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애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Inside Apple
이 책은 참 좋은 책인데 표지가 정말 아쉽다. 표지에 나오는 사과를 왜 검은색 톤의 회색빛으로 했을까? 빨간색으로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집어들 때마다 든다. 내가 표지 디자이너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 대한 첫 번째 아쉬움이다. 두 번째 아쉬움도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책의 내용이다.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는 역자가 말한 대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얼마만큼 애플을 연구했고 그 내용이 머릿속에 얼마나 잘 정리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느낀 점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애플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과 운영에 대하여 명확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아쉬움이란 대체 무엇인가? 애플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은 필자에게는 이 책이 신선한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올 초 세계동시 발행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그대로 요약해 놓았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아이작슨의 전기에서 불필요하게 늘여놓은 잡다한 인터뷰와 사소한 일상들을 추려내고 스티브 잡스의 삶과 애플의 경영에 대한 부분만을 깔끔하게 정리 했다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아쉬움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감정이다. 비록 필자가 이러한 아쉬움을 말한다 하더라도 이 책의 강점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 책의 전체구조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애플을 창시한 스티브 잡스에 대하여, 두 번째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이 스티브 잡스를 어떻게 이어가고 넘을 것인가를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애플 자체를 다룬다. 과연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관료화 화석화 되지 않고 계속하여 창의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할까? 애플은 곧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애플이 아닌 것이다. 저자인 라신스키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약간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책을 덮는다.
애플은 한 마디로 표하라고 한다면, 라신스키는 분명 ‘은밀한 창의적 소수의 집단’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애플이나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나 현대의 경영학 원리를 거스른다. 투명성, 협력,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현대적 경영원리는 애플 안에서는 딴 나라의 이야기이다. 애플은 철저하게 은밀하고, 하향식의 강제된 명령이 지배한다. 이러한 애플 경영은 디자인과 주력상품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경영방침 때문이다. 심지어 애플의 은밀성은 애플 안의 직원들에게도 불만거리다. “아이폰 개발팀이 점령한 회사 내 특정 구역의 출입을 금지당한 ‘선택받지 못한’ 직원들은 은근히 불만을 터뜨렸다.”(26쪽) 정보와 인재에 대한 철저한 보안은 오롯이 한 제품만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아이폰과 ios는 철저하게 통제된 선택된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저자는 이러한 애플 경영방식을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했다. “애플은 현대 경영학에서 숭상하는 또 다른 가치인 ‘효율성’을 거부하다. 사실, 애플은 월가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다.”(30쪽) 즉 애플은 무능한 여러 사람과 대화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창조적 소수들의 ‘지령’을 잘 받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에게 직원은 두 부류밖에 없다. 유능하던지 쓰레기든지. 이것은 전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다.
포스트 잡스의 애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질문은 저자만의 질문만은 분명 아니다. 필자와 애플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의식의 독백이다. 저자는 이러한 우려를 1994년 월트디즈니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웰스의 헬기 사고로 인항 사망이후 월트디즈니의 침몰을 불길하게 끌어 들인다.(141쪽) 잡스가 우뇌형 우세형의 두뇌 소유자라면 팀 쿡은 완전한 좌뇌우세형의 인물이다. 닮은 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 후계자인 쿡이 잡스의 창의성을 그대로 이어갈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잡스의 은퇴 이후 잠시 적이지만 애플주가의 폭란은 애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웨스트의 말을 빌어 ‘기업은 갈수록 관료화’ 된다고 말한다.(249쪽)
사실 스티브 잡스는 결코 사회 친화적 인물은 아니었다. 웨스트의 말처럼 ‘모가 나고 튀어나오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팀 쿡은 보수적이고 원리 중심적이고 관료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애매하고 모호한 팀 쿡과 잡스의 성경 차이는 결코 창의적 걸림돌은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상한 애플의 진행을 호박벌에 표현하며 끝을 낸다.
“애플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방법은 다른 회사와 크게 달라 사람들은 그들이 ‘호박벌’ 같다고 말해왔다. 호박벌은 공기역학 구조상 날 수 없는 데도 실제로는 날아다녀 불가사의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처럼 애플은 앞으로도 계속 하늘 높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전보다 덜 불가사의하게 됐다.”(297쪽)
저자의 말대로 애플은 불가사의 한 기업이다. 현대의 경영원리를 거스르고 배타적 소수에 의해 움직여지는 애플이 과연 얼마만큼 창의적일 수 있을지 저자도, 필자도 무척 궁금하다. 어쨌든 이 책은 애플의 속이야기Inside Apple를 충분한 명료함으로 잘 풀어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