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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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하다. 경쾌하고. 한 여름의 푹푹 찌는 찜통 속 더위에서 마주친 한 줄기 시원한 바람과도 같다. 16년만에 돌아온 “다다미 넉 장 반”의 새 이야기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청춘의 싱그러움이 그야말로 잘 담긴 풋풋한 타임머신 이야기다. 원래 연극이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극작가 우에다 마코토가 쓴 “서머타임 블루스”를 다다미 넉장반의 세계와 캐릭터들에 대입시킨 이 소설은 마치 원래 모리미 도미히코가 쓴 것마냥 너무나 딱 맞게 재단돼 놀라울 정도다. 새로운 오리지널 속편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겐 조금 안타까울 수도 있는데, 그런 아쉬움일랑 단박에 날려버릴 재미와 완성도로 무장했으니 걱정은 잠시 넣어두어도 된다. 


 모리미 도미히코 특유의 넉살과 재담으로 무장한 고풍스러운 의고체로 두런두런 의뭉스럽고도 느긋하게 풀어내는 이 기묘한 사건과 사랑스럽고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 펼치는 여름날의 환상 같은 짤막한 소동극은 타임 트래블 특유의 잘 설계된 플롯과 교토대만의 괴짜스런 정취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이나 쓰쓰이 야쓰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니 오히려 여기에 모리미 도미히코의 보장된 글 솜씨까지 추가된 이 소설은 - 설령 모토히로 카즈유키의 원작 영화 [서머타임 블루스]를 봤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장하니 무조건 읽어야 한다. 


 사고란 사고,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키고 다니는 엉망진창의 미워할 수 없는 짝패 오즈는 물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며 기묘한 선배 포스를 제대로 시전하는 히구치, 잘 생긴 미남이지만 실상은 찌질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어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조가사키, 그리고 쿨뷰티의 똑소리 나는 캐릭터지만 은근히 주인공과 밀당(이라 하고 실은 조련에 가까운)을 펼치는 검은 머리 아가씨 아카시까지... 모리미 도미히코가 직조한 생생한 캐릭터들이 고장난 리모컨을 고치기 위해 타임머신에 매달리는 이 소소한 에피소드는 내 존재가 붕괴될 [백투더퓨쳐]나 지구의 운명이 달린 [터미네이터], 연인을 구하기 위해 매번 달려가는 [슈타인즈 게이트] 같은 중차대한 시간여행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절박하고 현실적인 집착과 무모한 시도에 웃음이 터지고 만다.


 요즘같이 심란하고 혼탁한 국내외 정세에 지치고 힘들었다면, 행복지수를 단숨에 올려줄 이 기분 좋은 특효약을 절대 놓치지 말기를! 이건 단순히 책을 협찬 받아 의무감에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닌, 진심 어린 모리미 도미히코 팬으로서 한 명이라도 더 전파하고 싶은 순수한 욕망의 발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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