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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닉 케이브가 누구인지, 어떤 경력의 작가인지 궁금해서 책 표지 안쪽에 적힌 약력을 읽었다. 1957년생의 호주 출신 뮤지션이며 1989년 우화소설 ‘And the ass saw the angel'을 발표한 후 20년 만에 쓴 장편이 ’버니먼로의 죽음‘이라는 이 책이다.

일반적인 독서행위는 작가가 새로운 인물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독자에게 펼쳐 보이고 자신의 주관에 따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 또한 이런 고정관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이든 처음 부분은 작가가 대개 친절하게 등장인물의 성격묘사나 전개될 내용의 단초들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19금이라든가 에로소설이라는 특정 표시가 없는 한 등장인물이 욕을 한다거나 성적으로 무절제한 행위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총3부 중 1부 ‘난봉꾼’에 나타난 주인공은 도덕적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인간쓰레기나 성도착증 환자에 가까웠고 내용 또한 에로소설과 맞먹을 정도의 성적묘사와 외설용어가 난무하여 무척 당황하였다. 자살한 아내를 둘러싼 아내의 친구들과 자살의 원인이 사위라고 확신하면서 그를 벌레 보듯 하는 장인, 장모 등을 통해 주인공 버니는 난봉꾼 수준이 아니라 인생패배자 그 자체였다. 유일하게 그를 신뢰하고 있는 사람은 버니 자신의 친구와 상사 그리고 제대로 이름도 붙이지 않은 아들 ‘아이’ 정도이다. 특히 ‘아이’는 9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빠를 보호하려는 의젓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다소 읽기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본능적인 호기심이 발동하여 요상하고도 기괴한 버니라는 인물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뭔가 있을거야’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계속 읽었다. 아내의 장례식을 끝으로 1부가 끝나고 아들과 함께 짐을 챙겨 2부로 넘어가면서 부자지간의 드라마틱한 감동이야기를 기대했다. 새롭게 태어나는 아버지와 이런 아버지의 변신에 일등공신역을 맡은 아들이라는 다소 전형화된 러브스토리로의 전환을 기다리면서 계속 읽었다. 기대는 깨어질수록 더 큰 감동이 온다는 독서경험에서 얻은 진리가 물거품으로 변해갔다. ‘그래도...’ ‘그래도...’라는 아쉬움은 2부가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지만 3부의 버니의 병든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서까지도 (이제 책은 거의 끝나갔다.) 실험소설과 같은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정신파탄자인 버니와 그의 아버지 이야기는 쫓겨 나오듯 아버지의 집에서 나오는 버니와 손자 ‘아이’의 뒷모습을 휑하니 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마지막 장면은 버니의 환상으로 지금까지 자신을 거쳐간 인물과의 이상야릇한 (나이트클럽에서의 몽환) 해후와 화해로 끝이 났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다.

아무리 교훈적이고 권선징악을 내세우는 고전 신파소설류가 싫고 따분하다 해도 이런 계통이 불분명하고 치열한 인물의 내면이나 혹은 활달한 외적 인생살이가 부재한 소설을 읽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단 한가지 의의를 두자면 이런 비정상적 인물과 엉성한 글의 전개는 다른 소설을 읽을 때 별반 보잘 것은 없지만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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