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쓸개>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간과 쓸개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숨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만나게 된 작가였다. 보통 사람의 이름에 눈이 가게 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어쩐지 표지에 적힌 작가의 이름엔 시선이 자꾸만 옮겨갔다. 본명인지 필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윽고 읽게 된 그녀의 글들 역시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숨"이라는 이름처럼 부드럽고 차분한 호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의 글들로 이 책을 채우고 있었는데, 마치 천천히 숲속을 산책이 들었다. 물론 그 산책로가 언제나 햇볕이 비추는 밝고 부드러운 이야기만은 아니였지만, 간만에 만난 기분좋은 한국 여성작가의 글이라는 것이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총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발표시기는 작품별로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을 꿰뚫는 작가의 한결같은 시선 덕분에 잠시의 흔들림도 파문도 없이 잔잔히 이야기는 끝에서 끝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이랄까. 사실 이 책에 이야기들은 호기심이 발동하는 베일에 쌓인 주제를 다룬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개그코드나 막장소재를 넣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읽는 내내 살짝 놀라웠다. 그저 간결하고 평범한 삶을 엮은 문장들 뿐임에도 그 여백의 미가 단아한 아름다움과 재미로 느껴지다니, 아마도 이게 김숨이라는 작가의 재능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이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간과 쓸개였다. 간과 쓸개에서는 한 노인의 평범한 일상 곁에 다가온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는데, 그것이 노인이 어린시절에 목격한 저수지에 대한 기억과 누님의 병세와 이어지면서 서글퍼지는 그의 마음이 내게도 스며들었다.  

간과 쓸개에 등장하는 노인은 우리 곁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다지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식들과 그런 자식들에게서 엿보는 자신의 젊은시절 모습과 늙어져 병든 몸은 노인을 계속 괴롭힌다. 무엇보다 노인을 괴롭히는 것은 과거에 묻어 두었던 기억이 죽음에 가까워진 지금에서야 기억속에서 자꾸만 되새겨진다는 것,  그런데 그 죽음에 닿은 기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죽음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인생에는 아직 깨닫지 못한 새운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노인은 삶에 대한 희망을 눈물로 대변한다. 그리고 나 역시 노인에게 투영된 서글픔을 걷고 다시 평범한 산책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책 한권으로는 작가 김솜에 대한 것을 자세히 알기 어렵다. 다만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만 될 뿐이다. 그래서 일상을 담은 소박하며 담담한 이 소설집은 마음에 들었지만, 김솜이라는 작가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고 싶다. 그녀의 다른작품들이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음작품에선 그녀의 내면을 좀더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