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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타이거
페넬로피 라이블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제목의 뜻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대체 무슨 뜻일까하는 생각으로 이 책의 제목을 유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제목인 문타이거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언어들, 이를테면 독일어나 포르투칼어 같은 언어들 속에서 존재하는 어떤 모종의 뜻을 지닌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타이거라는 한글의 밑에 박힌 글자는 아무리봐도 영어였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뒤짚어 보아도 그냥 moon tiger였다. 달호랑이. 이게 묘한 단어가 무슨뜻인지 알게되자 처음에는 요상하다고 여겨졌던 이 단어가 꽤 로맨틱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문타어거란 모기향이란 뜻이랜다. 한여름밤에 푸른빛이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밤하늘 위로 가늘게 피어 올라가는 실날같은 모기향.  

모기향이라는 이 책의 제목과 걸맞게 모기가 엄청 많을 것 같은 이집트에서의 짧은 사랑이 이 책에 중심에 자리한다. 물론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모기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끝까지 이 책의 제목이 왜 모기향인지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건 내가 이 책에 집중하지 못했던 까닭도 있을 것이고, 주인공 클라우디아에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았던 탓도 있다. 이 책은 부커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 상에 걸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왜인지 모르게 감정적으로 이입해서 읽기가 힘든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였다. 모든건 내 개인적인 감정들 탓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1987년 부커상 수상작임에도 지금 국내에 초역되었다는 것을 보면 내 감정이 이 책에 대한 평을 빗겨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사를 세계사와 병치해서 보여주겠다는 작가의 야심에는 손뼉을 쳐주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은 그저 클라우디아라는 한명의 개인사에 치중해서 처음에 주제인 한 개인사를 통해서 세계사를 보여주겠다는 그 야심을 재대로 구현해내지 못헀다.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 쓰는 일기들이 내 개인사는 되겠지만, 그것들이 결코 세계사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내 일기에는 오늘은 태풍이 와서 옷이 흠뻑젖었고 태풍 덕분에 과일값이 오를 것 같아서 짜증이 난다거나, 독고진이 너무너무 멋지다는 등의 얘기들로 가득차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 시대의 세계사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시대의 단면을 나타내는 자료로는 활용될 수 있는 것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작가의 야심에 비해서 나타난 이런 결과는 꽤 안타까웠다. 그래서 위로의 선물로 작가에게 한국산 모기향이라도 보내드릴까 싶었다.  

솔직히 한명의 작가를 한권의 책으로만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일도 아니고, 또한 긍정적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이력을 살펴볼 때 고작 이 작품 하나로 이 작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 같아 보인다. 분명 여러번 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평단과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이 작가에게 존재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기대해보련다. 그 책에선 감정으로 심장이 꿈틀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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