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파괴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5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김희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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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파괴자

블랙펜클럽 035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문학동네

 

 독일 독자들이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선정한 바 있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데뷔작 『테라피』  와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 『파편』  에 이어서 네번 째 장편소설로, 정신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정통 사이코스릴러 작품이다. 폭설로 고립되어버린 도시 외곽의 고급 정신병원을 무대로 일명 '영혼파괴자'라는 연쇄살인범이 선사하는 불안과 공포의 악몽 같은 하룻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된다.
소설의 몸통을 이루는 '환자 진료기록'은 베를린 외곽의 '토이펠스클리닉'이라는 고급 정신병원에서 시작된다. 얼마 전 근처 도로에 쓰러져 있다 관리인에게 발견되어 이곳 병원으로 오게 된 남자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카스파'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낸다. 역행성건망증 환자인 카스파가 기억을 잃어버린 영혼파괴자 연쇄살인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책을 읽어보게 되는데, 이런 일반적인 추론을 파격적으로 깨는 결말은 놀랍기만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즈음에 온 베를린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 사건 소식이 연일 떠들썩하게 보도된다. 젊고 아름다운 세 명의 여자, 연극영화과 학생인 바네사 슈투라스만(26), 성공한 변호사 도레엔 브란트와 초등학교 교사인 카챠 아데시가 차례로 실종되었다가 이른바 '각성 혼수' 상태로 발견되고, 혼수 상태가 계속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게 된다. 각성 혼수란 목숨은 붙어 있지만 동공반응은 물론 의식이 없어서 외부와의 소통 자체가 불가한 상태로, 숨을 쉬고 살아 있지만 죽은 자와 마찬가지 상태가 되는, 그것도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만 골라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자에게 언론에서는 '영혼파괴자'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실종되었던 여성들은 강간도 고문도 당하지 않았고 죽임을 당하지도 않았지만, 훨씬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영혼파괴자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범은 살아 있는 몸속에 그들을 가둬버린 것이다.
사건 해결의 단서는 오로지 피해 여성들에게서 발견된 의문의 쪽지뿐이다. 토이펠스클리닉에도 영혼파괴자의 보도가 전해지고  때마침 병원 앞 눈길에서 구급차가 공중전화부스를 들이받는 사고로 이송중이던 환자와 구급대원이 토이펠스클리닉으로 실려온다. 이 사고로 전화선이 끊긴데다 20년 만이라는 대폭설로 병원 안의 사람들은 완전히 고립되고 만다. 병원 원장 자무엘 라스펠트와 여의사 소피아 도른, 간호사 야스민의 의료진과 카스파, 구급차 기사 토마스 샤데크, 관리인 디르크 바흐만, 환자 그레타 부인까지 영혼파괴자로 의심되는 요나탄 브루크와 맞서 싸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카스파는 기억을 되찾아가고, 자신이 의학박사 니클라스 하버란트이며 신경정신병학자이고 심층 최면의학 전문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방에서 닥쳐오는 위협에 맞서 진짜 영혼파괴자의 정체를 밝혀내게 되는데, 수면 마비로 인간의 영혼을 살아 있는 몸속에 가둬 파괴해버리는 영혼파괴자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인간 영혼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는 제바스티안 피체크 사이코스릴러의 매력이며 소설의 제목을 극단적으로 명명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심리실험이라는 명목하에 토이펠스클리닉에서 벌어졌던 참상이 담긴 ‘환자 진료기록’을 학생들에게 읽히는 교수의 의도는 무엇일까? 의문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른 의문이 기다리고 있기에 른 단서를 쫒게 되고 그래서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2016.2.5.(금)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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