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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2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틀 라이프>라는 책을 처음 읽은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상 깊은 작품하면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라 오랜만에 다시 펼쳐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특히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슬픔과 먹먹함에 마음이 아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거운 소재들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페이지를 가볍게 넘기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높아 어느 순간 작품에 푹 빠져 읽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며 읽게 되어 잔상과 감상이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누가 봐도 똑똑하고 능력이 있고 심지어 잘 생겼지만 어린 시절의 불행과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가여운 주드. 부모로부터 애정과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잘 자라 배우라는 꿈을 꾸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윌럼. 부모뿐 아니라 이모와 할머니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부족할 게 없어 보이지만 어딘가 뒤틀린 삶을 사는 제이비. 흑인 혼혈이지만 잘 나가는 집안 덕분에 흑인이 겪는 차별이나 금전적 부족을 전혀 느껴본 적이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고 부모의 기대에 맞춰 순응하여 살며 늘 의구심을 품은채 조용히 내면에서 방황하는 맬컴. 보통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들을 가진 네 명의 인물들의 삶을 보면서 나의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주드는 어린 시절 고난과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처럼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가혹한 삶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에게 또 다른 고난들을 다시 떠안겼고 주드는 또 다시 무너지고 파괴됩니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자신을 포기하고 삶을 놓아버렸지만 그는 죽는 것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는 관계를 가지게 되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버린 주드는 벗어날 수 없는 불안함을 늘 품고 지내게 됩니다. 이제 좀 행복해질 수 있을까하고 기대하면 운명의 여신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더 큰 고통과 아픔을 주고 이 과정이 반복되어 읽기가 힘들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고 기구하다는 것이... 그렇게 오랜 기간을 같이 보낸 해럴드에게도 결국 모든 마음을 열지 못했고 신뢰를 주지 않아서 이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지긋지긋한 생각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려 했던 주드의 마음도, 어떻게든 꺼져 가는 그의 삶을 붙잡고 사랑을 주고 도와주고 싶어했던 주변 인물들의 마음도 전부 다 이해가 되기에 마음이 답답하고 또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다양한 감정을 깊이 느끼며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라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