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기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큰 딸의 고등학교 학부모 독서모임인 '동치미' 의 수장이신 정 선생님께서 장기 출장을 다녀오시는 바람에 지난 모임에 이어서 이번 11월 모임도 우리들끼리 주최를 해서 책도 선정하고 진행을 했다. 지난 달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을 선택해서 함께 읽었고, 이번에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선택했다.

열 명의 여고생, 즉, 기쿠코, 다케이, 유즈, 마미코, 에미, 모에코, 다카노, 카나, 아야, 유코가 등장한다. 그리고 여섯 편의 짧은 이야기는

① 손가락은 '불감증'이라 생각하는 기쿠코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기쿠코와 함께 어울리는 다케이, 유즈, 마미코도 등장한다.
초록 고양이는 정신병을 앓은 에미와 그녀의 단짝 모에코의 이야기이다. 모에코의 눈으로 에미를 바라보고 에미가 하는 말들을 표현해 냈다.
③ 천국의 맛은 <손가락>에서 이미 등장한 유즈의 이야기이다. 엄마와 쇼핑을 즐기는 유즈는 다케이의 남자친구를 통해 요시다라는 이름의 남학생과 사귀게 된다.
④ 사탕일기는 맞벌이하는 부모로 인하여 봄망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녁을 해결하는 카나가 일기에 그날그날 스쳐간 사람들에게 색색의 사탕을 선물한다는 내용이다.
⑤ 비, 오이, 녹차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엄마보다 일곱 살 어린, 가출을 꿈꾸는 이모와 여고생 유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⑥ 머리빗과 사인펜은 가방 속에 이 두가지만 담고 다니는 성적으로 성숙한 다카노의 이야기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을 자꾸 미루다 보니, 한 사람, 두 사람 결원이 생기고, 또 수장께서 이 책을 함께 읽지 못하신 까닭에 이번 모임은 여러 행사가 계획된 12월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평집 출간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이 책은 일본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2005년 작 단편집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소설같지 않고, 오히려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읽게 된다. 짧막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일까? 아니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상 세계가 아닌,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같은 막연함을 주기 때문일까?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매점에서 간식으로 레몬 젤리, 초코 푸딩, 흰 우유, 커피 우유등을 사먹고, 수업시간에는 이런 간식을 적은 쪽지를 돌리기도 하는 학교생활을 담고 있다. 각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으면 모두 똑같아 보이고 즐거워 보이지만, 각각 자기만의 아프고 특별한 사연들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여고생 같지 않은 사연을 때로는 도저히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가정사를 담고 있다.
여고 시절,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지만, 아직은 채 완숙하게 자라지 못한 육체와 너무나도 심각하게 정신을 짓누르던 것들을, 지금 돌아보면 조금씩은 치기 어린 열정과도 같은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너무나 오래 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나도 여고생이었던 시절이 있는데……. 그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나의 어렴풋한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누구에게나 세월이 흘러, 20대가 지나고 30대, 40대가 지나면서 온 몸과 마음으로 치열하게 맞이하게 되는 더 커다란 경험ㅡ사랑, 결혼, 직업, 아이 등의 문제ㅡ들과 맞닥뜨리기 때문에 각자의 기억에서 점차적으로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웠단 사연들을 각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그 풋풋하기만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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