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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평점 :
오랜만에 읽은 가키야 미우 작가의 책이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가만의 독특한 발상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진정 발군이다.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에서 사회 이슈는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일반소설로 풀어낸 것이 대단하다.
저출생대책으로 국가 주도의 추첨맞선정책이 도입된다는 전제이다. 결혼 문제를 논하고 있지만 다 읽고 나서의 감상은 각 개인의 성숙과 독립에 관한 성장소설의 의미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알코올 중독, 폭력 남편으로 인해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남편 사후에 딸에게 의존하며 딸을 정신적으로 옥죄고 지배하려는 중년여성과 그 엄마의 인생의 무게에서 벗어나고픈 간호사 딸.
자수성가한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딸과 함께 해외여행, 쇼핑만이 낙인 부잣집 마나님과 낙하산으로 입사했지만 일의 보람도, 삶의 보람도 찾지 못하며, 멋지고 돈 많은 남자 잡아서 호의호식하며 친구 같은 엄마와 하하호호 지내는 게 꿈인 그 딸.
그리고 오타쿠 3인조. 인기는 없고 연애는 책으로만 배웠지만 본심은 착하고 배려심 있는 남성. 그러나 그 역시 부모와 동거하며 엄마가 신변의 모든 것을 챙겨준다.
이런 그들의 삶을 180도 뒤집어놓은 것이 추첨맞선법. 세 번 거절하면 테러박멸대에 입대해야 하기에 온갖 전략이 난무한다. 거절하고 거절당하며 점점 낙오자들만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각자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 즉, 진부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깨닫고 사필귀정, 자기가 찾아야 할 상대에게 골인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 각각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다. 의존은 사람을 숨막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관계를 파괴하는 것 같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눈에 들어왔던 부분이다. 결혼을 얘기하지만 결국은 성숙한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적인 삶을 제시해준다. 참 멋진 시각이다.
작가의 상황파악능력, 예측 능력, 인간에 대한 통찰력 정말 끝내준다. 누구도 처해보지 않은 이 상황들에 대해 각기 다른 양상으로 대처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인간에 대해 콕 꼬집어내는 이 대사, 아 정말 김수현 작가 이상이다. 이런 살아있는 캐릭터들, 기상천외한 사건, 얘깃거리가 있는 시사성으로 인해 드라마화에 성공한 것 같다.
세 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는 필력 속에 두고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이가 담겨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작가이지만 1959년생 관록 있는 여류 작가이다. 앞으로의 번역서 발간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