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크툼’의 사진현상학 - ‘파토스’로 체험하는 영상매체미학
김화자 지음 / 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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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크툼의 사진 현상학은 롤랑바르트의 푼크툼에 대한 해석을 현 시대에 맞게 구체적인 이론적 근거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다.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의 글을 세분화해 시각, 기계적 시각, 기호, 시간, 욕망, 푼크툼으로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사진과 시각에서는 인간의 시각적 체계 속에 사진이 어떤 식으로 대상을 지향하며, 어떻게 응시해야하는지를 묻는다. 리오타르의 대상이 저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예로 들며 저자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사진에서의 사물은 사진가에 의해 겨냥된 의미체로 사진가의 카메라 앞에 절대적으로 현존하며 촬영자의 의식작용이 지향했던 노에마의 흔적이라고 본다. 또 주체와 대상, 능동과 수동의 경계가 불투명한 응시의 존재론적 특징을 나르시시즘에 근거해 말하는데 응시는 절대 편향적이지 않으며 대상과 시각의 상호성 속에 사진가 자신의 시선은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일 수 있는 존재론적 의미로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장인 사진과 기계적 시각에서는 사진의 고유한 매커니즘인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가 인간의 특권이었던 관찰자의 시선을 분리시킴으로써 질서 정연한 외부세계를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광학장치로써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또한 사진이 현실의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반사하는 것을 사진사가 바라보기를 멈추는 순간이 그의 그림을 특징짓는 순간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의 사유만을 재현한다는 관념론까지 상호작용 속에 생성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특히 푼크툼과 스투디움을 발생시키는데 실재 존재하는 것의 부정할 수 없음에 현존의 증명서인 사진은 스투디움일 수 밖에 없으므로 모든 코드화 된 것은 스투디움이라 말한다. 반면 현상학자인 메를로퐁티의 말처럼 세계란 지각하는 주체와 지각대상의 지향적 관계 속에서 출현하는 직접적인 경험을 발견하는 곳으로서 현상의 장이라 하는데, 사진 촬영은 현상의 장에서 지속을 내포한 시간적 지평과 보이지 않는 측면들을 지닌 공간적 지평에 놓여있는 대상을 순간적으로 분리해 정립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사진에서의 푼크툼은 언제나 불투명함과 애매성을 지닐 수밖에 없으므로, 관람자의 상상하는 시선의 의식을 보충하며 시야 밖의 미묘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장이라 보았다. 바르트의 말처럼 푼크툼은 찔린 자국, 작은 구멍, 작은 얼룩, 작게 베인 상처이고 주사위 던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장은 기호학자였던 바르트의 입장에서 소쉬르의 기호학을 근거로 사진의 기호와 의미를 해석한다. 아날로공으로서의 사진은 실제 대상과 닮아있으므로 지시 대상에 대한 시각적 정보, 기호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 기호들은 코드화된 도상을 토대로 사진가의 개입에 의해 문화적으로 코드화된 것이자 상징화된 어떤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실제와 연결된 지시대상을 가리키며 물리적인 인과관계로 실재의 자국으로서의 사진을 고찰하나 하나의 기표로 확실한 기표에서 늘 다른 것을 볼 수 있으므로 사진의 특성상 지시대상에 코드가 들러붙지 않거나 볼 수 있는 것만 보여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진은 대상과 닮아있고 거기에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현전-공현전을 말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장에서는 거기-있음’, ‘그곳에-존재-했었음의 의식을 요구하며 즉각적 장소와 이전의 시간이 맞물리는 층위 사이존재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간은 필연적으로 존재했던 과거이자 현재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이자 과거 거기그 어느 것에도 머무르지 않고 그 사이의 기이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것은 어떠한 흔적으로 존재하며 실제 존재했던 지시대상이 온전히 사진으로 실재할 수 없는 틈, 즉 존재의 결여를 내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바르트의 어머니의 <온실> 사진을 토대로 존재했음의 시간에서 기인한 푼크툼은 역사를 통해 이미 죽었고(사라졌고) 죽을(사라질) 것을 잘 보여주는 시간의 압도가 존재하는 역사사진이라 말한다. 그 사진에는 흘러가는 시간을 단절, 균열을 일으키는 시간의 이음매로 인해 그 틈을 해체하고 잃었던 타자와의 조우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온실>사진을 예로 들며 이미 존재했던 것은 사라지며 남긴 시간의 압도가 새긴 강렬한 상흔의 효과가 파토스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또한 사진을 통해 우연히 실재와의 만남(Tuché)이 가능해지지만 어떤 상실한 것으로 인해 어긋날 수밖에 없으므로 바르트는 그럴 때 공백이 생겨난다고 했다. 또한 어머니 그 자체, 자신의 의식과 욕망으로 변형, 왜곡되지 않은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 장소로 꿈을 예로 든다. 꿈은 무의식 안에서 잠재의식적인 것으로부터 소환되어 검열을 거쳐 거부된 것억압된 것에 의해 구성되므로 균열 및 결여를 뜻한다. 언제나 과거의 외상 스트레스의 경험을 반복하기 때문에 프로이트의 쾌락 원칙을 넘어서에서 언급하는 반복 강박이야말로 라캉의 반복적으로 회귀하는 실재와의 우연한 만남이자 간극이다. 그것은 이성적인 관찰자의 시선에 의해 온전히 규명할 수 없는 대상a’를 내포하기 때문에 주체의 눈과 분열된 응시는 언제나 일치불가능하다. 라캉의 대상a는 늘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응시의 범주에서 바라본다. 라캉은 또 응시의 주체를 욕망의 주체라 주장하는데 가시적인 시각 장에서 응시는 주체로부터 분열되어 대상이 될 때 상실한 어떤 것, 즉 대상a가 되며 빛을 구현하는 도구, 즉 카메라가 되어 주체는 카메라에 의해 사진에 찍히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작가의 창작이란 상실한 대상a‘의 무의식적 욕망이 내려앉아 볼거리를 만들어 작품에 불투명한 영역을 만드는 데 그것이 바로 투케이며 밝은 방이자 카메라루시다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메라 자동장치의 반복적 셔터행위는 무의식적인 광학적 응시에 의해 주체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이자 즉 상실한 것과 조우해 존재했던 것을 복원하려는 충동행위라 말한다.

 

마지막장에서는 다시 푼크툼을 언급한다. 사진은 실재와의 만남을 가능케 하나 기호, 의미의 그물망을 통과한 사진에는 사라지고 상실한 이 존재하므로 ;초과적인것의 발생으로 푼크툼의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이것은 주사위 던지기와 같은 우연이며 사토리‘, 공의 지나감을 야기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푼크툼이 꼭 항상 즉각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잠재적인 상태로 존재하다 갑자기 파토스를 일으킨다. 그것은 또 틀 안의 시야를 벗어나 가려진 시야로 안내한다. 저자는 또 할 포스터를 인용하며 사진의 고유한 특징이 부동성에 존재한다고 보고 사진이 주는 충격으로서의 푼크툼사진의 시제가 죽음충동의 논리를 보여주기 때문에 푼크툼의 감정과 언캐니;가 상관적이라고 말한다. 프로이트에게 두려운 낯섦은 공포이자 극도의 불안이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고 친숙한 것이나 이상하게 불안감을 주고 공포를 주는 것으로 변할 수 있는 상태라 말한다. 바르트 역시 실재와 죽음이 공존하는 사진에서 체험되는 푼크툼이야말로 두려운 낯섦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때에 따라 리오타르와 칸트의 숭고개념을 끌고와 숭고를 부정적인 이성개념의 현시라 명명한다. 곧 숭고란 모든 이성적인 것을 초월하는 감정으로서 충격효과를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바르트의 말을 빌려 사진가라면 광기적인 것이 되어야 할지, 실리에 밝은 것이 되어야 할지이중 두길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학술서에 가까운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긴장하게 되는 책이었다. 외람되게도 사진 입문자가 읽기에는 많이 어렵다고 생각될 듯하다. 책 한 권에 수많은 다른 책의 내용들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롤랑바르트의 밝은 방한 권만을 읽는 느낌이 아니다. 이 책에 인용된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 초보자들 역시 접근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학이나 이론서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기꺼이 이 책에 시간을 할애하며 탐독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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