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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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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교장은 아이들이 해방구 출입구에 만들어놓은 미로에 갇혀 있습니다. 물을 뒤집어쓴 교장은 속옷까지 흠뻑 젖었습니다. 그런 교장을 내려다보며 아이들이 말합니다. 

"당신은 학교 복도에서는 오른쪽으로 조용히 걷고 모퉁이에서는 일시 정지하고 좌우를 보고 나서 직각으로 돌라고 했지. 우리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당장 그만하게 해. 복도는 우리의 해방구란 말이야." 

그러자 교장이 말합니다. 

"복도를 바르게 걷는 것과 도로를 바르게 걷는 건 같은 거야. 내가 너희를 위한다는 것을 좀 더 알아주기 바란다." 

그렇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아이들의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해방구의 아이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모든 게 다 우리를 위해서란 말이지...... 그럼 당신은 그런 일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단 말이지?" 

"나는 신념을 가지고 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교장의 답변처럼 어른들은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은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말인데, 아이들은 그걸 잔소리로만 여기니 어른들은 답답할 뿐입니다.  

그런데 천천히 돌아봅시다. 과연 어른들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 신념이 편견이나 고집에서 나온 건 아닐까요. 아이들을 위한다는 그 신념이 도리어 아이들을 망쳐버리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요.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사춘기에 접어든다고 하네요. 그때만 되어도 이미 아빠와는 대화가 되지 않으며 엄마의 말도 모조리 잔소리로 여깁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한다는 그 신념으로 밀어붙이기만 할뿐 아이들과의 관계개선에 어떤 노력을 어떻게 기울여야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들과 전쟁을 선포하게 된 겁니다. 도쿄의 중학교 1학년 2반 남학생이 종업식날 모두 사라져버린 겁니다. 아이들은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그들은 동네의 빈 공장에 모여 아이들만의 세상을 만듭니다. 이른바 ‘해방구’가 그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었지만 결코 만용을 부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해방구'를 준비하는 과정과 해방구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를 보면 그 야무진 일처리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해방구에 '갇혀'서도 유괴범을 찾아내는가 하면, 범인을 불쌍히 여겨 멋지게 부모와 경찰을 속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와 선생은 왜 잔소리를 해댄 걸까요. 이렇게도 똑똑하고 믿음직하고 빈틈이 없는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그런 사실은 꿈에도 알리 없는 어른들은 '해방구'를 암적인 존재로 여기고 그것을 격파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부모들도 이 중학생들의 '해방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청소년 소설에서 어른들을 싸잡아 바보로 몰아가기는 쉽습니다. <우리들의 7일 전쟁>은 20년 전의 소설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인기의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소설의 디테일에 있지 않았나 싶네요. 어른들은 나빠요! 하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벌이는 모험에 계획이 빈틈없고,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성이 모험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문득 아이들을 믿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믿고 맡기면 아이들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냅니다. 그런데 오늘날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다는 그 신념'으로 아이들 입에 밥 숟가락까지 넣어주며 이번엔 이것 먹고 다음 번엔 저것 먹어라, 하는 식으로 관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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