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반가워 잘가
김미란 지음 / 주부(JUBOO)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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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놀이터에서 어떤 아이가 반갑게 다가와 아래와 같이 말한다면 어떨까?

Giochiamo insieme~!

이탈리아어로 “같이 놀자~!”이다.(p14)

실제 이탈리아 국적의 외국아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우리나라 아이가 저렇게 말한다면 아마도 깜놀하지 않을까?



책 제목이나 책 표지만 봐서는, 그저 아동용 작은 그림책인데.

웬 외국어 타령인가 할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것도 9개 국가의 언어 표현이 담겨져 있다.

글 초반에 소개한 ‘Giochiamo insieme~!’는 이 책의 4번째 섹션인 “4. 같이 놀자”에 속한 표현인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에 한국어까지 이렇게 9개 국가의 표기가 담겨 있다.



이런 다양한 외국어를 아이들이 본다고 한들 단번에 읽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각기 언어 표현의 생생한 발음을 듣고 배울 수 있도록 각 페이지마다 QR코드를 남겨두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학습용 교재라고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책 속에 강한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다. 바로 “친구 사귀기”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목차에 해당하는 ‘이야기 순서’(7p)에 잘 표현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 순서대로 따라하다 보면, 이 책을 읽은 아이는 사귀고 싶은 아이와 친구가 되어 더 가까워질 수 있고 또한 은연중에 외국어 표현을 익힐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책 《안녕 반가워 잘가》는 책을 읽은 아이들 독자가 9개 국가 언어를 배우며 친구 사귀기를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주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아이 혼자서 다 해내진 못할 것이다. 아이와 평생 함께할 좋은 친구이자 보호자인 부모님의 지지와 배려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표지 포함 40page 작은 그림책 속에 ‘친구’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 시선에 맞게 잘 뽑아낸 김미란 작가님의 구성력에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스티브 작가의 아이들 그림에서 아름답고 포근한 정서가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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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반가워 잘가
김미란 지음 / 주부(JUBOO)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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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과 주제의식, 구성력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아동용 그림책!
9개 국가 언어로 친구 사귀기를 알아가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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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시한부, 나는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 - 9년 차 희귀 암 생존자가 들려주는 암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비결
그레이스 히로 지음, 어문학사 편집부 옮김 / 어문학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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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시한부, 나는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라는 

이 책을 쓴 저자가 ‘1개월 시한부’였다는 뜻일 것이다. 자세히 보니, 부제가 또 붙어 있었다. “9년 차 희귀암 생존자가 들려주는 암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비결”...


희귀암에 걸려 1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이 무려 9년 동안 암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생존해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이 책의 저자인 그레이스 히로(Grace ひろ)는 2015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신 전이로 인한 1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간호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책도 3권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렇게 9년째 암과 ‘비기며’ 공존 중인 유방암 메타 생존자로서 희망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이 왜 이토록 나의 눈길을 사로잡고, 내게 무척 놀라움을 안겨주는지... 이유가 있다.

나 또한 이 책의 저자처럼 희귀암 환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장암 중에서 희귀암에 속하는 Tubulocystic RCC라는 병명의 암환자이다. 2022년에 암 3기 상태로 발견되어 콩팥 제거 수술을 받아 예후가 좋았다. 그래서 그 이후 사회활동을 재개하여 한동안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는데, 수술 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간으로 전이가 되었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권하여 몇 달간 항암 주사 통원치료를 하였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더 이상의 항암 치료를 권하는 걸 병원에서 머뭇거렸다. 알고 보니, 뚜렷한 항암치료효과를 낼만한 표준항암치료제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알아보니, Tubulocystic RCC라는 병이 발병률 1%대의 희귀성 신장암이라는 것이다!

즉, 제약회사에서 발병률 낮은 희귀성 신장암 치료제를 만들지 않았다는 거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국립암센터 등 큰 병원들을 찾아가 내 몸 상태와 치료가능성을 확인해보았는데... 모든 병원에서 부정적인 얘기만 해주었다.

-전이된 간 부분만 떼는 수술 : 안 됨

-간 이식 수술 :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될 확률 있어서, 실익이 별로 없음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 전이의 경우, 치료가 안 되며 실익이 없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살아 있고, 잘 움직이고 있고, 잘 먹고 말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내 몸 속 암세포 하나 치료할 항암치료제가 없어서, 아무런 표준항암치료 대책도 없이 이대로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암’ 관련된 책을 읽고, 정보를 알아보며 내가 해볼 만한 것을 찾아보았고, 걷기 운동, 항암 식재료 섭취 등을 하며 최대한 감기 등의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몸을 돌보며 생활했다. 그렇게 수술 후 약 2년 째 살아오고 있다.


이럴 때 《1개월 시한부, 나는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고농도 비타민 C 정맥 주사 요법”“약선 요법”이 전반적으로 소개되며 구체적인 내용들을 선보인다.


〈제3장 암 표준 치료를 뒷받침하는 보완 요법②〉에 소개되어 있는 “약선 요법”은 나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로, 항암에 좋은 식재료를 조화와 균형에 맞춰 선택하고 섭취하는 것이다. 내 경우도 내 몸에 맞고 항암에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여 섭취하고 있다.

특히 약선 식재료의 약리 작용, 균형과 조화, 영양분 등에 대해 페이지79에서 90에 걸쳐서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나의 관심을 끈 부분은 〈제2장 암 표준 치료를 뒷받침하는 보완 요법①〉에 소개되어 있는 “고농도 비타민 C 정맥 주사 요법”이다. 작가는 2015년부터 표준 항암제 치료와 함께 고농도 비타민 C 정맥 주사 요법을 병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면역력 향상과 암성 통증 완화를 실감하고, 식욕 저하를 막아주어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항암제 치료로 인한 부작용 감소,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 증가 등의 다양한 부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한다.(p54)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나에게 “고농도 비타민 C 정맥 주사 요법”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저자인 그레이스 히로는 “고농도 비타민 C 정맥 주사 요법”과 “약선 요법”의 효과를 경험한 사례자임에도 불구하고, 꼭 이들 요법을 맹신하라고 하지 않는다!


〈제6장〉~〈제9장〉에 걸친 4개의 섹션을 통해 각 요법들에 대한 효과성, 현실, 안정성 및 부작용 과제 등을 상세하게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저자 그레이스 히로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상기에 소개한 보완 요법을 이행하였고, 그 결과 9년째 암에 맞서서 생존해 오고 있다. 저자는 책의 상당부분을 병리적, 약리적 내용을 경험, 조사자료에 비추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치료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있다고 밝힌다.


“저는 ‘암에 목숨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자기 암시를 가지고 치료에 임했습니다.”(p5)


나도 그레이스 히로 작가처럼, “암을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유지하며, 암에 굴복하지 않고 항암을 위한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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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시한부, 나는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 - 9년 차 희귀 암 생존자가 들려주는 암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비결
그레이스 히로 지음, 어문학사 편집부 옮김 / 어문학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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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고통받는 분, 그 가족, 암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분들에게 암에 맞선 생존자의 귀한 희망 선례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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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빠 비긴즈 - 아기 유아식부터 젖병 닦기까지, 고군분투 육아 시트콤
이경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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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관련 법으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다. 원래 「남녀고용평등법」이었는데, 2007년 12월 21일에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서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개정된 것이다.


개정 초기에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 ‘마음’과는 달리 섣불리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서서히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인력이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도 남성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무척 낮았다. 남성인력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높지도 않았을뿐더러, 육아휴직으로 인해 인사고과에 대한 불이익, 경제적 불이익 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한몫을 했던 것이다.


나에게 육아휴직은 요원했다. 법 개정 이후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공감대나 인식은 바닥을 쳤기 때문에, 감히 사용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 이후, ‘육아휴직’이라는 단어는 내 머리에서 지워졌다.


그런데 이번에 《초보 아빠 비긴즈》를 읽으면서, 실제 육아휴직을 낸 아빠를 접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 이경준은 아내의 독박육아가 무척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어렵게 아기를 갖게 되었는데 임신 초기에 유산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병원에서 들었다. 우리는 상의 끝에 아내가 바로 산전 휴직을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1년 반을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 그 시기가 코로나 발생 시기하고 겹쳤다. 아내는 1년 반의 시간 동안 온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다. 아내는 굉장히 우울해 보였다. ... 아내가 쭈그려 앉아 엉엉 우는 모습을 보던 날, 나는 뭐가 됐든 무조건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p24-25)


결국 방법은 아내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 아내를 출근시키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다행히 직장이 육아휴직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환경이라, 아이가 태어난 지 10개월 되던 시점에 아내는 복직했고 저자는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야, 그거 진짜 힘들어. 나는 아내랑 같이했는데도 진짜 힘들던데? 아빠 혼자 아기 육아하는 사람 한 번도 못 봤어.”(p27)


직장이 남성 육아휴직에 인색하지 않은 환경이라니. 직장 동료들이 걱정해주다니. 지난 날 나의 경험과 나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육아휴직 관련 내용은 딴 세상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2023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은 3만 5,336명으로 28.0%를 차지했다. 2022년 28.9%였던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0.9%포인트 떨어졌지만 2018년 17.8%였던 것을 고려하면 몇 년 사이 크게 오른 수치다. 5명 중 1명도 채 안 됐던 ‘아빠 육아휴직자’는 이제 4명 중 1명 이상을 차지한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4.10.07.)-아빠도 함께 육아!…휴직 기간 늘고 경제 부담 덜고


우와! 아빠 육아휴직자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초보 아빠 비긴즈》는 육아휴직을 한 아빠의 ‘고군분투 육아 시트콤’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아빠 혼자 아기 육아를 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아내는 출근하고 10개월도 안 된 아기랑 막상 둘이 매일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막막했습니다.”(p8)


이 책 《초보 아빠 비긴즈》는 총 4개 장에 걸쳐 초보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1장 : 어느 날 갑자기 ‘아빠’ 육아하게 되었습니다

2장 : 열심이지만 여전히 서툰 초보아빠입니다

3장 : 하나둘 육아가 익숙한 아빠로 살아갑니다

4장 : 그렇게 ‘진짜’ 아빠가 되어 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신혼시절이 자주 떠올랐다. 당시 나는 외벌이 직장인이었고, 내 아들은 아주 작은 아기였다. 그때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전적으로 아이를 케어하였다. 남자의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던 때였기에, 나는 가급적 빨리 퇴근하여 아이를 맡아 같이 놀아주고, 잠투정하면 아이를 내 등에 업고 밤산책을 나가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를 재우고 들어오곤 하였다. 특히 주말주일이면 처가나 친가에 가곤 하였다. 그럴 때면 양가 부모님께서 아이를 보는 재미에 빠지고, 아내는 그 참에 푹 쉴 수 있었다.


《초보 아빠 비긴즈》의 저자는 초보 아빠로서 육아를 처음 시작할 즈음에 맞닥뜨린 일은 ‘매일 유아식 세끼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기가 돌 즈음이 되어 혼자 밥을 먹을 수는 있게 되자, 하루하루는 정말 밥과의 전쟁이었다. 아직은 다른 것은 욕심내지 않는 나였지만, 먹는 것 하나는 좀 제대로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제대로‘라는 것이 정말 범위가 한도 끝도 없는 일이었다.(p38-39)


오늘도 울고 떼쓰며 달려드는 아기를 한쪽 팔로 저지하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아기의 힘에, 기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다.(p42)


그 다음으로 ‘문화센터’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아기 대상의 ‘오감놀이’와 같은 문화센터 강의를 2개 신청하여 일주일에 2회씩 문화센터를 다녔는데 아기와 함께 온 보호자는 대부분 엄마였고, 아빠는 저자뿐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게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평일 문화센터는 아내가 아기와 함께 다녔고, 주말 문화센터는 아내와 아기에 나까지 함께 참여하여 다녔다. 그 외에 우리 가족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하여 가족 행사, 이벤트, 가족 운동회, 특강 등등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저자의 집은 아기가 태어나면서 무계획적으로 늘어나게 된 육아물품들과 기존 일상물품들이 뒤섞여 어수선하게 되자, 저자는 집안 공간을 활용하고자 물품 분류, 정리를 하였고, 특히 넓은 베란다를 활용하기 위해 보관용 물건들을 정리하여 공간을 만들고 나무데크를 깔아 맨발로 거실과 베란다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덕에 아기가 베란다로 뛰어나가 바깥을 구경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졌다.(p57)


아기랑 둘이 문턱에 꼭 붙어 앉아서 햇살이 좋으면 베란다 창을 열어 놓고 햇빛을 맞고, 비가 오면 비가 데크를 다 적실까 봐 데크에 수건 깔아 놓고 빗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다니는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하고 있으면 잔잔한 행복감이 차오른다.(p58)



육아를 하게 되면 먹을 것, 입을 것, 싸는 것, 노는 것, 자는 것 등 아기의 하루를 전반적으로 케어해야 한다. 그 중에 ‘동화책 읽어주기’도 있다. 아기가 잠자기 전에 읽어주거나, 낮에 눈이 초롱초롱할 때 읽어주어도 좋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어색해 하였다.


이상하게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기에게 재롱부리는 게 너무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야 잘하게 될지 상상도 되지 않아 절망적이었다. ... 그래도 나는 아기에게 아빠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아기가 듣든 말든 하염없이 책을 읽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는 내 앉은 다리에 엉덩이를 아주 깊숙이 넣고 앉아서 내 책 읽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 자신도 모르게 수십 가지의 목소리와 높낮이 변화, 강세 등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 뭐야? 나 왜 책 잘 읽지?”(p67)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며 내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낮엔 아내가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내가 퇴근하고 귀가한 후에는 아이가 잠자기 전에 책을 잔잔하게 읽어주곤 하였다. 아들은 한참을 넋 놓고 듣다가 저도 모르게 스르르 잠을 잤다.

그러다가 집에 있는 모든 동화책을 다 읽어주어서, 별 수 없이 재탕으로 읽어주게 되었는데 아들이 ‘다른 거’를 요구하였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을 하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비밀을 알게 되어, 나도 이렇게 해보기로 결심하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는 수학자 ‘루이스 캐럴’이다. 그가 속했던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학장의 딸이자 캐럴과 친분도 있던 ‘앨리스 플레전스 리들’을 위해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내어 들려주었다는데, 이 이야기를 수정하여 1865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출판하였다고 한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어린 왕자》와 《돌리틀 선생의 항해기》의 몇 몇 요소와 이야기 구성을 따왔고, 머리를 쥐어짜서 새로운 이야기를 재창조하였다. 그 때 만들었던 이야기는 《사막여우와 또이왕자의 모험》이었다. 첫 에피소드는 사막여우와 또이왕자가 만나게 된 이야기였는데, 아들은 눈이 똥그래져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당시 아이는 이 새로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지, “또, 또…”를 거듭했다. 그 다음 내용이 궁금했던 것이다. 내 기억에 아마 20여 편의 옴니버스 식 모험담을 밤마다 아이에게 들려주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즐겁고 창의적이며 재미있고 보람있던 경험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아기와의 스킨십, 육아에 대한 느낀 점, 어린이집 입학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육아가 익숙한 아빠를 거쳐,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인데 내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들이 이 작은 생명체(10개월된 아기)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p8)


누구나 아빠 혼자, 특히 ‘초보 아빠’가 10개월 된 아기를 홀로 육아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육아 초기에 ‘불안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초보 아빠 비긴즈》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행복’을 말하는 아빠가 되어간다.


부모님은 항상 ‘가족과 함께 맛있는 거 먹는 저녁’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p59) ... 아기가 돌이 지나고 하이체어에 앉아 가족 구성원의 한 명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할 수 있을 때쯤, 온 가족의 기대가 시작되었다. “이 흥겨운 가족 저녁 식사 자리에 저 아기 녀석도 드디어 동참하는구나.”(p61) ...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거 먹으며 웃고 떠드는 행복한 저녁 식사의 순간들이 아기에게 잔뜩 쌓이기를 바라본다. 세상 살다 보면 하루하루 매일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지는 않겠지만, 매일 있는 아주 작은 행복에도 감사해하고 하루의 소소한 행복을 음미하는 태도를 아기가 가지길 바라본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최고의 유산이, 아기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p62-63)


그리고 ‘익어가는 사랑’을 아는 아빠가 되어간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아빠의 사랑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게임 속 캐릭터가 각종 작은 몬스터들을 수십, 수백 마리를 사냥하면서 레벨업을 하다가 일정 수치에 이르면 다른 작업으로 전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기 똥을 수백 번 닦아 주고, 아기에게 사랑한다고 수백 번 말해주고 작은 아기의 손을 수백 번 잡아주고, 아기의 맑은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수천 번 만나면 그제야 ‘초보 아빠’로 성장하게 되는 거 같다.(p230)



지금껏 ‘초보 엄마 육아기’ 관련 책은 상당히 많다. 그에 더해 ‘초보 아빠 육아기’ 관련 책도 더러 존재한다. 《초보 아빠 비긴즈》는 아마 가장 최근간의 ‘초보 아빠’ 관련 책일 것이다. 읽다보면 재미있고 흐뭇하며, 아빠로서의 육아를 알게 되고, 이를 공감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특히 책 중간중간에 〈초보 아빠의 한마디〉, 〈아빠의 주먹구구식 요리법〉 등 유익한 팁도 포함되어 있어, 이 책을 읽으면 얻어갈 게 많을 것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이 책을 읽으며 예전 아들이 아기일 때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초보 아빠 비긴즈》는 육아의 부담감, 불안감에 사로잡힌 초보 아빠에게 유익한 책이면서도, 육아 시기를 다 보내고 난 엄마 아빠에게도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의 옛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의 타임머신’과도 같은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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