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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지구상에 세상에 대한 찬미부터 세상에 대한 증오로 가득 넘치는 내용을 담은 책들까지, 세상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방대한 내용과 종류의 책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그 제각각의 개성이 담긴 책들을 창조한 사람들은, 그 책들의 숫자와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책읽기 방법을 구사한다. 나로 말하자면 어떤 책은 차를 마시며 쇼파에 앉아 우아하고 맘편하게 읽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고, 어떤 책은 한밤중에 스텐드를 켜놓고 이불속에 푹 파묻혀 읽기도 한다. 또 어떤 책은 화장실에서 유쾌상쾌통쾌하게, 또다른 어떤책은 정자세로 딱딱하게 앉아서 읽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 한밤의 궁전은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고 하니, 우선은 잠시동안 주변에서 일어날 모든 일들을 처리한 후, 이불속에 푹 파묻혀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이나 제목에 상관없이 이 책에 대한 내 읽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책의 작가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말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미스테리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호러물도 썩 좋아하지 않고, 추리물도 피가 낭자한 작품은 꺼리는 편이다. 굳이 오싹한 공포심을 얻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런류의 영화들도 모두 피하는 편인데, 유독 미스터리물의 성격이 강한 사폰의 작품들만은 마음에 쏙 드니 이상한 일이다. 마치 사폰의 부리는 마법에 걸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사폰은 언제나 자신의 책에서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이 벌어지는게 인생이고, 그것이 일종의 마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마법에 걸린 것이 아니다, 그저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에게 걸려 있는 마법을 깨달았을 뿐이다. 하지만 무료한 일상속에서 잊고 있는 그 마법을 자신의 책들을 통해 다시 나에게 걸어버리는 사폰은 아마도 진짜 마법사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그의 책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이런 사폰의 메세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폰의 초기작이기 때문에 그의 메세지는 살짝 덜 다듬어졌지만,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읽힌다. 그건 이 책의 주인공들은 16살, 성인을 막 앞둔 아이들이라는 설정 덕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이제까지 살아온 세계는 그들의 아지트 한밤의 궁전처럼 신비롭고 보호받았던 세상이고, 자신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태양아래 선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대로 직시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미스테리한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들이 아지트에서 속삭이던 몽환적인 이야기들이 사실은 이 세상을 둘러싼 진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 그리고 인생이란 신비로운 마법 속으로 들어가게 되며 그들은 과거의 어린시절에 작별을 고하고 마침내 어른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구조다. 일반적인 성장소설에 흔히 나타다는 구조와 소재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평범한 소재들도 사폰의 손을 거치고 나면 별을 닮은 신비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해버린다는 사실을 다시금 이 소설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폰은 서두에서 이 소설을 어느 한 특정연령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쓰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나는 조앤롤랑이 떠올랐다. 해리포터 역시 전연령층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쓰고자 했다는 그녀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두개의 소설은 장르도 작가도 소설의 배경도 다르지만 넓은 연령층이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두가지 더 있었다. 책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넘치는 긴장감과 흡입력, 그리고 이야기 전체에 감도는 마법의 기운이 그것이다.(책을 읽기전에 미리 화장실에 다녀온게 어찌나 다행인지!) 물론 이 책은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을 고려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른들이 읽기엔 살짝 쉬운 느낌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마법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으로 인해 다시금 걸려버린 그의 마법이 아직도 내 가슴속에서 별빛을 내며 톡톡 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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