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중학생 시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중학생 때는 모든 사람이 잘나 보였다. 내가 타인보다 못났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가장 소중했고 부모님께 짜증 내는 건 일상이었다. 그런 모습을 <구미호 카페>의 성우를 통해 다시 한번 보게 되니 그때의 부끄러움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남의 것은 커 보이고 남의 것은 훌륭해 보이지만 내가 가진 것들, 내게 머무는 것들은 한없이 보잘것없고 부족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 작가의 말
내가 부모님보다 친구를 선택했듯이 성우는 누구보다 지레가 우선이었다. 또한, 성우는 재후에게 자격지심을 느낀다. 사촌이지만 외모가 준수하며 돈도 많은 재후는 성우에게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뿐만 아니라 성우의 눈에 재후는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항상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듯 넘기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재후는 자신도 대화를 해보지 못한 지레에게 계속 말을 걸고 선물까지 줬다. 선물은 받은 지레에게서 미소를 본 성우의 자격지심은 더욱 깊어졌다. 그런 자격지심은 곧 부모님에게로 향했다. 재후를 맡긴 이모의 차를 타고 다니는 엄마가 부끄러웠고 지레에게 재후만큼 좋은 선물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경제가 부끄러웠다.
성우의 이런 모습을 보며 내가 안타까웠던 점은 성우가 자신을 너무 낮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소설 중간에 재후, 영조는 성우에게 도움받았던 일을 말해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성우가 자격지심으로만 가득 찬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타인이 부끄러워할까 봐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돕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한 번 자존감이 낮아지니 자신의 좋은 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이 어른인 나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어른의 나'일 때 본 성우이다. 만약, 중학생의 내가 성우를 보았다면 책을 읽을 때는 '왜 저래'라고 생각했을지라도 현실에서는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지만 한창 타인의 시선, 말, 행동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신경 쓰이고 낮아진다. 이를 인지하고 극복해야 하면 한층 성장한다.
"나는 나이고 타인은 타인이다. 나는 다른 이가 될 수 없고 다른 이는 내가 될 수 없다. 내가 가진 시간은 내 시간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 작가의 말
<구미호 식당4 : 구미호 카페>는 '나'와 '타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SNS가 발달한 21세기에는 행복해하거나 무엇을 이룬 사람들을 보며 '나는 왜 이렇지' 하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나는 내 시간을 살아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면 된다. 다른 사람이 걷는 길이 편하고 좋아 보일지라도 그 사람도 자신만의 고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앞길을 바라보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