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베키 체임버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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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의 제일 큰 묘미라 한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력과의 조우다. 그 경이롭고 독특하며 때론 무섭고도 환상적인 사고 실험으로 다양한 미래의 세계를 만나는 기쁨은 마치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과도 맞닿아있다. 첫 장을 펼치며 그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조금은 당혹스럽고 어수선한 진입장벽을 넘으면 단어들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혹은 묵시록이 될지도 모른다!)과 마주하며 작가들이 제시한 상상력에 서서히 그러나 흠뻑 동화되어 가기 시작한다. 마치 트럭 사고(?)로 이세계에 데뷔한 전생자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모험과 비주얼이 눈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국내엔 처음으로 소개되는 베키 체임버스의 솔라펑크(개인적으론 뛰어난 에코픽션 ecofiction이라 봐도 무방해보인다)이자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의 첫 권인 [야생 조립체에게 바치는 찬가]도 이런 독특한 상상력과 존재 성찰의 감흥을 선사하는 과학소설이다. 인간들을 노리는 무서운 인공지능(A.I.)들이 판치는 SF 장르에서 보기 드물게 기계들이 독립(?)하고 인간들로만 새로운 세상을 건립한 미래에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진 귀뚜라미 소리를 듣기위해 무작정 떠난 다도승 ‘덱스’가 야생에서 조립된 영생의(무려 여섯 차례 걸쳐 되살아났다!) 로봇 ‘모스캡’과의 만남을 통해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무겁고 딱딱하며 교훈적일 것만 같은 예상과 달리, 초반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나오는 1장 “소명이 바뀌다”와 2장 “판가 최고의 다도승”만 지나치면 로봇과 만나는 3장 “스플렌디드 스페클드 모스캡”부턴 흥미진진하고도 굉장히 유쾌한 즐거움을 안긴다. 특히나 4장 “물건 그리고 동물”이나 6장 “시든 채소와 졸인 양파를 곁들인 풀밭닭”은 가히 2인 시트콤 혹은 만담이라 할 정도로 빅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인간 덱스와 야생 조립체 모스캡이 존재의 이유 혹은 목적을 두고 벌이는 성찰의 깊이도 만만치 않다. 5장 “잔해”와 8장 “여름곰”의 대화들은 죽음과 영생, 존재론, 인간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그간 인간중심의 시야에서 벗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자연, 그리고 환경을 보는 색다른 환기를 일깨워준다.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1편 제목보다 더 궁금하게 만드는 2편 [수관 기피를 위한 기도]를 통해 낙천적이고 온정어린 탐험을 이어간다. 바삐 바쁘고 삭막한 현재 인류에게 치유의 기도와 안식의 모험, 위로의 대화를 건네는 체임버스의 따뜻한 시선과 위트 어린 문체는 독자에게 즐겁고도 매력적인 시간을 제공할 게 분명하다. 이래서 과학소설이 주는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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