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인터뷰어, 김수행 대담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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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시장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알아야 하며, 시장이 모든 경제 문제를 대다수의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느가를 살펴야 하고, 시장이 정부의 개입 없이 자기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느가를 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IMF 이후 사회적 분위기는 시장예찬론으로 넘어가버린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시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하시는지요? -130쪽

김: 시장에 상품이나 화폐만 있을 수는 없어요. 시장이 혼자서 있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하나의 법규가 있어야 돼요. 시장에는 정부가 개입을 하게 되어 있다구요. 그게 법적인 개입이든지, 어떻든지 말이에요.-130쪽

가령,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안내면 잡아내야 할 것 아녜요? 사기를 쳤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구요. 이렇게 보면 시장이라고 하는 곳은 언제나 정부가 개입을 하고 있다고 봐야 돼요. 시장과 정부를 대립시키는 것은 말이 안 돼죠. 그런데 주류경제학자들은 시장과 정부가 완전히 별개인 것처럼 얘기하고, 규제를 없애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처럼 얘기하니까 문제가 생겨요.-131쪽

지: 미국경제나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김: 미국경제는 당분간 상당히 어려워질 것 같아요. 자기네가 영향력을 잃어가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겠죠. 저는 한미FTA 문제도 미국경제가 영향력을 잃어가니까 정치적으로 예속되었다고 생각하는 한국에서 득보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는 대다수가 자꾸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우선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는 복지국가 쪽으로 가야되고, 그 다음엔 남북한 관계의 긴장을 해소해야 합니다.-272쪽

그러면 무기를 사올 필요도 없잖아요. 남북 긴장 때문에 생기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없애 버리고, 북한과 화해하는 방향으로 가야 우리 사회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273쪽

지: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려면 미국의 역할이 크지 않겠습니까? 절대적일지 어떨지는 몰라도 방해를 하면 힘들어지고, 도와준다면 좀 편해지는 것은 사실일 텐데요.

김: 우리는 이제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인 노선을 취할 필요가 있어요.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어요. 한미FTA를 해버리면 완전히 미국 체제로 포섭됩니다. 저는 이런 생각도 하는데요. 한미FTA가 미국에서는 부시 있을 동안에는 하기 힘들잖아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기도 힘들고, 우리 쪽에서도 통과되기 힘들다고 봅니다.-274쪽

그렇다면 우리가 조금은 더 자주적으로 해야 된다고 봐요. 미국에 민주당이 들어서면 농업, 자동차, 서비스 이런 문제를 걸고 한국에 양보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한미관계라는 것이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는 중국의 시각도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옛날과 다르게 봐야합니다. 국제적인 시각을 가지고,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식으로 새롭게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274쪽

지: 한국이나 미국이나 한미FTA를 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한 것 같은데요. 어떤 형태로든 통과되지 않을까요?

김: 한미FTA 기본 정신과 법체계가 곧 미국의 체계입니다. 우리 체계는 아닙니다. 그게 통과되면 남한에서 민주화 운동이라고 할까, 서민들이 주체적으로 뭘 주장한다고 해도 한미FTA 때문에 억제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구요. 한미FTA라는 협정 때문에 국내의 민주화 운동이 엄청나게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미FTA가 한국의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한 번 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새로운 요구조건이 더 많아질 거니까요.-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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