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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를 위한 지브리 스토리텔링 - 캐릭터부터 주제까지, 지브리로 배우는 마법 같은 이야기 쓰는 법 스토리텔링 비법 시리즈
이누해 지음 / 동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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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향하는 이상향은 필연적인 실패를 전제로 한다. 얼마나 자유로운 말인가.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그와 같은 세계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 실패의 과정이 바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이다.

 

지브리 스토리텔링의 저자 이누해님이 미국의 MC 코난 오브라이언의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식 축사 연설을 참조해 표현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실패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말은 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카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자신만의 풍부한 세계관을 만들고 세상에 따뜻한 이야기로 되돌려주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지 말이다. 실패의 두려움을 잊고 도착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나는 이와 같은 서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특히나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지브리 작품을 통해 스토리 창작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벼랑위의 포뇨>, <붉은 돼지>, <하울의 움직인는 성>, <이웃집 토토로>,<천공의 성 라퓨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놓치지 않고 관람했다. 내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을 가는 건 픽사와 지브리 뿐이다.

 

지브리 스토리텔링 책의 주된 목적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분석해 자신의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책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이 독창적이라 해도 그것이 새로운 창조에서 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는 기존의 것 위에 확장된 자신의 시각을 담아 재창조하는 과정이 창작자에게는 필수 과정 중 하나라는 뜻이다.

 

책에서는 스토리에서 중요한 인물과 사건, 구조와 세계관, 표현과 주제 등 10개의 챕터로 나눠 분석을 해놓았다. 그동안 다양한 스토리 작법서를 보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직관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각 챕터마다 세부 정보에 대한 요약과 실전연습이 함께 있어 즉각적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연습하고 대입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고, 주인공의 성격, 매력, 특징 등을 잡아 적어보는 연습은 창작자의 길에 한 발 다가서는 느낌을 갖게 한다.


2장 아이디어 부분에서는 기획과 이미지 보드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의 공정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도표로 시각적으로 전달해 주는 방식도 도움이 많이 됐다. 영감을 빠르게 캐치하기 위해 1. 빨리 그리고, 영감을 자유롭게 발산시키기 위해 2. 많이 그리고, 상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3. 반복해서 그리는 법은 그림을 그리는 내게 꼭 필요한 방식이기도 했다.

 

7장 지브리의 구조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7장에서는 스토리 구조를 이루는 3막 구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브리 스토리를 분석한다. 서구에서는 지브리가 서양과 다르게 동북아시아 특유의 기승전결 구조를 따른다고 주장한다고 하니 서양과 동양의 스토리 구조를 분석하는데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지브리 스토리텔링 책은 가장 중요한 스토리의 주제에 대한 설명까지 놓치지 않는다. 스토리의 가장 핵심인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와 같은 주제의식을 스토리에 조화롭게 녹여 관객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그림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창작하고 싶은 꿈이 있다. 나처럼 자신의 세계관을 그림으로든, 글이로든 창작으로 표현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활용해 보길 권해드린다.

 

이 책을 보고 나도 그림이 들어가는 단편을 시도해볼 작정이다.


※ 도서는 동녘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상상‘과 ‘발상‘을 통해 스토리가 된다.이 두 개념의 정의를 분명하게 짚고 가자. 상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행위다. 머릿속에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을 떠올리거나, 실제로는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마음속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곧 상상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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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에너지 - 미토콘드리아로 밝혀낸 정신 건강의 새로운 길
크리스토퍼 M. 팔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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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강과 관련된 최신 의학정보는 꾸준히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기 아이를 기르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을 꾸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건강과 더불어 가족의 건강까지도 잘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레인 에너지라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바로 읽어보기로 했다.


브레인 에너지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로, 정신의학자인 크리스토퍼 M. 팔머라고 한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학에서 오랜 진료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뇌 에너지 이론’이라는 혁신적인 통합 이론을 완성했다고 하니, 책의 내용의 전문성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은 2023년엔 노틸러스 북 어워드에서 금상 수상과 더불어 이미 아마존에서 1,300건 이상의 독자 리뷰를 받은 베스트셀러기도 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정신건강 상태와 질환의 원인에 대해 알아본다.
2부는 정신건강의 원인을 통해 희망적인 해결 방안의 연결고리를 제시한다.
3부에서는 뇌 에너지 이론이 가져올 
혁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부에서 저자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간의 정신이상, 불안, 우울, 중독, 자살 등의 유병률의 원인에 대해 고민한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약물 사용, 유전 요소 등이 위험요인으로 이미 어느 정도는 규명되어 있지만 저자는 특정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충분한 조건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나 가족력에 의한 유전에 의해 정신장애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는데, 충분한 조건은 아니라고 하니 이 외에 대체 어떤 요인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지금도 연구자와 임상의들은 현대사회로 갈수록 유행병처럼 번지는 정신질환의 유병률 증가에 관한 통계자료를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정신질환의 원인 요인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시되는 이론들 중 뚜렷한 의견 합치를 이루는 이론은 현재까지는 아직 없는 듯 하다.

1부에서 다양한 뇌 기능과 관련된 사례들을 분석하며 원인을 규명해 나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우리가 흔히 겪는 우울증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울증이 단순히 여성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아진다고 하니 놀랍기도 했다. 

2부에서는 정신질환이 대사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대사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스트레스 하나 만으로도 모든 전신장애 및 대사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 몸의 기능이 확실히 중요하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문제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이라는 시각에서 대사장애와 질병의 발병 관계를 찾아내 연관성을 입증해 간다.
뇌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영양과 운동, 수면, 심리적 회복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이론은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등 다양한 대사와 연관된 장애들에도 적용된다고 하니 지금부터라도 대사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의학에 관련된 책이기에 빠르게 읽어나갈 책은 아니지만,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즐겁게 읽힌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을 회복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갖는 건, 실제 정신장애를 갖은 분들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꼭 필독서로 읽어보길 바란다. 


"꽃이 피지 않는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은 성장환경이지 그 꽃이 아니다."

- 알렉산더 덴 헤제르


※ 이 책은 도서출판 푸른숲으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보통은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이상‘유전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에게서 자녀로 정신질환이 대물림되는 현상은 후생유전 기제를 통해서인 경우가 훨씬 많다.이러한 통찰에서 희망적인 측면은 이 후생유전 기제 가운데 대부분을 얼마든지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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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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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재붕은 성균관대 부총장으로 서비스 융합디자인학과, 기계공학부 교수이자 비즈니스모델 디자이너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포노 사피엔스'에 대한 강연을 이미 2,500회 이상 해온 국내 최고의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라고 하니, 저자가 이 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우리에게 어떤 혜안을 제시해 줄지 읽는 동안 기대가 컸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 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인데, 이제는 이 포노 사피엔스를 넘어 AI 사피엔스를 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2022년 11월 30일 챗 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등장을 시작으로 미드저니, 코파일럿 등의 생성형 AI는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활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저자는 디지털 문명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기존에 갖고 있던 개발도상국 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때문이라 말한다. 이러한 보수적인 시각을 변화 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적으로 실패한 쇄국정책을 다시 한번 펼치는 결과가 될 거라는 말이다.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이제는 디지털 문명에 발맞춰 우리 고유의 플랫폼과 데이터 주권을 갖는 것이 현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책에서는 사회 인식의 전환을 촉구 한다.


기존의 관성을 깨버리고, 변화하는 시대와 기술의 진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이 진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디지털 문명은 이제 인류의 표준 문명으로 정착되었고, 새로운 표준 문명 위로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책에는 냉정한 자본주의 시대에 거대한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은 어떤 경향을 갖는지 다양한 사례와 예시를 통해 최신 기술의 동향과 비즈니스 트렌드를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변화에 전체적인 맥락을 알고 싶은 분,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개인으로도 자신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천천히 알아가 보시길 바란다.




*AI 사피엔스는 쌤앤파커스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자,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달리2 또는 달리3, 소라,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파이어플라이 등은 꼭 한 번씩 써보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요? 이미 유튜브에는 각 서비스의 용법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 P078

앞서 언급했듯 스티브 잡스는 애플 제품을 만드는 철학에 대해 "우리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기술에 휴머니티와 인문학을 결혼시켰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품개발의 기준에 대해서는 "고객의 심장이 노래할 때까지"라는 너무나 인문학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그는 항상 인간과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물론이고요. 그렇게 해서 기술의 지향점을 찾아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인간이 욕망하는 것‘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함을 보여준 좋은 사례입니다. -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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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오리진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DNA까지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추적하다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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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오리진 (On the Origin of Evolution)

저자 :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출판사 : 진선 Books



저자소개


진화의 오리진은 존 그리빈과 메리 그리빈이 공동으로 저술한 책이다.

책의 저자 소개란에서 보면 진화의 오리진의 저자 존 그리빈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천체물리학자로, 현재는 과학 도서 작가로 활동하며 「다중우주를 찾아서」와 「우주」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고 한다.

또 한 사람 메리 그리빈은 교육자이면서 아동청소년 과학도서를 쓰는 작가로, 「시간과 우주」라는 책으로 'TES 어린이 정보도서상'을 받았을 정도로 어려운 개념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잘 풀어 전달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진화의 관념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진화의 오리진은 진화 생물학에 등장하는 '진화'의 관념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알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으로부터 자연선택과 진화이론을 배웠지만, 사실 진화에 대한 발견은 다윈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독자적으로 진화를 생각한 또 한 명의 인물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가 있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선택에 대한 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했지만, 사실 진화라는 관념의 출발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화의 오리진 고대 편에서 보면,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토아학파는 후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 사상가에게 '생명의 사다리'라는 관념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이전 엠페도클레스(기원전 409년경~ 기원전 430년경)는 오히려 생명의 진화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보다 좀 더 선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기원전 610년경 ~ 기원전 546년경)는 자연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시도하는 최초의 철학자이기도 했다.


사실 고대인들 중에서도 생물이 원자의 결합으로 형성됐다 보는 유물론자 에피쿠로스(기원전 341~기원전 270)가 있었고, 끊임없는 생물학적 변화를 이야기한 중국의 도가의 철학자 장자와 고대 이슬람, 스페인 철학자까지 진화의 관념이 생겨나기까지는 수많은 철학자, 신학자, 과학자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들은 생물의 진화를 과학적 추론과 연구를 통해 각자 자신들의 이론을 정립해 가며 과학을 진보시켰다. 이와 반대로 창조주의 세계로 세상과 생명을 바라보는 종교의 믿음이 진화 이론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스도교의 영향으로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었다는 '생명의 사다리' 관념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해 진화 이론을 제시한 이후에도 결국 생물의 층위를 만들어 내고 1883년 영국의 F. 골턴은 끔찍한 우생학을 통해 우수한 인간을 증가시킬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진화의 관념은 독일의 나치에게 유대인을 말살하게 만드는 명분까지 주게 되었다.






저자가 진화의 오리진을 통해 진화의 관념에 대한 기원을 알리는 것은, 진화라는 개념이 제대로 된 맥락 속에서 자리 잡길 바라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론은 현재 진화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지만 고대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학의 진보를 면밀히 살펴보면 자연선택이론 역시 진화의 종착역이 아닌 하나의 과정에서 나타난 이론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양한 과학자들의 저술서를 통해 진화의 관념이 생겨나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생물의 진화 과정은 자연의 보편적 사실이고, 진화 이론과 별도로 계속 진행과정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뜻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된다.


진화의 오리진은 고대, 중세, 현대로 이어지는 진화의 관념과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 멘델의 유전법칙의 발견, 20세기 초 집단유전학 등 현재 진화이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기에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현재 현존하는 인류보다 더 강한 슈퍼인류를 꿈꾸는 시대를 살고 있고, ai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화성까지 나아갈 세상을 상상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인간은 또 어떤 방식으로 생존에 적합한 진화를 겪게 될까. 이는 자연스레 품게 되는 의문이다.


진화는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비단 생물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닐지라도 이처럼 진화와 관련된 과학 도서라면 꾸준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생물의 진화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소장해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 진선 Books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진화 자체의 기원에 관한 책이 아니라 진화라는 관념의 기원에 관한 책인데 그렇다고 제목을 그렇게 지으면 그다지 입에 착 붓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의 목표는 다윈의 이 생각을 올바른 맥락 속에 놓아 그것이 그 이전에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또 20세기에는 더욱 발전하여 유전학과 진화에 관련된 생체분자들을 이해함으로써 소위 ‘현대 종합이론’과 그 너머까지 나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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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지음, 서진석 옮김 / 양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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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리투아니아 작가 알비다스 슐레피카스의 소설은 참혹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지속되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을 조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히틀러 사망 후 1945년 5월 7일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독일의 동프로이센은 승리한 러시아군의 점령 아래서 전쟁의 남은 잔재를 겪으며 극심한 기아와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P.7 
거기엔 사람 고기에 맛을 들인 늑대들이 있었어. 
거기엔 사람의 시커면 턱뼈를 물고 다니는 개가 있었어. 
거기엔 굶주린 눈동자들이 있었고, 
거기엔 온통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뿐이었어. 
거기엔 시체들이 있었지, 죽음과 시체들만. 
거기엔 바람조차 폐허와 사막 사이에서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공허하고 을씨년스러운 광야가 있었지.
전쟁은 끝났지만 프로이센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약탈당하고 포화로 주저앉아 버렸지. '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레나테의 가족은 엄마 에바, 이모 로테, 맏오빠 헤이츠, 브리기테, 모니카, 헬무트이다. 그리고 이웃의 여인, 마르타와 그녀의 아이들 그레테와 알베르트, 오토가 있다. 

그들이 사는 지역은 사람들이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다 못해 아이들과 함께 네무나스강으로 뛰어들고, 이름 모를 사체들은 검게 썩어서 강물에 떠내려 오는 곳이었다. 

어느날 밤, 레나테의 엄마인 에바와 이웃 여인 마르타는 아이들에게 먹을 음식을 찾으러 나갔다가 러시아 군인들에게 쫓기게 되고, 마르타는 집까지 따라온 군인들의 밤새 이어진, 무자비한 폭행에 의해 삶의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마르타를 의지했던 에바 역시 지쳐만 갔다. 

 P.58 
"아니야, 에바. 내 웃음소리는.... 그놈들이 다 죽였어."

P.59 
그 길에는 파시스트 짐승들의 소굴이라 불리는 독일의 동프로이센이 있다. 
네무나스강을 건너면 그 반대편엔 리투아니아 그리고 소련의 광활한 땅이 펼쳐진다.

P.59 
주여, 제발 그들이 집단 수용소에 가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아서 만나기를, 
불타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간곡히 기도하나이다. 

아직은 어리지만, 배고픔에 시달리는 가족을 위해 헤이츠와 알베르트는 음식을 구하러 리투아니아로 떠나고, 이후 브리기테와 모니카 역시 동프로이센의 비참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각자 희망을 찾아 리투아니아로 떠나게 된다.

그 사이 에바와 남은 가족들도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그나마 살고 있던 곳에서도 쫓겨나 강제 노역을 하러 집을 떠난다. 

레나테 역시 가족과 떨어져 리투아니아로 가게 되고, 이후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리투아니아 사람들 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밥을 얻어먹거나,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속인 체 살아가게 된다. 

결국 레나테 역시 독일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리투아니아의 마리톄로 이름을 바꿔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전쟁이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세 가지 존재의 거짓말'을 통해 예전에 이미 한번 느꼈었다. 

그러나 이번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그와 다르게 전쟁의 피폐함은 물론, 읽는 내내 어둡고 깊은 숲속,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곳에 홀로 버려진 두려움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사방이 어둠뿐인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도 늑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보며,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그들이 삶에 강렬한 의지를 잃지 않기만을 바랐다.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눈 감고 귀 막고 싶은 이야기
하지만 눈을 똑바로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
참혹함을 마주해야 하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잔혹했던 전쟁으로 영혼이 파괴되고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가슴 아픈 상처로 되새겨진다.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지금도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의 참극이 어서 멈추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서글픈 현실과 동화되어 나의 마음 한구석을 한동안 계속 울릴 것 같다. 


※ 양철북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거기엔 사람 고기에 맛을 들인 늑대들이 있었어.
거기엔 사람의 시커면 턱뼈를 물고 다니는 개가 있었어.
거기엔 굶주린 눈동자들이 있었고,
거기엔 온통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뿐이었어.
거기엔 시체들이 있었지, 죽음과 시체들만. - P7

바람이 죽어 버린 벌레 몸뚱이 같은 눈송이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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