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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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목련빌라 3호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체, 목격자도 없는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범인을 찾으려고 조사할수록 용의자는 늘어만 간다. 그야말로 용의자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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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지닌 각자의 비밀들이 계속 새롭게 드러나고, 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용의자가 바뀌었기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며 읽어야 했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모두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열심히 추리하려고 눈에 불을 켰더니, 나중에는 눈알이 핑핑도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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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속도감 있고, 추리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결말은 좀 아쉬웠다. 팽팽하게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던 이야기가, 결말 부분에서 살짝 김이 빠졌던 것 같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범인이었는데, 사실 추리소설의 묘미가 ‘가장 의심되지 않는 사람이 범인’ 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어쩌면 굉장히 정통적인 결말이라고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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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중요했던 것은, 범인이 누군가라는 사실보다, 누구나 범인일수도 있다는 것 같았다.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모두가 각자의 비밀을 떠올리고 불안해 하기 시작했고, 거짓말을 하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위악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아무리 사소하다 한들, 비밀 한가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게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흥분하며 관심을 가지게 되는것은 아닌지.
“비밀이 없다는 건 뇌가 없다는 거나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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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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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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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 <시를 읽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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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렵기만 하다는 단단한 오해가 어느새 풀어져 간다.
애써 꾸미는 말이나, 난해한 단어를 쓰지 않고도 이렇게 뭉클하게 와닿는 시라니. 시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것이구나.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오늘은, 그녀를 따라 시를 읽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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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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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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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일기쓰기를 시작했다가 포기한게 몇번이나 됐을까. 하루동안 겪은 수많은 감정들을 일기에 쏟아내고 나면, 후련하고 든든할것 같다는 생각에, 번번히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일기쓰기.
하지만,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우쭐한 마음, 창피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 화가나서 욕을 하고 싶은 마음 등등, 온갖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쓰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오직 나만 보는 일기장인데도 내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일은 부끄럽고, 때때론 죄책감도 든다. 글씨를 쓰기 시작한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했지만,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 일기쓰기였다. 그러고 보면, 글씨 쓰는 법은 배웠지만,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던 적은 없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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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박서련 작가님이 ‘일기만이 세상 유일한 내 편’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그건 그냥 관용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님의 일기는 일상에서 느낀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적나라한 표현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야말로 자기편을 만드는 일이었다. 형식도 없고, 표현도 자유분방했지만, 감정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것이니까.
작가님의 일기를 읽으며, 오히려 내가 후련함과 자유로움을 느꼈고, 세상 유일한 내편이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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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클럽>을 읽고 작가님에 대해 막연히 떠올렸던 느낌들이 무참히(!) 깨졌지만, 한편으론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반전모습에서 이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무한히 커졌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고, 때론 한없이 우울하지만, 결국 재밌게 느껴지는 일기라서 좋았고, 그것을 통해 한 작가가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가 꽤나 즐거웠다.
그리고, 다른사람의 일기는 엿보는 일은 어쨌거나 짜릿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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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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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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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그들을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이끌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그곳으로 갔다. 세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은 슬픔으로 이어져 있었고,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통해 마치 한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살아간 시대도 다르지만, 극한의 슬픔을 겪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너무도 똑같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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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 큰 깨달음을 얻거나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별할 것 없는 공간에서, 자신이 찾기를 원했던 것들을 찾아내고, 슬픔을 응시하는 시간들. 개인적인 슬픔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신의 존재와 인간 근원을 향한 의심과 분노로 뻗어가고, 폭발한 슬픔은 승화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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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작가의 <파이이야기>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이 책도 그와 비슷한 느낌의 글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 빗나갔다.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문장들이 보다 진지한 자세로 책을 읽게 만들었다. 압도적인 서사는 이야기를 계속 흥미롭게 이끌고, 나아가 독자를 깊이 있는 사유의 장으로 데려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어찌할수 없을만큼 큰 슬픔을 끌고 가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곳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면, 나와 당신의 높은 산은 어디에 있나, 계속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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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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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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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고 조용한 교외지역의 마을에서 한 소녀가 강간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모두가 이웃이었던 마을에서, 범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피해자인 소녀 린다는 사건 이후 망가지기 시작하고, 그녀를 짝사랑하던 소년은 소녀 주위를 맴돌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을 찾느라 애쓴다. 시간이 흘러, 성인된 소년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회상하기 시작하고, 감춰졌던 비밀들이 퍼즐맞추듯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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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것이 가능한 일일까. 소년은 소녀의 고통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고 고통을 멈추게 하고 싶었지만, 소녀가 원했던 것도 그러했을까. 때론 지극한 사랑이 지독한 이기일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지.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소녀를 향하던 소년의 마음이 아주 섬세하고 치밀하게 표현되었고,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몰입하게 만들었다. 사랑의 미성숙하고 유치한 모습들을 보며, 부끄러운 동시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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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두껍고, 글이 막힘없이 읽히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입체적인 인물들과 치밀한 심리묘사가 이어지며 계속 흥미롭게 읽을수 있게 끌어 들였다.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트라우마와 같이 거대한 경험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하는 글이었다. 그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 존재하는 방식에 가까운 것이었다.
책에, 사람은 살면서 한사람을 반복적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국 사랑하는 부분과 감정이 똑같다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결국 실패한 사랑이란 없다는 것과도 같은 말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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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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