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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 세탁소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3
한진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7월
평점 :

신간 선녀세탁소 그림책을 구입했습니다.
선녀가 옷을 고쳐주는 곳인가?
세탁소 안에서 문을 열고 빼꼼히 바라보는 사람이 선녀 머리를 하고 있는 거 보니
선녀가 운영하는 곳인 거 같습니다.
저기 가서 옷을 고치면 하늘을 나는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열었습니다.

속표지입니다.
나무꾼과 선녀 오마주인가?
결혼식장이 좀 오래 전 결혼식장 같습니다.
아무튼 좀더 읽어봅니다.

결혼사진을 보고 이거 누구냐고 엄마랑 다른 사람이라고 하는 애들 이야기도 많은데
결혼 전이야 말해뭐해...
선녀일 뿐이겠니?
이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냐면~~~
(라떼는 말이야의 다른 버전이므로 줄이겠습니다)

흔한 애 둘 집의 아침 풍경입니다.
저는 하나라 잘 몰라서
동생이 더 어린데 침대에 있네요?
동생이 아래에 있어야 할 거 같은데...라는 딴지를 걸어봅니다.

남편의 야근...참나 야근은 몇 시부터인가요?
즤 남편은 정말 집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9시에 오면 일찍 오는 겁니다.
저렇게 야근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이것이 무엇입니까?
애 하나도 아니고 둘이 엄마를 탄다고요?
아니 어머니!!
이러시면 안됩니다!!

아이들을 태워주고 나서 어머님 현타 온 듯합니다.
거울 속의 내 모습~~~
갑자기 선녀 머리로 보이는 내 모습
왜 일까?

이 책은 처음부터 아이의 말로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그림 속 엄마 입장에서 읽게 되요.
나래이션은 아이지만 독자가 이입하는 건 그림 속 엄마죠.
그나마 이 앞장면까지는 아이 말과 그림이 일치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여기서 부터는 말이 그림 장면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독자가 알아서 해석해야 하죠.
특히 이 장면
현타 온 엄마가 욕실 거울을 보고 나서 방에 들어오 옷장을 엽니다.
그리고 저 가운데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상자
(결혼할 때 입은 한복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상자랑 비슷하단 생각이 드실 거에요.)

어랏? 그 상자 안에 선녀 옷이 있었네요.
아이고 어무이 애들 두고 선녀처럼 어디 날아가실라고요?
아이가 엄마의 그런 낌새를 눈치챈 건지 방문을 열고 쳐다보내요.
결말을 조금 스포해 드리자면 선녀와 나무꾼 같은 결말은 아닙니다.
이 마지막 장면 옷이 찢어졌다고 하고 끝나죠?
(결혼식 때 옷이 애 둘 낳고 안 찢어지고 맞는 게 더 힘든 듯)
그 옷을 수선하러 간 곳이 선녀 세탁소입니다.
그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 책의 중심내용입니다.
더이상 스포가 되지 않게 여기에서 내용 소개는 줄이겠습니다.
선녀였던 모든 엄마들이 돌봄노동을 하다 한 번쯤 옛날의 나이자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들춰보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을 태우고 네발로 기어야하는 돌봄노동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그냥 나로
나 본연의 모습으로 사는 순간이 24시간 중 잠시라도 있어야겠습니다
(아이가 어리면 그것도 힘들겠지만 낮잠시간에라도...)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이 책이 생각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불곰이 되어 버린 엄마가 실은 글렌 굴드를 듣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책
엄마의 옛날 사진첩을 들여다 보는 아이
이런 장면들이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선녀 세탁소에서는 엄마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본다는 겁니다.
그 점이 확연히 다르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듭니다.
결혼 전 입었던 비싼 옷들
많이 처분 했지만 아직 못 버리고 가지고 있는 옷들
이게 선녀 세탁소에서 엄마가 꺼내입는 선녀옷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저도 선녀 세탁소 가서 수선받고 20년 전의 저를 좀 만나고 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