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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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났다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산이에겐 자장면 한 그릇 먹는 일도 모험입니다.  

산이는 자장 괴물이 되어 자장 나라를 모두 먹어치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 눈에는 자장으로 난리가 된 산이 옷이랑 식탁만 보입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게 되지요. "제발 얌전히 좀 먹어!" 

산이는 자장범벅이 된 얼굴을 씻으러 목욕탕으로 갑니다. 

비누를 만지니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올라요. 산이 눈에는 그것이 거품 나라로 보입니다. 

산이는 또다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지만 엄마 눈에는 위험한 장난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소리를 지릅니다.  

"목욕탕에서 놀다 넘어지면 큰일 난다!" 

산이는 그림을 그려보는데, 종이가 금방 그림으로 가득 차요. 이내 그림은 방바닥으로 벽으로 넘쳐납니다.  

이걸 본 엄마가 또 소리를 지릅니다. 

"이게 집이야, 돼지우리야!" 

엄마는 엄마 입장에서 할 말을 한 거지요. 그런데 산이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손발이 후들후들 떨립니다. 엄마의 불같은 화가 휩쓸고 간 자리에 산이가 사라졌어요.. 

엄마는 산넘고 거품 호수를 건너고 절벽에 이르는 여행을 하며 산이를 찾아보지만  

후루룩이와 부글이와 얼룩이만 만났을 뿐이에요. 

엄마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자 산이가 엄마 치마폭에서 나타납니다. 

이제 엄마는 엄마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산이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작아지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산이에게 사과를 하지요. 

하지만 아마도 내일이면 엄마는 또다시 화를 내게 될 겁니다. 산이가 자장면을 흘리고 비누 장난을 칠 때 엄마는 또 불같이 화를 낼 거예요. 아이와 엄마는 서로 다른 세상을 사는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