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4주
1. 개봉 후 연이은 호평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완득이>입니다. 영화 속 ‘완득이’는 조금 불안한 청춘입니다. 학생임에도 공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같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입니다. 한 마디로 ‘겉도는 아이’입니다.
무엇이 완득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장애가 있는 아버지, 행방을 모르는 어머니, 남들보다 어려운 가정 형편… 이처럼 완득에게 드리운 삶의 울타리는 그를 주변부에서 빗겨나게 만듭니다.
생모가 존재한다는, 그 생모가 실은 베트남 사람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완득은 큰 미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를 거부하는 회피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야말로 무기력한 청춘입니다.
그러던 완득이 복싱을 시작하게 되고, 어느 날 강력한 상대와 벌인 연습 게임에서 크게 한 방 먹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시합에 앞서 관장은 완득에게 말합니다.
“맞아봐야 때리는 법을 알게 된다”
이는 그 어떤 말보다 완득의, 완득에 의한, 완득을 위한 그리고 무엇보다 청춘을 위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조건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당장 위험과 시련을 마주해야 할지라도 정면으로 대응하고 차차 요령을 터득해 가는 것이 삶의 진리임을 드러내는 하나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이자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춘, 그들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는 회피가 아닌 정면임을 되새가게 합니다.
2. <바보들의 행진>은 70년대를 대표하는 억압이란 단어 속에서 성장했던 대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당시의 억압과 혼란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른 채, 무작정 나아가는 바보 같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 우리는 대학 4년 내내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가’ 영화 속 병태의 고민이, 영철의 고민이 즉 청춘의 고민입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그 고민의 원인이 70년대는 사회와 정부 억압에 있다면 지금 시대는 그로부터는 벗어났다는 것이겠지요.
자유로운 청춘이 70년대에 정부에 의해 제지 받았다면 지금 우리의 청춘은 무엇에 의해 제지 받는가요. 오히려 그 때보다 더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누릴 것을 당당하게 못 누리고 있지는 않은가요. 지금 청춘들 모두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모든 낭만과 이상을 포기한 채 살아갑니다.
영화 속 그들이 ‘고래 사냥’을 부르며 마음속에 ‘이상’이라도 품고 있었다면, 지금 청춘에게는 그 ‘이상’ 조차 없습니다. 낭만과 이상이 사라진 청춘들의 문화. 지금의 청춘들이야 말로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3. <사랑해 말순씨>는 14살 소년의 시각으로 풀어가는 영화입니다.
<사랑해 말순씨>는 1980년대의 군사정권이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지만 그 시절에 대해 깊게 파고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시절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얕은 심도로 그려갑니다.
영화는 그 삶의 모습들을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색감으로 풀어나가고, 원하든 원치 않던 겪게 되는 삶의 과정, 만남과 이별 속에서 한 소년에게 성장통을 쥐어줍니다.
한편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유년시절에 대한 먹먹함은 햇살 가득한 따뜻한 영상의 색감을 통해 따뜻하게 승화됩니다. 그리고 이는 생채기를 겪는 청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