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도 아니고 커피숍도 아닌 다방기행이라...아마도 연배가 있는 작가가 지나간 추억을 더듬으며 다니는 기행문일거라 짐작하며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커피숖은 다녀봤어도 다방엔 가본 기억이 전혀없으니 내게도 낯선 다방이란 말에서 묻어나오는 느낌은 퇴색되어가는, 혹은 잊혀져가는... 여행생활자로 불린다는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이것저것 집안과 주변정리를 말끔히 하고 스쿠터에 옷가지 몇 벌 챙기고는 어서 떠나자고 재촉을 하네요. 스쿠터를 타고 한적한 길을 따라가는 나의 눈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건물과 이용원, 약방이란 간판들이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다방을 찾아나선 길이니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그리고 대로변이 아닌 길로 다닐터. 번듯한 건물이나 번화한 곳이 아니라 흑백사진 속에 담긴 기억처럼 한 발 물러선 곳에 자리한 희다방, 용궁다방, 딸기다방, 정다방, 맹물다방... 한때는 화려했을지 몰라도 이젠 거의 찾는 이가 없을 그 시간속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볼 일입니다.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91 찾아간다고 반겨줄 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된 기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하구많은 것 중에 다방이었을까? 그저 발길 닿는대로 가다가 발길 머무는 곳으로 깃들어 잠시 쉬곤 또 나서며 그동안 살면서 이어왔던 인연의 끈들이 여행자에게 삭막하고 넓은 사막에서 만난 달콤한 오아시스같은 선물을 던져주는 만남들까지. 바쁠 것도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어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시원함을 마구 느껴보며 여행이라고 굳이 무엇을 보아야하고 무엇을 찾아야 하고 무엇인가를 얻어야 하는 것이냐고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긴 여름 휴가를 집안에서 한가로이 보내고 있는 나를 들썩이게 합니다. 전국의 다방을 돌아다녀봤지만 커피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는, 그래도 이야기가 있는 그 어떤 맛으로 느껴보고자 했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또 우리가 함께 어울러져 살아가는 모습 또한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냐고 한마디 보태봅니다. 저마다 꿈꾸는 모양은 다를테지만 모두가 사랑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