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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거의 비슷한 범행수법과 특징들을 지닌 피해자들. 경찰쪽에선 슬슬 연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연쇄살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찾아오게 될 혼란과 갈등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망설인다. 하지만 네번째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들은 더이상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연쇄살인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살인마를 추적하는 팀에 프로파일러 토니 힐을 영입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을 처음보는 순간부터 표지에 등장하는 나비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이 이야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범인에 대한 힌트? 아니면 중요한 단서? 그러나 그런 의미가 아니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사이에 여러번 등장하는 영화 양들의 침묵에 대한 오마쥬였다. 양들의 침묵에 포스터를 기억하는가? 조디 포스터의 입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 한마리, 그리고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나비. 양들의 침묵에서 FBI 요원이였지만 프로파일러의 역활을 했던 조디 포스터의 극중 캐릭터, 그리고 이 책에 주인공 프로파일러 토니 힐.  

곰곰히 생각해보면 토니 힐의 성격은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조디 포스터의 캐릭터와 꽤 많이 닮아 있었다. 아마도 캐릭터의 직업적 특징은 프로라일러 토니 힐에게, 아름다운 외향적 특징은 토니 힐의 파트너 캐롤 조던에게 나누어 준 것 같았다. 이 책이 1995년도에 처음 출간된 것을 볼 때 당시에 생소했던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이야기로 풀어내려면 기존의 영화적 이미지를 어느정도 차용하는게 좀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이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녀 콤비의 묘한 화학반응으로 이야기에 약간의 양념도 더 칠수있다는 장점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 선택을 지지한다. 이런 요소가 CSI 시리즈중에서 뉴욕편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니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소설이 9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주인공들이 연락하기 위해 다급하게 전화기를 찾는 장면들만 빼면 당시의 향취와 촌스러움을 찾기 힘들었다. 아마도 범인과 그를 쫒는 토니와 캐롤의 생각들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 주변풍경들과 최첨한 장비들에 대한 묘사보다 사람의 심리에 기초한 이야기다 보니 세월이 지나서도 그 이야기가 지닌 힘이 여전했다. 물론 여기엔 작가 발 맥더미드는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는것도 한몫했다. 당시만 해도 상당히 생소한 소재였을텐데 이렇게 지금 읽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이야기를 꾸려낸 것에서 그가 이 이야기에 들인 열정과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니 오랫동안 시리즈가 이어지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으리라.  

토니 힐 시리즈에 대해선 아직 이 책밖에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내용들이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 시리즈에 스티비 맥코넬의 사건을 메인으로 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경찰들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희생당한 가엾은 인생의 가치가 고작 두세페이지 이야기 분량에, 결말부분에 이르러서는 그의 이야기가 눈꼽만치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분노가 일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다음편에서 스티비 맥코넬에 대한 미안함과 사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이 시리즈에 대한 호감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책을 놔버릴 것 같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주인공 무리인 경찰에 의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이래서야 사람의 내면을 읽고 행동을 예측하는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의미가 없잖아! 

백번 양보해도 게이에다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가 감옥에서 어떤 취급을 당할지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본다. 이건 일반 경찰들도 잘 아는 일이였을텐데, 심리학자까지 동원된 수사팀에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했다는 것은 내 상식수준 밖의 일이였다. 덕분에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에 정이 다 조금씩 떨어졌다. 특히 개인적인 감정에 집중하다가 희생자가 한명 더 발생하는 것을 거의 방치할 뻔한 캐롤에 대해선 호감도가 더욱 급락했다. 만약 그녀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그 자리에서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제발 다음 시리즈에선 그녀가 보다 이성적이고, 토니는 발기부전을 치료했기를! 그리고 기자 페니 버지스가 제발 실직하기를! 댁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 복잡해졌다고! 그런데 아무리봐도 필요악으로 그녀가 계속 등장할 것 같긴하다. 해리포터의 리타 스키터같은 인물이랄까. 

이 인어의 눈물을 시작으로하는 토니 힐 시리즈는 재밌었고 이후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그러니 부디 내 바램에 닿은 이야기가 나오길!) 다만 옥에 티처럼 번역의 오류가 눈에 보인 것이 아쉬웠다. 영어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알아듣기 쉬운 것을 무리해서 번역하고, 번역해야 할 단어들은 그대로 영어 표현을 사용해서 눈에 거슬렸다. 중간중간 주어가 누군지 헷갈리는 표현들이 있는것도 혼란스러웠다. 일례로 생선과 칩이라고 하지말고 그냥 피쉬앤 칩스라고 해도 사람들은 잘 알아 듣는데, 굳이 저렇게 표현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요즘에 피쉬앤 칩스가 영국음식인거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부디 다음 시리즈에선 이런 자잘한 번역부터 긴 문장까지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이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매력적인 표지와 효과적인 책의 편집에 비해서 이런 약간의 단점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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