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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평점 :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제목만으로, 표지만 보고도 끌리는 책이 있다.
그리고 그 책속엔 내가 읽고 싶은 글들이 담겨있고, 헝클어진 내 마음이나
정신을 가다듬어 주고 어루만져줄 소중한 지침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 역시 그렇게 만났다.
은희경이란 저자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터.
놀랍게도 그녀의 첫 산문집이라고 했다.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작품을 쓰면서
그녀의 생각, 느낌, 일상들을 담은 이야기가 그렇게 탄생을 하다니...
책을 펼쳐들면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는 습관이 있는 나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천천히 같이 느끼고 공유하고 생각하면서 읽고 싶었다.
한여름 내내 몸도 마음도 앞뒤가리지않고 급하게 내내 달려왔던 것같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안정이 되지않고 불안하고 조급하게 나를 닥달하는 뭔가에
쫓기듯 내 주위를 돌아볼 여유마저도 빼앗아 후다닥 그렇게 달아나버렸다.
이제사 끌려만 가던 시간에서 겨우 내려와 길게 한 숨 한 번 내쉬고 천천히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며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문엔 일기가 그러하듯이 자신의 일상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꽁꽁 숨겨놓은 일상들, 습관, 생각이 묻어나오는 시간.
그녀의 단상을 읽으면서 그녀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유에선가 난 어느날부터 소설을 멀리하기로 했었다.
대신 성공한 이들의 궤적을 따라가게 되고 마음의 의지를 불타오르게하는
자기계발서나 어학, 성공서 등에 빠져 황새를 쫓아가려 뱁새처럼 종종거리며
심취해 있는 나를 에세이가 불렀다.
그렇게 찾아온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있던 내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고 달래주더니 이젠 나도 그들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여유, 행복, 기쁨, 웃음, 눈물, 슬픔, 감동, 고마움, 아픔들을 제대로 느끼고
즐기고 함께 하게 되었다.
한 줄의 글, 한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수 많은 의미를 죄다 풀어볼 수는 없을 테지만
내 마음, 내 심장에 쿵!!하고 숙제를 던져주기도 하고 풀리지 않아 끙끙거리던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쥐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안다.
맹렬하게 울어대는 귀뚜리의 울음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책을 읽고 그 이야기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생각들, 추억들, 그림들을 쫓아 이리저리 흘러다니다 또다시
책 속으로 돌아오길 반복하고 있다.
어릴적 생각하기에도 까마득해보이기만하던 그 시간, 그 자리에 서 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씩 변해온만큼
내가 거쳐온 시간들, 그것들이 이어져 흘러가며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