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임경선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맨 처음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고 팬이 되기 시작해 모든 책을 섭렵한 후 책을 넘어서 SNS로까지 작가를 따라다니며 종종 새 책의 소식을 접해 왔다. 트위터에서 간혹 신작 에세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어떤 내용의 책일까 매우 궁금해하며 1월을 기다린 것 같다. 그렇게 열렬히 기다리던 책은 바로 '자유로울 것'. 싱그러운 초록색 표지에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의 이 에세이는 임경선 작가가 생각하고 정의하는 '자유의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다. 전작 에세이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야 하는 태도에 대해 풀어 놓았다면,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인 '자유'라는 주제로 매우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이 있다면 '자유라는 가치는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작가가 증명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타인이 나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능동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 바로 '자유'라는 것임을 말이다.

 

최근처럼 자유라는 단어를 이토록 또렷하게 의식하며 살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행한 일들 때문이다. 내가 제아무리 개인의 생활 속에서 자유를 추구하며 산다고 해도, 보다 근본적인 의미의 자유로움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 다 무용지물이다. (중략) 자유와 존엄을 박탈당한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나는 틈날 때마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저항을 해나갔지만, 개인적 인간으로서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가급적 맑은 정신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서문-

 

이런 마음가짐으로 탄생된 책이 이 책이다. 비록 주변은 어두울지라도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자유를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주어진 상황에서 본인이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 찾은 책, 영화, 인물들에 조근조근 말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자유를 얻기 위한 힌트를 찾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자유롭고자 마음먹는다면 '어디에 있더라도 나는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것을.
이 책에서 내가 찾은 '자유로 가는 방법'은 바로 '작은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것. 그래서 뒤돌아보면 작은 자국들이 땅에 오롯이 남겨진 것을 바라보는 일'이다.

 

아무튼 일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 말고는 결코 그 적성도를 알 방법이 없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무리를 해야 기회가 열린다. -P 95-

 

맞는 말이다. 내가 이 일이 맞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에 대해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혼자 재고 있는 것보다는 직접 일에 뛰어들어 내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밖에 없다. 비록 그 일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일단 하는 동안에는 아무 의심 말고 그저 푹 발을 담가보는 것밖에는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임경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단단하고 속이 꽉 찬 사람들은 꾸미거나 과장할 필요가 없다. -P135-

 

올해의 나의 목표 마음가짐이다. 단단한 내실을 만드는 것. 살다 보니 단단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간다. 외향이 화려한 것은 결국 허세인 뿐이고,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것이란걸. 하지만 단단한 내공을 쌓는 일은 무척 어려운 법. 많은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고 그것들을 통해 삶의 방향에서 흔들릴 때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올해는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쓰는 기록을 남겨 보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책은 첫해를 시작하는데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대개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는 편한 에세이지만 그 속 내용은 조용히 차곡차곡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 남아 하나의 태도를 이루게 된다. 가령 성실하고 꾸준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 결혼했지만 서로 구속하지 않고 각자의 그늘을 존중하며 살고자 하는 다짐 같은 것을.

 

나는 기본적으로 주인 혼자서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 대한 믿음과 호감을 가지고 있다. 사장님은 친절했지만 손님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었다. 먼저 말을 걸거나 다가오지 않았다. 말없이 자신이 만드는 커피에만 집중했고 한가할 때는 주로 조용히 책을 읽었다. -P110-

 

이 구절을 읽을 땐, 임경선 작가의 소설 '나의 남자'에서 나오는 주인공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카페 운영을 오롯이 맡고 있는 주인공은 그 육체적 노동에 믿음과 매력이 동시에 존재했다. 아마 내가 느낀 건 '움직임에서 나오는 꾸준한 성실함' 같은 거였을 거다. 원래는 게으름의 정석이었던 내가 결혼을 하고, 집의 모든 소소한 일까지 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부지런해야 했다.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큰 틀 아래서도 얼마나 작게 챙겨야 할 게 많은지. 내가 해 보니까 알겠더라. 자잘한 육체적 노동은 성실함의 표준 같은 것이란걸. 결코 부지런하지 않으면 움직임이 없는 걸 주부가 되어서 깨닫게 되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가치를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업주부의 노동 대가를 지폐로 따지면 꽤 많은 금액이라는 기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느끼는 무의미를 의미 있게 바꾸기 위해선 나의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이 노동을 그냥 가치 없음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여성학자 정희진 선생이 쓴 <한겨레 > 칼럼의 한 구절이 위로가 되어준다.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멈추고 만족하며 안주할 수 있는 지점은 애초에 어디에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중략>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페이스를 지켜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깊은 글을 가급적 오래도록 써나가는 일, 오로지 그것만이 누가 뭐래도 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다.

-P281~282-

 

직장을 다닐 때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기획한 일을 알아봐 주고 그것이 많은 이익을 남기길 원했다. 하지만 늘 불안하고 걱정의 연속이었던 시절. 매일 한 달을 미리 내다보며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아슬아슬했을까. 아마 지금의 나라면 하루에 충실할수록 미래의 한 달이 좀 더 여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미래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보다 내게 주어진 하루의 일을 정기적으로 마치고 그 안에서 작은 성취감을 맛보는 게 훨씬 안정된 시간임을 지금은 알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임경선 작가도 그런 시선을 독자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할 일을 그저 묵묵히 해내라고. 그 자리를 지키라고 말이다. 때론 누군가의 뜨겁고 불편한 응원이 아닌, 차갑지만 차분한 응원이 훨씬 마음에 들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응원의 문장이다.

 

나는 임경선 작가의 단순한 시선이 좋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말을 복잡하고 무겁게 하지 않고 심플하고 명쾌하게 전달하는 것.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이런 메시지가 와 닿기도 쉽고, 특히 나같이 미련 많고 과거에 집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작가의 단순함과 명쾌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책이 좋다. 계속 읽다 보면 태도와 생각의 유연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명절에 읽기 정말 좋은 책이었다. 아마 명절만 되면 이곳저곳이 아프고 괜히 속병이 생기는 주부들이 틈틈이 이 책을 끼고 읽었더라면 시댁에서 보내는 날이 그리 어렵고 불편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왜? 어디에 있든, 우리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으니까. 복잡한 고부 관계, 괜히 남처럼 생각되는 남편과의 거리를 그대로 인정하고 며느리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면 그것만으로 자유에 다가서는 한 걸음을 떼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유로울 것' 임경선 에세이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일상에서 캐치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나도 어렵지 않게 자유를 위한 실천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유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내가 할 일을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 이것이 '작지만 확실한 나의 자유'다.

 

자유란 무엇일까.
내 마음과 영혼이 시키는 일을 내 몸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일 것이다. -서문-

 

추천 대상: 자유롭고 싶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은 사람.
작가의 다른 도서 추천: 태도에 관하여, 나의 남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이의 마성의 중국어
배정현 지음 / 혜지원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로그에서 동영상 보면서 열심히 잘 배우고 있습니다 !! 혼자 보는 동영상 강의지만 뭔가 함께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좋은 시집 읽었습니다. 약간은 우울한 감정이지만 그 안에서 인생에 대한 최선을 느낄 수 있는 시집입니다. 쉽게 읽히는 시집을 읽고 싶다면, 어떻게든 이별, 참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뱃살 잡는 Low GL 다이어트 요리책 - 뱃살 빼는 요리는 따로 있다! 요요 없고 실천 쉬운 다이어트 식사법 더 라이트 건강 요리책 시리즈
남기선.더 라이트 편집부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편과 나의 다이어트를 위해 고른 책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레시피대로만 하면 완성되는 다이어트 책을 사고 싶었는데, 충분하다.

덮밥, 볶음밥, 비빔밥 등 한끼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

놀란 건 사실, 다이어트 한끼라서 맛은 그냥 그렇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신랑은 맛있다며 두 끼를 먹었다..

ㅡ,ㅡ

 

몸에 좋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이 책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의 즐거움 - 일본 여성들의 살림 선생님 와타나베 유코의 작은 규칙들
와타나베 유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을 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집 그리고 살림, 부엌, 요리에 관한 따뜻한 사진이나 글을 보면 관심이 많이 간다. 이런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책이 바로 -집의 즐거움-
저자의 집에 대한 즐거움, 집을 위한 성실한 노동, 집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태도 등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잘 나타나 있다. 첫 살림을 시작하거나, 살림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에게 더없이 필요한 책이 될 것 같다. 나도 부엌 찬장에 잘 꽂아놨다. 살림 게으름이 생기면 읽고 힘내려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