사람에게 많은 빚을 졌어요.’라고 하이힐의 치명적 유혹을 간파했다. 처음 하이힐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하이힐을 보며 “하이힐을 신으려면 윗다리로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해서 등 근육이 긴장되기 때문에 활력이 넘치고 짝짓기를 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이지.”라고 말했다. 하이힐은 여성들로 하여금 성적인 매력이 넘치도록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스럽다는 말 속에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생존본능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를 임신하고 기르는데 있어서 여성성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슴이 작은 여성보다 큰 여성이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생존본능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생리주기에 랩 댄스들이 팁을 받는 액수가 많다는 것도 들고 있다. 댄스 자신도 모르지만 남성들은 생리주기의 여성들에게 가장 강한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문명인이라도 사바나의 초원에서의 삶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한발자국 나아간다. 키가 큰 남자일수록, 예쁜 여자일수록 돈도 잘 벌고,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키가 큰 남자가 능력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예쁜 여자일수록 남자들은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은 ‘미인효과’라고 부른다. 저자는 1991년에 사회비평가인 나오미 울프가 출판한 <미의 신화>에서의 주장을 망상이라고 까지 말한다. 울프는 이 책에서 여성들이 예뻐지려는 욕망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 또한 울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저자는 미인효과를 사회화 이전의 어린 영아들도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가장 오래 바라본다는 실제적 연구를 통해 반박한다.(276쪽) ‘미’는 사회 속에서 조작된 편견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에 속한다.

 

결국 인간의 소비 본능은 진화심리학을 알지 못하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문명을 지배하고 삶의 좌지우지하는 것은 수만년 전에 인간이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생존 본능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인간의 소비는 결국 자신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 주기 위한 이기적 DNA의 발현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의 소비를 파헤친 본 저서는 어떻게 소비를 이해하고 풀어 나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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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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