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읽은지가 꽤 됐다. 그리고 이제까지 산 살림지식총서 가운데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여러 번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웠으며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 그래서 감상도 이제야 쓴다.
난 무협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한문이 싫다-_-; 어렵다아아아아아... 요즘은 무협에 나오는 한문은 따로 정리되어 있어서 사용하기 쉽다던가, 라고 하지만 어쨌든 한문은 싫은 것임~_~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우리말에 한문이 많이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외우는 건 있지만..ㅠㅠ 사실 이래서 더 싫다능;) 그래도 중딩 때까지는 과외선생의 영향으로 꽤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뒤에는 한문 외우기가 짜증나서 무협 자체를 끊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협'이란 대체 무엇인가. '협'이란 무엇인가, '강호'란 어디인가 등 저자는 말그대로 "무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솜씨는 인문학 책답지 않게; 아주 매끄러운데, 이제까지 인문학 책을 그닥 많이 읽지 않긴 했지만 마치 아주 재밌는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 건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건 적절한 무협 이야기를 잘 섞은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저자의 필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사람 정체가 모여, 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혹시 작가인가? 싶기도 하고. 작가라면 이 사람이 쓴 무협소설은 당장 구매하고 싶을 정도인데, 물론 소설을 쓰는 것과 인문학을 쓰는 건 좀 다르지만, 그만큼 글솜씨가 굉장히 좋았다.
이런 글솜씨로 저자는 위에 언급한대로 무협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이야기를 한다. 무협의 ㅁ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쉽게 끌어당겨서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준다고 할까? 이전까지, 난 무협 자체를 이해하지 못 했다. 그래서 무협소설을 읽을 때도, 이게 "무협"소설이라는 걸 모르는 채로 읽었기에 그 매력을 보지 못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와서 그게 안타깝다. (하지만 무협 특유의 절세미녀 부인을 10명씩 거느리는 건 솔직히 쌍욕나온다능...=_=;;; 모든 무협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영화의 경우를 보면, "와호장룡"이라든가, "영웅"은 사실 내가 보면서 욕했었다. 왜냐면, 이해 자체가 안 됐던 영화니까. 왜? 왜? 왜? 캐릭터들은 저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이 책에도 친절하게 설명이 나와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보면, 무협이란 그런 것이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몰라서 내가 놓쳤구나, 싶기도 하고.
무협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아주아주아주 매력적인 책. 하지만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게 있는데, 무협소설을 쓰는 무협소설 작가들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질문이다. 이 책이 맞다고 볼까, 아니면 틀리다고 볼까? 또는, 다른 생각 어떤 것을 했을까? 등등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은 무협작가의 감상을 보고 싶다.
읽는 사람이 무협소설 독자이든 작가이든 혹은 나처럼 전혀 관심도 없고 몰랐던 사람이든 간에, 이 책을 얼마만큼 받아들이냐는 그 사람 개인의 판단이라고 본다. (사실 무협소설 독자들 생각도 매우 궁금... 근데 내 주변을 따져보면 무협소설 작가들이 있지 독자는 없어서리.)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각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사실 생각한 건 하나 더 있다. 소설의 종류의 이름. 즉, 무협소설은 말그대로 무협소설이다.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로맨스소설 또한 말그대로 로맨스소설이다. 소설의 이름이란 장르 자체를 말하는 거겠지만 그 소설 자체를 말해주는 거다, 라는 걸 깨달았다. (좀 설명이 추상적인가? 근데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당연한 사실이긴 한데, 오랜만에 기초적이자 가장 중심적인 이야기를 다른 장르에서 접하니 새롭고... 뭐랄까, 감동적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
2009/11/13
| 무협
문현선 지음 / 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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