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소담출판사

 

우리는 제2외국어로 불어와 독일어를 배우던 시대였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더더욱 생소한 언어였던 기억이 난다. 이과반으로 독일어를 선택한 나와는 다르게 음대를 가려고 피아노를 치고, 문과반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던 두 살 위의 언니는 프랑수아즈 사강에 심취했던 모양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을 떠올리니, 불어를 배우던 언니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불어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을 뿐 아니라, 문학과도 거리를 두고 살았던 나는 이 『슬픔이여 안녕』뿐만 아니라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해서도 참으로 아는 것이 없다.

이 책, 『길모퉁이 카페』는 열아홉 편의 단편 소설을 싣고 있다. 여느 단편 소설과는 그 느낌이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강의 단편들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작가 사강의 분위기처럼 아름답고, 독특하고 바람끼 넘치는 여인들이다. 이 차갑고도 가혹한 단편은 '이별의 세계', 혹은, '상실의 세계'로 이끌어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내고,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제삼자의 눈에는 평범하고 소소한 사건이 인간에게 끼치는 여러 변화들을 다루고 있다고 평한다. 아마 이런 극찬을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 책, 151쪽 <왼쪽 속눈썹>을 읽으면서, 아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영원한 물푸레나무요, 다정함이요, 어린 시절이라!'라는 표현이라던가, '레물라드 소스를 묻힌 셀러리, 역사적인 넙치, 혁명적인 고기구이, 튀긴 감자, 대충 만든 치즈, 바닐라 파스타 폭탄이...' 같은 표현이 사강 식의 표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서술을 가능케 하는지도 궁금해 진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불치병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인 <누워 있는 남자>라던지, 사랑하는 남자를 못 잊고 괴로워하던 저녁, 다른 남자에게서 위로를 얻으려는 여자의 이야기 <어느 저녁>이라든지,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여자의 이야기 <왼쪽 속눈썹> 등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사강에 의해 탄생된 독특하면서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사강풍의 여인들을 만나게 되는 경험을 가능케 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몰입이 안되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기도 하는 얄미운 여인들도 만날 수 있고, 또한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를 떠올리게 하는 남창의 이야기인 <지골로>, 이 시대의 불쌍하고 가련한 가장의 이야기인 <개같은 밤>, 우화를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낚시 시합> 등도 흥미롭다.

이 책으로 인하여 프랑수아즈 사강을 새롭게 알게 되고,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으로 '사강 스캔들' 이라는 말을 낳았다는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프랑스의 여류 작가가 궁금해졌다.

2013.2.18. 사강과 함께 가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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