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여름 같지 않았던 올 여름, 때문에 여름이면 극성을 부리는 더위를 피해 피서지에 갈 필요 또한 없었습니다.  

이에 편안한 영화관을 휴가지로 택한 사람들. 그러나 영화관이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로만 넘쳐났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동물들 또한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동물 관련 영화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 올 여름 영화 트렌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극장을 점령한 동물들, 과연 어떤 동물들이 관객과 함께 영화관에서 여름을 보냈던 것일까요

우선 그 첫 번째 동물은 ‘원숭이’입니다. 수년 간 다양한 버전으로 이어져 온 ‘혹성탈출’ 시리즈가 이번에는 원숭이와 생체 실험이라는 불편한 연결 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인간의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물, 원숭이 ‘시저’는 그 약물의 테스트에 이용되는 한 마리 실험용 동물일 뿐입니다. 그러나 목적을 가지고 수십 년간 동물들을 도구로 삼아 왔던 인간들에 대한 반란이 시작되는 걸까요. 그 약물로 인해 점점 진화하는 ‘시저’는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가지게 되고 자신을 학대하는 이들에게 반항을 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상대적 약자에 놓여있던 동물들과 달리 ‘혹성탈출’ 속 동물들의 기세는 상당합니다. 더구나 금문교에서 시저를 중심으로 한 유인원들과 인간들이 맞서는 장면은 그 팽팽한 대결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인류의 번영을 위한 실험용 동물들, ‘혹성탈출’은 이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양남의 검과 같은 이런 문제가 인류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임을 영화는 시사 합니다. 


극장을 점령한 동물, 그 두 번째는 바로 ‘닭’입니다. 동명의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성장을 거듭하는 암탉의 일상을 그려냅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을 품고 닭장 속에서 마당으로 나온 암탉 잎싹, 그러나 닭장 밖은 잎 싹에게 녹록치 않은 곳입니다. 마당 밖은 잎 싹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야생 동물들의 위협을 받는 곳이자 당장의 먹을거리와 머물 곳을 고민해야 하는 삭막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단순히 잎 싹이 처한 상황으로 한정 짓지 않습니다. 나아가 잎 싹의 삶의 조건과 관련된 문제들을 생태계와 환경의 문제와 연관 지어 풀어나갑니다. 
 

생태계의 조직망에서 잎 싹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구조에 놓여있습니다. 무리에서 떨어진 채 홀로 위험한 고비들을 넘겨야 하는 잎 싹, 결국 잎 싹은 거스를 수 없는 먹이 사슬의 늪을 인정하고 자신이 타고 난 근본적인 운명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으로 성장을 이룹니다. 

이 같은 깊이 있고 무게 있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합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극장을 점령한 동물들, 그 마지막은 ‘개’입니다. 개는 인간에게 그 어느 동물보다 친숙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관련 영화들은 주로 개와 인간의 교감을 그려냅니다. 영화 ‘마음이’ 또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그리는 영화와 맥을 같이 합니다.   

어린 오누이와 동행하는 개 마음이, 그런 마음이를 지켜보는 것은 어린 오누이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습니다.   

초반 이들의 관계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여정만큼 험하고 불편합니다. 그러나 거듭되는 악재 속에서 이들은 점차 외부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똘똘 뭉치고 결속력을 다져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잔잔하면서 슬픈 감동의 결말로 이어지면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의 깊은 유대관계를 통해 정(情)과 사랑의 가치를 설파하는 ‘마음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세대불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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