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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어쩌다 보니 가다가 샛길로 빠지고 거기서 다시 샛길로 빠지는 여행이 되었
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또 다른 샛길이 나타나면 그리고 과감히 차를 몰고
간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중세의 순례와 다르다. 중세의 순례자는 이렇게 구불구불
돌아가지 않았다. -83
책을 받았을 때의 첫 느낌은 ’우와....’
두툼한 책 두께가 때론 나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숙제로 남기도 하니까요.
생소했던 ’산티아고’가 이젠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여정을 엿보면서 내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겠
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된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 을 두고 왜굳이 ’산티아고’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그저
웃고 말테지요.
그동안 만났던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자기자신과 대화하고,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했고, 같은 길을 걷는 세계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숙소를 찾지못하거나 발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먹을거리 때문에 고생도 하며 고통
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에도 기꺼이 감사하며
마침내는 흘린 땀과 눈물이 함께 이겨낸 기쁨이 있었지요.
등뒤에서 베루엘라 수도원의 문이 덜컹 닫힌다. 태고의 침묵을 깨뜨리면서 울려퍼지는
텅 빈 소리에, 다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세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어디로 가지? 목적지야 아미 소리아로 정했지만, 문제는 어떤 길로 어떻게
가느냐다.-29
세스 토터봄과 함께 가는 길은 색다른 시간이었습니다.
1954년 처음 스페인에 발을 디딘 이후로 스페인을 찾지 않은 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반세기가 넘도록 스페인에 애정을 쏟아 부었다는 노터봄.
선명한 칼러가 아니라 흑백사진에서 보여지듯, 두툼해진 책의 두께처럼 산티아고를
가는 길에서 흘러간 역사 이야기를,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들여다 보게 되지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니라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눈으로만 보지 않고 천천히...차분하게....하나하나마음으로 가슴으로 새기면서.
그 곳에서 만난 건축물과 사진속에 담긴 채 오랜 세월 묵묵히 간직하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그의 시선과 발길을 따라 이렇게 오롯이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엉켜서 복잡해 보이는 실들도 하나하나 풀어헤치면 같은 빛깔끼리
이어지는 법이다. 사상, 사람, 힘, 자연의 이해 관계를 놓고 이합집산이 있었다.-319
북적거리는 여행객, 순례자들과 함께 다니는 길이 아닙니다.
혼자 뚝 떨어진 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듯이 역사, 문화,
종교, 전쟁, 그 시대를 살아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는 길이랍니다.
마치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있는 듯, 그들 곁에서 살며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
느껴지는 시간이었지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색다른 여행길이었고 마음마저도 경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