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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수 있겠니
김인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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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둘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그런 이야기는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두근거리는 가슴, 은밀한 떨림과 의심, 그리고, 망설임과 그 망설임을 한꺼번에 압도해 버리는, 그 무엇도 확실하다고 할 수 없으나 확실하다고 믿고 싶은, 결정적이라고 믿고 싶은, 그냥 이거, 바로 이거라고 말하고 싶은……. 그 모든 불분명한 감정과 추상어들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이것뿐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났다.' 혹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다. 둘은 사랑을 했지만 어느순간 그 사랑은 조금씩 변해갔고, 외국으로 떠난 남자는 빌어먹게도 바람을 핀다. 어느날 여자가 남자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침대에서 그 추잡한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여자는 자신의 세상 무너지고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여자는 다시 과거의 그 장소에서 다시한번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일은 그렇게 데자뷰처럼 여자에게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 책은 이야나와 진이라는 두명의 주인공에 시점으로 각자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둘은 나라도 생김새도 성별로 다르지만 사랑을 잃은 아픔과 그 고통에서 현재까지도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화자들이다. 그래서 둘의 이야기가 따로 진행됨에도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하며 마치 한명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덕분에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이야기 진행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이 책의 이야기를 쉽게 쫒아갈 수 있었다. 이건 책을 읽는 내내 긍정적인 요소이기도 했지만 꽤 부정적인 요소이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단 한명도 개성적이지 못하고 모두 똑같았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계속 뛰어넘고 그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가 두명임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편하다. 이건 분명 작가의 이야기 구성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일 것이다. 문체가 마치 수필을 읽는 것처럼 담담한 구어체 문장들이였던 것도 이 책의 편안함에 한몫한다.(중간중간 틀린 단어들이 눈에 거슬렸지만)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시점인 지금 이 책에 대한 그다지 깊은 인상은 남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던 소설정도로 기억은 남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 사람을 끄는 매력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요 몇년간 읽은 한국소설들 쪽에선 꽤 괜찮은 쪽에 속한다. 하지만 주요인물들의 성격과 그들이 뱉는 말들은 작가가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만든, 마치 잘 짜여진 1인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장르를 연애소설로 둬야할지, 드라마에 놔야할지 이 책을 완독한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쉽게 말해서 어느 장르로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에 대해서도 딱히 뭐라고 할말이 없다. 뭔가 밍밍한 느낌. 결국 이 책은 내겐 잘 써진 소설임에도 무색무취의 소설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남자는 역시 짐승! 이라는 기억도 함께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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