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서평 이벤트 당첨으로 제공 받은 도서라는 사실을 명시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내 맘대로의 단평이 될 듯.


 전작도 읽었지만, 우케쓰의 “이상한 집” 시리즈는 SNS 시대의 글쓰기에 최적화된 느낌. 거두절미 하고 딱 본론으로 진입해 문제 내고, 답을 제시한다. 쓸 떼 없는 장식과 감상은 집어치우고 미스터리 그 본령에 몰두한다. 어찌 보면 퍼즐과도 같은데, 그래서 몰입도도 높고, 재미 또한 상당하다. 첨부된 다양한 도면과 상황을 보고 해답을 상상해가는 과정의 즐거움은 마치 게임 클리어 하는 기분마저 든다. 해답을 알았을 때 몰려오는 섬뜩한 공포감은 덤이랄까!


 괴담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데, 공간이 주는 실체화와 더불어 집이 지어지게 되는 지난한 과정과 금전적인 지점까지 고려한다면 이 정도 원한이나 집착은 당연히 오싹할 지경이다. 동아시아의 부동산에 대한 열망을 투영해본다면 더더욱 더. 속편의 법칙에 충실히 따르듯, [이상한 집 2]는 더 많은 평면도와 더 많은 수수께끼, 더 큰 스케일로 무장한 채 돌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한데 엮어내며 대단원의 마무리를 짓는 해답도 예상과 기대를 훌쩍 벗어난다. 비현실적이기까지도. 


 그런 점에서 전작이 줬던 소소하지만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서 확장되어 가며 슬금 슬금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던 효과가 사라진 건 아쉽다. 전작은 이리 추리하고, 저리 추리하면서 서서히 기분 나쁜 괴담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속편에선 여러 에피소드들이 제시되며 점차 하나의 큰 사건으로 만들어져 가는 게 마치 블록버스터 급 괴담 속편을 보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전작과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한 건 우케쓰의 크리에이터로서 능력이 탁월한 듯.


 45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임에도 시각적인 아이디어와 딱 미스터리에만 집중한 탓에 무엇보다 금세 읽힌다. 대화체의 뛰어난 가독성과 미스터리를 점차 가중 시키는 여러 케이스들의 배치, 일본이란 사회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일반 가구의 평면도까지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기분 나쁨은 [이상한 집]의 최고 매력이다. 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되려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시대임에도 이 시리즈가 화제가 될 수 있던 건 소설이란 고정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소설도, 에세이도, 르포르타주도 아닌 것이, 마치 유튜브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 같은 책이 이리도 마성의 흡입력을 품어낸다는 점에 오묘하고, 영리하다. 다만 감정적으로 남는 게 없다 보니 책에 대한 인상도 빠르게 휘발 된다. 이것 또한 퍼즐을 닮았다. 재미, 그 본령에만 충실한 책이었지만, 이것마저 못하는 페이지터너가 수두룩하다 보니, 3번째 시리즈를 고대해 본다. 우케쓰라면 뚝딱뚝딱 만들어 내년에 들고 나올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깔끔하다. 경쾌하고. 한 여름의 푹푹 찌는 찜통 속 더위에서 마주친 한 줄기 시원한 바람과도 같다. 16년만에 돌아온 “다다미 넉 장 반”의 새 이야기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청춘의 싱그러움이 그야말로 잘 담긴 풋풋한 타임머신 이야기다. 원래 연극이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극작가 우에다 마코토가 쓴 “서머타임 블루스”를 다다미 넉장반의 세계와 캐릭터들에 대입시킨 이 소설은 마치 원래 모리미 도미히코가 쓴 것마냥 너무나 딱 맞게 재단돼 놀라울 정도다. 새로운 오리지널 속편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겐 조금 안타까울 수도 있는데, 그런 아쉬움일랑 단박에 날려버릴 재미와 완성도로 무장했으니 걱정은 잠시 넣어두어도 된다. 


 모리미 도미히코 특유의 넉살과 재담으로 무장한 고풍스러운 의고체로 두런두런 의뭉스럽고도 느긋하게 풀어내는 이 기묘한 사건과 사랑스럽고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 펼치는 여름날의 환상 같은 짤막한 소동극은 타임 트래블 특유의 잘 설계된 플롯과 교토대만의 괴짜스런 정취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이나 쓰쓰이 야쓰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니 오히려 여기에 모리미 도미히코의 보장된 글 솜씨까지 추가된 이 소설은 - 설령 모토히로 카즈유키의 원작 영화 [서머타임 블루스]를 봤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장하니 무조건 읽어야 한다. 


 사고란 사고,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키고 다니는 엉망진창의 미워할 수 없는 짝패 오즈는 물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며 기묘한 선배 포스를 제대로 시전하는 히구치, 잘 생긴 미남이지만 실상은 찌질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어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조가사키, 그리고 쿨뷰티의 똑소리 나는 캐릭터지만 은근히 주인공과 밀당(이라 하고 실은 조련에 가까운)을 펼치는 검은 머리 아가씨 아카시까지... 모리미 도미히코가 직조한 생생한 캐릭터들이 고장난 리모컨을 고치기 위해 타임머신에 매달리는 이 소소한 에피소드는 내 존재가 붕괴될 [백투더퓨쳐]나 지구의 운명이 달린 [터미네이터], 연인을 구하기 위해 매번 달려가는 [슈타인즈 게이트] 같은 중차대한 시간여행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절박하고 현실적인 집착과 무모한 시도에 웃음이 터지고 만다.


 요즘같이 심란하고 혼탁한 국내외 정세에 지치고 힘들었다면, 행복지수를 단숨에 올려줄 이 기분 좋은 특효약을 절대 놓치지 말기를! 이건 단순히 책을 협찬 받아 의무감에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닌, 진심 어린 모리미 도미히코 팬으로서 한 명이라도 더 전파하고 싶은 순수한 욕망의 발로인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50-60년대부터 8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20년대까지 꾸준히 만들어진 유명한 TV시리즈가 있다. ‘로드 셀링’이란 걸출한 각본가이자 제작자가 진두지휘한 [환상특급]이 바로 그것인데, SF부터 호러, 판타지, 시대극, 스릴러와 드라마 그리고 만화와 동화까지도 아우르는 미친 포용력과 상상력으로 다양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을 선보였다. 이후 [제3의 눈]이나 [어메이징 스토리], [기묘한 이야기]나 우리나라의 [테마게임],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등에 영향을 주었다. 켄 리우의 단편집들은 바로 그 미드의 전설이었던 [환상특급]을 떠올리게 만든다. [종이 동물원]과 한국에서만 선보였던 두 권의 단편집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에 이어 이번 신작 [은랑전]은 바로 켄 리우만의 환상특급 4번째 시즌인 셈이다. 분량도 아주 딱 맞게 13편의 단편이 빼곡히 실려있다.


장대한 미래로 나아가면서도 오롯이 모녀 관계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곱번째 생일'부터, 외계 문명의 수수께끼 만큼이나 어려운 딸과의 소통을 다룬 가슴 찡한 모험담 ‘메시지’, 제2차 세계대전 속 비밀임무를 맡은 일본계 미국인의 가슴 아픈 사연을 원폭문제와 기가막히게 매칭해놓은 ‘맥스웰의 악마’, 필립 K. 딕의 단편을 떠오르게 만드는 외계인 이야기 ‘환생’, 허우 샤오센이 영화로도 만들었던 유명한 전기소설 [섭은랑전]을 모티브로 삼은 표제작 ‘은랑전’, 현재 가장 핫한 이슈 중에 하나인 디지털 복원과 인터넷 트롤링에 대해 생각할 거릴 던져주는 ‘추모와 기도’, 가상현실과 블록체인 기술을 다루는 동시에 사회 문제를 건드는 ‘비잔티움 엠퍼시움’, 삼국지 도원결의를 색다르게 재해석해낸 ‘회색 토끼, 진홍 암말, 칠흑 표범’ 등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널뛰며 인류와 문명에 대해 거대한 담론부터 소박한 가족애까지 다루는 이 이야기들은 활자로 경험하는 이 시대의 [환상특급] 같다.


딱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복합적이며 다층적인 켄 리우의 콘텍스트는 중국에서 태어나 이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자라고, 영문학과를 나와 프로그래머와 일하다 변호사로 근무한 그의 독특한 출생과 이력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이다. 동양과 서양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 총돌에 대해 몸소 체험했으며, 문과적인 사고와 이과 기반의 업무에 능통했으니 자연스럽게 온갖 혼종의 상상력과 감수성이 교배되고 발휘된 게 아닐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의 소재들과 현재 최신 유행의 기술들 그리고 고전들을 가져와 켄 리우만의 필터를 거친 단편들은 날카롭고 냉철하지만, 그 속에 가진 따스한 휴머니즘이 가득한 시각으로 과거와 지금 그리고 미래의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일차적인 공포나 놀람, 감동과 즐거움을 안기는 것에 넘어 묵직한 여운과 사유, 고찰할 거리를 안겨주는 사고실험의 좋은 예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베키 체임버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소설의 제일 큰 묘미라 한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력과의 조우다. 그 경이롭고 독특하며 때론 무섭고도 환상적인 사고 실험으로 다양한 미래의 세계를 만나는 기쁨은 마치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과도 맞닿아있다. 첫 장을 펼치며 그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조금은 당혹스럽고 어수선한 진입장벽을 넘으면 단어들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혹은 묵시록이 될지도 모른다!)과 마주하며 작가들이 제시한 상상력에 서서히 그러나 흠뻑 동화되어 가기 시작한다. 마치 트럭 사고(?)로 이세계에 데뷔한 전생자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모험과 비주얼이 눈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국내엔 처음으로 소개되는 베키 체임버스의 솔라펑크(개인적으론 뛰어난 에코픽션 ecofiction이라 봐도 무방해보인다)이자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의 첫 권인 [야생 조립체에게 바치는 찬가]도 이런 독특한 상상력과 존재 성찰의 감흥을 선사하는 과학소설이다. 인간들을 노리는 무서운 인공지능(A.I.)들이 판치는 SF 장르에서 보기 드물게 기계들이 독립(?)하고 인간들로만 새로운 세상을 건립한 미래에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진 귀뚜라미 소리를 듣기위해 무작정 떠난 다도승 ‘덱스’가 야생에서 조립된 영생의(무려 여섯 차례 걸쳐 되살아났다!) 로봇 ‘모스캡’과의 만남을 통해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무겁고 딱딱하며 교훈적일 것만 같은 예상과 달리, 초반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나오는 1장 “소명이 바뀌다”와 2장 “판가 최고의 다도승”만 지나치면 로봇과 만나는 3장 “스플렌디드 스페클드 모스캡”부턴 흥미진진하고도 굉장히 유쾌한 즐거움을 안긴다. 특히나 4장 “물건 그리고 동물”이나 6장 “시든 채소와 졸인 양파를 곁들인 풀밭닭”은 가히 2인 시트콤 혹은 만담이라 할 정도로 빅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인간 덱스와 야생 조립체 모스캡이 존재의 이유 혹은 목적을 두고 벌이는 성찰의 깊이도 만만치 않다. 5장 “잔해”와 8장 “여름곰”의 대화들은 죽음과 영생, 존재론, 인간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그간 인간중심의 시야에서 벗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자연, 그리고 환경을 보는 색다른 환기를 일깨워준다.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1편 제목보다 더 궁금하게 만드는 2편 [수관 기피를 위한 기도]를 통해 낙천적이고 온정어린 탐험을 이어간다. 바삐 바쁘고 삭막한 현재 인류에게 치유의 기도와 안식의 모험, 위로의 대화를 건네는 체임버스의 따뜻한 시선과 위트 어린 문체는 독자에게 즐겁고도 매력적인 시간을 제공할 게 분명하다. 이래서 과학소설이 주는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정성시 각본집
주톈원.우녠전 지음, 홍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한 각본집을 넘어 시대상과 그 본질을 꽉꽉 눌러 담은, 시대의 아이콘이 될 서적. 대만 뉴웨이브의 전설이자 걸작인 [비정성시]의 시작과 끝 그 모든 걸 볼 수 있다. 발매해줘서 감사할 따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