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태오 지음 / 부크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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찮다는 위로가 너무 흔해진 세상에서

누군가는 이제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정말로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이 정말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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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될 거라고.

정말 잘하고 있다고 전하는 말 한마디.


말뿐인 위로일지언정

위로받지 못하는 마음보다야

위로 받는 마음이 낫다.


말뿐인 응원일지언정

그렇게라도 당신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면

백 마디 말이라도 건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말해도 사실은 괜찮지 않다.


어떤 때는 그렇게 말하면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정말 괜찮은 것 같은

내가 정말로 괜찮아진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괜찮아에는

괜찮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책에 담긴 본문의 메시지처럼

'나를 내버려두지 말라는'

'나를 떠나지 말아 달라는' 말에 더하여

나를 좀 안아달라는,

힘듦을 좀 알아달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괜찮을 거야. 괜찮아질 거야. 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정말 그럴 것만 같아서,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에 위안을 얻곤 한다.


책 속에 담긴 여러 말들을 함께 하며

그러한 위안을 얻곤 했다.


어떨 때는 지난 기억을 떠올려 찡그리게 만들었지만,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로 가슴 아프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 뒤에 담담히 건네는 위로와 응원에

또 한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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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말들이 많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그랬다.


살다 보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날이 있다.

무엇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끝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

그럼에도, 정말 괜찮지 않음에도 가면을 써야되는 그런 날.


그럴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힘듦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산다는 게, 살아간다는 게

참 힘든 요즘 세상이다.


잘 될 거라 말해도,

괜찮다고 말해도, 

다 지나갈거라 말해도

힘듦을 겪고 있는 이에겐 그저 지나가는 위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런 말이라도 건네지 않으면

정말로 버텨내기 힘들 것 같은 그런 세상이라서

이렇게 응원하는 책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힘들어도, 버거워 주저 앉더라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주는 누군가 있다면

손을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책의 마지막을 맺으며

행복이 당신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응원과 용기를 얻는 모든 이들의 곁에

언제나 행복이 머물렀으면 좋겠다.


크기에 상관없이 곁에 머무는 행복이

다시 한걸음 나아갈 힘이 되었으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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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거지를 찾습니다
홍선주 지음 / 한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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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역 근처에서 출몰하는 꽃거지


그를 찾아나선 의연에서 자신도 찾고 있다며, 대학생 건우가 동행을 제안한다. 

목격되었다는 주변을 건우와 함께 다니며 

의연은 자신의 지난 기억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꽃거지의 흔적 대신 자신이 잊고 있던 사실까지 기억해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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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거지를 찾는 두 사람.

그리고 과거의 기억들.


180이 넘는 키에 모델 몸매.

원빈과 이민기를 섞은 듯한 꽃미남.

절대 구걸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와 도도한 눈빛.

그 이름하여 꽃거지.


꽃거지를 찾는 의연에게 동행을 제안한 건우.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던 그에게 집요하게 물어보자,

그는 영혼과 얘기할 수 있는 영매탐정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놀라운 능력(?)에 의연은 과거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고,

건우와 함께 할수록 지난 기억에 연결된 후회가 뒤따른다.


건우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 의연은

한 카페에서 들려온 이야기에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기억하게 된 그것은

의연이 그 사건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의연과 건우, 그리고 꽃거지.

세 개의 선이 맞닿은 곳에서의 기억.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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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이야기 속에 담긴

충격적인 기억의 저편.


꽃거지를 찾는다는 제목과,

꽃거지를 찾아다니는 이야기의 시작에

두 사람이 함께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반전의 힌트는 표지에 있었다.


표지에 있는 아이들의 실루엣.

의연이 선생이기 때문에 담긴 건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잊혀져선 안 되는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불운한 일.

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할 끔찍한 사건.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다소 민감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싶었는데,

영매탐정이라는 건우와의 만남을 통해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를 건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임을,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연은 건우를 통해 깨닫게 되며 지난 잘못을 되뇌인다.


그 과정에서 '꽃거지'는 그냥 잊혀져버려서

그 부분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꽃거지'는 끝끝내 찾지 못했는데,

꽃거지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이자,

의연이 신림역 주변을 맴도는 이유로만 사용되어서

에필로그에서라도 그 부분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아이들의 다큐멘터리 작품.

'꽃거지를 찾습니다.'

선생님을 기리며 아이들이 작품을 공개하고,

그 장소에서 건우가 영화를 보는 엔딩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책의 겉표지 안쪽이 영화 포스터이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여러 메시지를 담아내어 좋았던,

떠나지 못하는 이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꽃거지를 찾습니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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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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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있는 할아버지, 젠지로.

단지 경비원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말하자면 이곳은 자살 명소다.

지은지 60년이 넘은 오래된 단지.

삶보다는 죽음과 가까운 이곳에

미카게는 언니와 함께 남겨졌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엄마는 남자와 함께 도망갔다.

괴롭힘을 피해 야간 학교를 다니고, 빵 공장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밤에 일을 나가는 언니와 함께 매일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던 미카게의 일상에 단지 경비원을 자처하는

한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미카게의 이름을 계속 부르더니,

마지못해 나간 그녀에게 대뜸

오늘부터 경비 일을 하는 거라고 말한다.


어쩌다 보니 빵과 포카리 스웨트가 들어있는 배낭을 메고

젠지로 할아버지와 함께 B동의 단지 경비를 하던 미카게는

이 일을 하다보면 시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체를 보고 싶은 소녀, 미카게.

마음을 읽는 듯한 할아버지, 젠지로.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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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는 것, 이야기를 듣는 것.

그리고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미카게의 순수함에 걱정이 되는 한편,

그녀의 곁에 좋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카게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언니, 나나미.

야간학교에서 비로소 만나게 된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 무짱과 구라하시.

빵 공장 아르바이트에서 종종 봉지에 빵을 챙겨주는 나가사카.

단지 경비원을 하자며 무작정 끌어들인 건 줄 알았더니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도움을 주고 있었던 젠지로까지.


자살 명소라 불리는 낡은 단지에서

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천식 때문에 약한 몸을 탓하며 꿈이라는 것을 꾸는 것보단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하고 싶었던 미카게에게

단지 경비원은 하나의 전환점이자 활력소가 되었다.


사람이 죽으면 썩는다는 것을 알게 되며

시체를 보고 싶은 것이 처음 가져보는 욕망이었으니까.


혼자 사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찾아가

생존 확인을 하고 때로는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며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던 지난 날을 벗어나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꺼내기 시작한다.


젠지로 할아버지는

미카게의 마음에 드리워진 그늘을 보았던 걸까.

아니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던 마음의 짐을

그렇게라도 속죄하고 싶었던 걸까?


순수하기만 했던 미카게의 변화가

급격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더 좋았다.


만약 급격하게 똑똑해지거나, 냉정해지거나,

그렇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오히려 현실성이 없다고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언니, 나나미가 하는 일이 데리헤루 라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화를 낸다거나, 짜증을 내는 대신

용기를 내어 언니에게 진심을 전하는 장면은

미카게가 단지 경비원을 하면서 바뀌게 되었음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젠지로 같은 할아버지가 주변에 있다면

나나미 같은 언니가 곁에 있다면

무짱과 구라하시 같은 친구가 가까이 있다면

변화를 맞이한 미카게의 앞날은

이제 죽음보단 삶에 더 가깝지 않을까.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던,

그래서 더 좋았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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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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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던, 그래서 더 좋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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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크림빵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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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자은.

그녀는 왜 죽음을 맞이했을까.


지방대의 국어국문학과.

404호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교수가 죽었다.

화장실 변기통에 머리를 박고.


자극적인 사건에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명복 대신 조롱 섞인 비평을 내뱉었다.

뭘 얼마나 먹었길래. 괴물처럼 살이 쪄서. 토하다가 질식해버렸대.


그녀의 죽음에 싫은 소리 하나 하지 않는 건

그녀의 첫 제자인 이종수와 그녀의 마지막 제자인 정하늬 뿐이다.


충실한 조교로 9년이나 그들의 노예가 되어버린

종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허자은과 대학 교수의 비리.


아웃사이더에 할 말 다 하던 학부생에서

종수의 뒤를 이어버린 하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허자은과 권력의 추악함.


그리고

착한 딸이고 싶었던,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그래선지 뻥 뚫려버린 구멍을 메울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그 방법을 찾으려 했던 자은의 이야기까지.


그녀를 죽게 만든 건 대체 무엇일까.

낡디 낡은 그녀의 노트북에는 어떤 단서가 담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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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허자은의 이야기지만,

허자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감상평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이 이야기를 뭐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


재미로 보자면,

이 소설은 재미있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둑한 분위기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부패와 조롱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야기 천지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채울수록 더 허기지는 구멍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내뱉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작가의 말에선 이렇게 말한다.


달콤한 세계를 동경하며 다가갈 때의 두려움과

그 세계가 부패해 있는 걸 목격할 때의 놀라움과

자신이 그 세계의 일부가 되었음을 인지할 때의 구역감.

그렇게 완성되는 수치심의 삼각형 밖으로 탈주하고자

그은 선분이 이 소설이라고.


정말 그런가, 싶은 반면

허자은이 동경한 건 그게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게 견디고 견뎌냈음에도

또 다시 찾아온 허기와 수치심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는 건 동의하지만.


세 명의 이야기 중에

허자은이 자신의 삶과 허기를 풀어놓은

허자은 이야기가 집중하기에 가장 좋았고,

그 다음이 정하늬, 이종수 순서였는데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이종수 이야기가

어째선지 가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허자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

첫맛부터 끝맛까지

크림빵의 달콤함보단 라일락 꽃잎의 쓴맛이었던,

읽는 이에 따라선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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