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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ㅣ 잠 못 드는 시리즈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9월
평점 :
미술은 잘 모르지만 미술관이 주는 특유의 분리감,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고요하고 흰 이미지가 좋아서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정동길을 거닐다 서울 시립미술관에 들어가 전시회 보고 그 뜰에 앉아 광화문, 시청 일대가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동물원 옆 미술관인 과천 현대 미술관의 널찍한 뜰의 조각상들, 실내의 웅장하고 고전적인 느낌이 좋았다.
또한, 도쿄는 미술 혹은 미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작은 많은 미술관, 그리고 무척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레파토리들로 연중 심심할 틈이 없다. 이젠 꽤 오래된 건물로 인식되지만 롯폰기의 고층에 자리잡은 모리 미술관은 작품을 봐야 할지, 통유리창 밖의 야경을 봐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로 공간 자체가 멋지다. 여의도 같은 분위기의 빌딩가인 신주쿠 서쪽 출구에 위치한 솜포재팬은 고흐의 해바라기를 소장하고 있어 장맛비 쏴쏴 내리던 날 굳이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바깥은 회색빛이지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갤러리 조명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좋아하기에 더욱 잘 알고 싶고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잘 모르면 기껏해야 색감이 아름답거나 사실적이고 웅장한 묘사이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그림들 외엔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는 가벼워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선사시대에서부터 현대 미술 직전까지 철학, 신화, 종교, 시대상, 미학 등 인류의 전 분야를 망라하여 미술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인문학 서적으로 손색이 없었다.
미술 하면 보통 보편적으로 많이 알려진 인상주의, 고전주의 정도를 떠올리는데 동굴에 소를 그리던 선사 시대부터 인간에게 표현의 욕구가 있었었고 주술의 의미를 담은 벽화들도 엄연한 미술 작품이라는 것을 배웠다. 인간의 문화의 산물이므로 그 시대의 인간들의 정치사상, 사회제도가 미술작품에도 반영되어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가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깊이있지만 어렵지 않은 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인물 중심, 즉, 화가 중심으로 미술을 바라보면 더욱 다채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미술을 더욱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앞으로도 공부할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