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산업 시대의 태동은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서도 사고를 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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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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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책>(키스 휴스턴, 이은진, 김영사, 2019)과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애머런스 보서크, 노승영, 마티, 2019)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단에 지원을 한 김영사 책부터 읽다가 숙제를 하기 싫어 딴짓하던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해서 마티의 책도 함께 들추게 됩니다.

윤종신의 '팩트입니까'를 떠올리면서 읽다가 보면 같은 팩트에서도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싶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TMI가 잔뜩 숨겨있는 휴스턴의 책도 마음에 들고, 굳이 책이라는 것의 물성에 대해서 종이라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보서크의 책도 좋습니다.

휴스턴의 <책의 책>은 '책'을 읽는다고 할 때 도대체 '책'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시작하는 책입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김영민 교수가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것과 맥락이 닿았다고 우겨볼까요? 정의를 내리고, 역사를 살펴보고, 분자 구조 수준은 아니어도 해부를 하고 왜 그런 각각의 명칭이 붙게 되었는가를 덕후의 수준으로 다룹니다.

김초엽의 <관내 분실>에서 주인공 지민의 어머니, 김은하 씨가 결혼 전에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셨다던데, 편집자가 아니어도 책에 대해서 한 번쯤 궁금한 것은, 집에 살면서 가끔씩 건축가들은 무슨 마음으로 집을 짓는가에 대해서 궁금한 것과도 같겠지요. 책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지만, 저자가 하나씩 짚어보는 얘기를 듣다 보면 그러게 왜 그랬을까 하며 빨려 들게 됩니다.

종이 / 본문 / 삽화 / 형태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도 좋고 지난주에 말씀드렸듯이, 책이라는 것의 물성에 대해서 한번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작정을 하고 만든 만듦새 좋은 책이라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우겨봅니다.

옮긴이가 김영사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이 책의 만듦새에 관한 부분도 원서의 번역에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한글판의 특성을 담아냈습니다. 예를 들어 원서는 대만의 영풍위그룹에서 생산한 PREPS 지속 가능성 표준에 따라 만든 종이로 25X38인치의 500매 한 '연'당 81파운드의 무게가 나가는 녀석을 썼다고 합니다.

p.466

우선, 이 책은 산 성분이 거의 없는 중성지에 인쇄했다. 한국의 무림페이퍼 그룹에서 FSC 인증과 PREPS 지속 가능성 표준에 따라 생산했으며, 636X900밀리미터 크기의 500매 한 '연'당 25.8킬로그램의 무게가 나가도록 만든 종이다. 1제곱미터당 90그램이 나간다.

이 책은 한국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하고 있는 재원프린팅(인쇄소)과 정문바인텍(제본소)에서 생산했다. 636X900밀리미터 규격의 종이가 오프셋 컬러 평판 인쇄기(정확히는 일본 미쓰비시 다이아몬드에서 제작한 원색 기계)에 들어갔다 나오면 각 면에 16페이지씩 32페이지가 인쇄되어 나온다.

출판사의 소개 글에는 '인류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보편적인 정보기술에 감춰진 소중하고 놀라운 드라마'라는 얘기가 있던데, 책이라면 당연히 '종이책'이라고 '물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이 강해서 이 책을 킨들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실제로 이 책의 킨들 버전이 있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컬합니다)

아마존에서 종이책을 사면 3불 이하의 가격으로 전자책을 구입하게 해주는 매치북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이걸 이번 달까지만 하고 중지한다고 하네요.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떠들었는데... 종이책과 전자책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같이 가기 힘든가 봅니다. 김영사에서 나온 <생각에 관한 생각>을 형편없는 번역의 이전 판과 새로 이창신 씨 번역으로 나온 버전의 종이책을 다 보관하고, 리디북스의 전자책이며 원서는 킨들 버전, 페이퍼백을 다 갖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책이라는 것에 대해 '촉감, 냄새,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책이 뭔지는 척 보면 압니다라는 미국의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의 말을 인용한 부분(포르노가 뭔지는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보면 안다고 했던)에 백 프로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은 이미 검색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전자책의 검색 기능을 놓치기 싶지 않은 것일 겁니다. 전자책은 소유가 아니라 절대로 살 수 없는 물건을 기한 없이 빌리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과연... 하게 됩니다.

부제가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입니다.

문체부의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2017년 국내 성인 10명 중 4명은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던데, 여전히 영향력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책의 기준을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웹툰)을 제외하며, 웹소설(장르 소설)을 포함한 일반도서'로 제한한 문체부의 기준이 잘못된 것일까요?

사진에서 자세히 보시면, '머리띠 싸개', '책머리', '책등'을 해부학 교재처럼 소개된 부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직지심체요절>이 1377년 제작된 현존하는 제일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 빠릅니다만, 그런 얘기는 없습니다. (보서크의 책에는 잠시 등장합니다) 다만, 구텐베르크를 두고 '인쇄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인쇄술의 발명가로 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필승이라는 중국 사람이 구텐베르크보다 400년 먼저 가동 활자를 만들었다는 것을 살펴볼 저자였으면 우리나라 얘기도 다룰 여유는 있었을 텐데, 어쩌면 이해의 수준이 동양 = 중국인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에 종이를 발명했다고 달달 외웠던 중국의 환관 채윤도 종이 덕분에 출세를 하며 작위도 받았지만 채륜이 태어나기도 전에, 최소 기원전 2세기에, 중국에서 종이를 만들었다는 저자의 팩트체크를 피하지 못합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의 제본이 책등이 없는 '누드 사철 제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고, 책이 왜 하필 직사각형인지, 킨들과 아이패드 미니의 크기가 16세기에 제작되었던 8절판 책을 상기시킨다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2015년 기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쓰던 공책 중 하나인 코덱스 레스터라는 소개가 있습니다. 책에는 없습니다만, 1994년 성공한 덕후 빌 게이츠 아저씨가 3080만 불을 주고 구입한 것이라는 것은 게이츠 아저씨가 일을 저질러 놓고 아내에게 노트북을 하나 새로 샀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 읽고 나도 책이 뭐라고 딱히 말하기는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허투루 읽지는 않았는데, 책이란 것이 참 거시기 합니다. 일단 몰랐던 사실을 확인하고 알게 되는 즐거움은 좋은 책의 기준에 맞습니다. 즐겨듣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의 제목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래도 이런 책은 하나쯤 갖고 있어야 '있어빌러티'가 보일테죠.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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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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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좋을 것 같습니다만... 번역이 너무 불성실합니다. 뒷목을 잡을 정도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경험하실 겁니다. 중고로 사지 않았다면 당장 환불했을텐데, 과연 완독이 가능할지. 번역자가 세 분이나 되시던데 다들 자기 분량만 하느라 전체적인 톤 조절을 못한 건지...아니면 이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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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그랬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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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시작 - 알, 새로운 생명의 요람 사소한 이야기
팀 버케드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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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tvn에서 시작한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고백하건대, 저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오는 소소한 얘기들처럼 "알아봤자 별 소용없을"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참 높습니다.  

MiD에서 나온 '사소한' 책으로는 "사소한 것들의 과학", "프루프", "헤어", "냉장고의 탄생", "바퀴, 세계를 굴리다"가 모두 출판사 기준으로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에 꼽히나 본데, 아니나 다를까 다 읽은 사람으로 다 읽었다고 얘기하기가 좀 거시기 합니다. 

팀 버케드는 전작인 "새의 감각"(팀 버케드 , 노승영,  에이도스,  2015)에서는 이미 '바다오리'의 길 찾는 능력에 대해서 자각磁覺이라는 한 챕터를 할애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호기심 많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사람의 입장에서 "알"이라는 것을 그냥 넘길 리가 없을 테고 이렇게 책으로 다시 소개가 되었습니다. 저는 좋은 책의 장점 중의 하나가 다음 읽을 책을 연결해주는 책으로 꼽습니다. 그런 면에서  "새의 감각"과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김은령, 에코리브르, 2011)과 연결이 되는 이 책은 좋은 책이 분명합니다.  

역자인 소슬기씨의 서문에 나온 대로 과학자답게 매 장에서 "어떻게"와 "왜"라는 질문을 분리하여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매혹적이었습니다.  
""어떻게"라는 질문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것인 반면 "왜"라는 질문은 더 근원적인 것이다.""  
번역서에서 역자의 임무의 막중함과 별개로 저는 꼭 역자의 글을 찾아봅니다만, 보통 책 맨 뒤에 보일 듯 말 듯 나오는 것이 보통인지라 이번 책처럼 맨 앞에 등장하는 역자 서문은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주까지 꼼꼼하게 하나하나 번역한 솜씨며, 특히 본문에 언급한 새의 이름을 모두 국제 조류학 협회에서 찾을 수 있는 정식 명칭과 대조하여 국문명과 영문명, 학명을 맞춰놓은 것을 보고는 이 양반도 참 "사소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오색방울새, Goldfinch는 "황금방울새"(도나 타트, 허진, 은행나무, 2015)가 사실은 오색방울새였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출판사도 이미 이런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작품 속의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그림 제목을 우리가 이미 "황금방울새"라고 부르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더군요) 

저자는 알의 생김새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우리가 이상한 모양의 알을 바다오리만큼 많이 알고 있는 유일한 다른 종의 새는 닭'이라고 했지만, 저는 '전 세계 60억 마리의 산란계가 매년 1조 개의 알을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새의 알이라고 하면 그저 타조알처럼 큰 것 외에 별다른 무늬랑 색깔이 있는 것이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p.381부터 이어지는 칼라 사진을 보면 과연! 하고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그러고 보니, "치킨로드"(앤드루 롤러,  이종인,책과함께,2015)는 부제가 '문명에 힘을 실어준 닭의 영웅 서사시'인데 사놓고서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 "가장 완벽한 시작"을 읽었으니 새롭게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저자는 꽤 친절한 편이어서 책을 읽다보면 왜 그렇게 집요하게 바다오리의 알에 집중하는 지도 친절히 얘기해줍니다. (p. 152~153) 
5장에서는 알 색의 진화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중 알프레드 러셀 왈리스의 주장에 대해서 뭐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를 소상히 밝혀줍니다. ("말레이 제도"(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노승영,지오북,2017)이 최근에 나왔는데, 이것도 챙겨봐야겠습니다.) 

책의 흐름이 잔잔하면서도 논리적이라 따라가는 데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숙주 새와 탁란하는 새의 '군비경쟁'이 초래하는 공진화나, 침투하려는 미생물과 알과의 '군비 경쟁'이라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사전에 알고 있던 지식이라고 해봐야 '달걀', '감동란' 정도밖에 없던 저라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삶은 달걀의 어느 쪽 끝을 깨뜨려야 하는가를 두고 릴리푸트 왕국 사람들이 싸웠던 얘기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좋은 거리였습니다.  

p.307부터의 얘기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병아리가 부화를 시작하면 세 시간 안에 껍질을 깨고 나와야 질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는데,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부리로 사력을 다하여 껍질을 쪼아대는 것을 줄(啐 : 떠들 줄)이라 하고, 이때 어미 닭이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바깥에서 부리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 : 쫄 탁)이라 한다고 합니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 생명이 온전히 탄생하는 데 이 역시도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명금류부터 하루 이상 걸리는 새까지 다양했다는 것도 이번에 얻게 된 "알아봤자 어쩌면 별 소용없을" 지식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저자의 주장을 듣고 인간이 이 지구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두고 섬뜩함을 느꼈다면 저만의 착각일까요? 
p.335 
"완벽은 상대적인 것이다. 새알이 완벽하다는 것은 여러 압력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을 본 결과라는 측면에서의 이야기이다. 이 선택압력이 변화면 지금 완벽한 것도 미래에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알아둬도 쓸데없을" 얘기가 늘어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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