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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평점 :
솔직히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땐 왜 그리도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왕자’의 동심을 어른들의 세계로 들여다 본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는 역시 다른 거니까.
최근 들어 다시금 고전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베스트셀러 책들이 재출간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책이기 때문이겠지만, 두고두고 가슴 깊이
새겨둘 수 있는 어떤 깨달음을 갖게 한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역시 그런 경우다.
생택쥐페리 자신이 공군으로 활동했고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는 비행사를 했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 자신이라 할 수 있는 1인칭의 주인공과 어린
왕자의 대화 그리고 어린 왕자가 여행한 소행성에서 생겼던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나는 챕터, 챕터의 끝맺음에 항상 등장하는 이 말이 현재의
나를 두고 말하는 듯해 심란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아이들의 세계관에서는 항상 어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하는 존재다! 예전의 내가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왕자의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소행성에 존재하는 꽃과 왕과, 사업가, 주정뱅이, 허영쟁이 등의 어른들이 되어 다시 이 책을 읽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입장이 지금은 현실처럼 다가온다.
꽃의 거들먹거림과 누군가 곁에서 떠날까 조바심을 내는 왕이나, 언제나
숫자에 심취에 세고 있는 사업가나 아무도 봐주지 않는대도 늘 허영심으로 가득찬 허영쟁이나 모두 나의 마음 속에는 이미 자리하고 있는 그 무언가다. 어린 왕자는 그런 것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모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오로지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말할 뿐이다 다른 이의 의견은 상관없다. 오히려 귀찮아할 뿐.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귀찮을 정도로 질문해대던
어린 시절 엄마는 이제 그만 물어보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조카에게 한 일은 어린 시절의 나처럼 거절당하는 아이의 모습이 싫어 쉬지 않고 질문하는 그 아이의 질문을 힘들어도 끝까지 받아주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건 내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랬을꺼라
생각하는 건지도)
무한한 상상력의 어린 왕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이야기를
하는 대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어른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것이 사실은 진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일깨워준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려주고 언제나
같이 하는 것들이 결국은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길들이다. 관계를 맺다, 친구가 되다.
모두 누군가와의 관계망 속에 얽혀지는 말들이다. 사막 여우를
만난 어린 왕자는 여우가 말하는 길들이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상대방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막여우 역시 처음엔 어린 왕자인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우의 말대로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은 어린 왕자를 익숙하게, 여우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길들여지고 익숙해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인간 사회의 관계망이며 소유물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이제까지의 어른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을 사막여우는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관계를 맺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중요한 것이라며 일깨워준다.
어린 왕자의 꽃도, 사막여우와의 만남도 결국 길들이기이다. 어린 왕자와 주인공과의 만남도 그러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길들인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게도 소중했던 것들이 정작 쓸모 없어질 때가 온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피식 웃을 때가 있다. 그땐 왜 그렇게 이 작은
것이 그렇게나 소중했던 것일까 라고.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
아이들의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도
소중했던 그것들이 점점 어른이 되면서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저 멀리 사라진다.
어쩌면 상상력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다. .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 마음을 다해 지키는 것, 마음을 다해 간직하는 것. 그런 것들이 언제까지고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른들의 세계관을 지닌 우리에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화. 그것이 ‘어린왕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