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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토마토는 오묘한 식물이다. 과일처럼 먹지만 알고보면 채소로 정의되는 속성을 지녔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내가 토마토를 섭취하는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난 여전히 토마토를 설탕에 살짝 절여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영양소가 파괴된다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내게는 가장 맛있는 토마토 요리법이다. 특히 그 설탕에 절인 토마토를 다 먹고 나면 생기는 토마토의 즙과 설탕이 섞여 생긴 쥬스는 정말 최고의 맛을 자아낸다. 사실은 이 마지막으로 먹는 쥬스가 먹고싶어서 토마토를 이렇게 먹는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먹는 방법외에 토마토가 딱히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토마토란 채소에 대해 엄청난 호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토마토를 제목으로 내세우며 그 이미지까지 표지에 거침없이 박아넣은 이 책을 보는 순간 이 책에 시선이 끌렸다. 한겨울에 들어서는 길목에 서 있는 나에게 한여름의 햇살같은 향기를 이 책이 뿜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상큼하고 싱그러운 향기와 느낌에 이끌려 나는 마법처럼 이 책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의 작가 얘덤 셜은 특이한 이력의 작가이다. 시나리오 작가와 CF 감독으로 일하다가 유럽을 여행한 후, 뉴욕에서 프랑스 요리학교를 다닌 후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요가를 가르치며 소설을 쓰고 있댄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두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안정된 직장을 얻고 적당한 커리어를 쌓으며 아주 평범하고 나른하게 살아갈텐데, 이런면에서 보면 그는 참으로 남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그의 인생이 참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도는 고맙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 활기차고 유쾌한 그의 인생에서 우러난 경험 덕분에 그의 인생의 맛깔나는 소스들을 이처럼 멋진 이야기들로써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책에 붙은 광고문구는 참으로 화려하다. 마르케스를 만나 흠뻑 취한 셰익스피어 같은, 맛있는 소설! 외에 어쩌구 저쩌구 등등. 그래서 처음에 이 책에 반해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도 아주 약간의 의심에 눈길을 이 책에서 거둘 수 없었다. 이렇게 유명작가들과 대놓고 비교하며 요란하며 현란한 문구로 광고하는 책들치고 제대로 된 책을 만나는 일이 드문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구들은 오히려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를 조잡하게 만드는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은 마르케스나 셰익스피어 같은 위대한 작가들과 비교하며 그들의 후광을 이용해 자신을 빛내려하는 속빈 강정같이 허영심으로 가득차 있지 않았다. 이 책은 그저 이 책에 담긴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멋지고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로 자기 스스로를 빛내고 있을 뿐이였다. 

착하고 순박한 토마토 청년 다비도와 당차고 아름다운 올리브 아가씨 마리의 사랑이야기와 거기에 한데 얽힌 마을 사람들의 맛깔나는 이야기들은 한겨울 이불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도 달콤하고 향기로운 이탈이아에 밝은 햇볕아래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산 사람이 직접 만든 스파게티를 먹어 본 기억이 있다. 맛이 어땠냐고? 그 지인의 요리솜씨는 정말 뛰어나서 모두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수준이였다는 것을 우선 전제하겠다. 비록 나에겐 조금 맞지 않았지만.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나의 입맛이나 다른 이들의 입맛에도 이 책은 모두 다 쏙 들어 맞을 것 같다. 사랑이 모두의 가슴을 달콤하게 적시고, 토마토가 모두에게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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