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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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북로드

 

 처음 책을 들어 첫 장을 넘길 때는 목차를 보고 '어? 단편집인가?' 해서 철렁했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편집이 아니라 흐름을 같이하는 연작 소설에 가깝다. 따뜻한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창조로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팬을 보유한 베스트셀러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다.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 『나오미와 가나코』의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소설이다. 이 책, 무코다 이발소는 눈 덮인 탄광 마을의 이발소를 배경으로 작가 특유의 작품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연작 소설집이다. 지난 해 12월에 삿포로와 오타루를 비롯한 홋카이도를 다녀와서인지 괜시리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삿포로나 스스키노 등 익숙한 지명이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다. 정작 홋카이도를 여행갔을 때는 하루종일 흩날리는 눈보라로 다시는 추운 겨울에는 추운 곳으로 여행을 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한때 탄광 도시로 번성했지만 산업의 침체와 함께 지금은 쇠락해버린 시골 마을 도마자와가 그 배경이 된다. 쉰세 살이 된 무코다 야스히코 씨는 도시 삿포로의 광고 회사를 포기하고 이곳에서 아버지가 허리 디스크를 앓게 되어 이끌어가던 가업 이발소를 이어받아서 25년째 이발소를 운영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스물셋이 된 맏아들 가즈마사 역시 직장을 때려치우고 귀촌을 해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는 통에 지난 일을 회상하게 된다. 아버지의 허리 디스크는 사실 외적으로 내세운 핑계였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혼자 만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회사에서 뒤쳐지고 낙오된 아픈 상황이 있었던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나고 쇠락한 탄광 마을 도마자와의 재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무원 사사키 씨의 노력과 마을의 여름 축제 때 쓰러진 바바 기하치 할아버지의 이야기,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짓는 마흔 살이 된 노총각 노무라 다이스케의 중국인 신부 코란의 등장, 새 술집의 매력적인 마담 미하시 사나에, 영화 <붉은 눈> 촬영과 도망자가 되어버린 범죄자 히로오카 슈헤이의 수배 소식까지 이어진다. 각각의 소제목은 무코다 이발소」, 「축제가 끝난 후」, 「중국에서 온 신부」, 「조그만 술집」, 「붉은 눈」, 「도망자」등의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눈으로 뒤덮인 도마자와 마을은 조용한 가운데에도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어서 새삼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작은 힐링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이렇게 조용하게 살아가고, 누군가는 이렇게 천천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바쁜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작은 힘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쟁 사회가 아니라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2017.3.1.(수)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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