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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7/23 ~ 2025/07/24
'미드나잇 스완', '이토록 완벽한 실종' 등, 그동안 재밌게 읽었던 소설을 출판한 해피북스투유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닿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제목부터 근데 뭔가 심상치 않다. 마늘밭의 파수꾼이라니.
소개글만 봐서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같은데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을 따라한 제목이 인상 깊었다.
제목만 그냥 그렇게 따라 지은건지, 아니면 내용이 '호밀밭의 파수꾼' 과 뭔가 관련성이 있을지, 책이 도착하기 전부터 너무 궁금한 점이 많았다.
특히나,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은 나의 10대에서부터 20대 초반 정도까지 인생책중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한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고전이였기에 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책의 초반부에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이런 류의 소설들을 평소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나름 책과 함께한 시간이 워낙에나 길었다보니 요 정도만 딱 보고도 눈치 깠다.
'아 바뀌었구나!'
사실, 이건 스포라고 하기에도 좀 뭐하다.
책 보다보면 중반부 넘어서 누구나 다 알게 되는 사실이라.

연쇄 살인마인 형이 자기 친동생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뒤, 수년이 지나고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럭저럭 잘나간다 하기에도 뭐하고, 아예 못나간다 하기에도 뭐한 평범한 작가 유민은 어렸을때부터 친구인 톱스타 이한과 몰래 사귀고 있는 중이다.
워낙에나 잘나가는 유명인 남자친구이다보니, 유민은 웬지 모르게 스스로 주눅들고 열등감을 느낄때도 있지만 오랜 기간 함께했던 연인이라 그에 대한 사랑만큼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 잘나가는 톱스타 남자 친구 이한, 뭔가 묘하다.
너무나도 유민에게 잘하고 있고,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챙기고 사랑해주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자주 든다.
유민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 읽는 독자들도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 뭔가 가면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러다 유민은 쉬면서 글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비어있던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가게 되는데, 방치되어 있는 할머니 집 마늘밭에서 거액의 돈다발을 발견하며 이야기는 급전개된다.
딱봐도 사촌인 한재는 크게 역할이 없는, 일종의 맥거핀 느낌이다.
한재가 돈 다발을 지키던 범인과 싸우고 크게 다치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한재가 뭔가 이 소설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생각되진 않았다.
그냥 한재는 한재다.
등장인물 1 느낌이다.
그리고 이어서 밝혀지는 유민과 한재를 공격했던 돈다발 주인의 정체!
'아니, 갑자기 저 사람이 왜 나와?'
궁금증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점차 미궁으로 빠진다.
뭔가 수상쩍은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이한.
이한과 돈다발 주인과의 관계는?
이 무시무시한 비밀 뒤에 숨겨져 있는 아픈 가족사.
점차 흔들리기 시작하는 유민의 양심과 점차 옅어져가는 유민의 사랑.

유민의 사랑은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이한의 사랑은 또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이 둘은, 그냥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애써 모른척하며 사랑이라는 울타리 뒤에 숨어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라면 저런 사람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듯 사랑할 수 있을까?
뿌려놓은 떡밥들이 다 회수되지 않아 약간 찜찜한 느낌이 들긴 해도 스토리 자체는 매우 잘 짜여졌다.
충분히 흥미 진진하고 긴장감도 더해져 몰입도가 뛰어나다.
그러나, 난 역시 스토리 자체 보다는 '호밀밭의 파수꾼' 에 자꾸 비유를 하게 되었다.
장르도 전혀 다르고 스토리도 전혀 달라 약간, 아니 매우, 그리고 억지로 끼워맞추는 형국이 되고야 말긴 하지만, 그래도 워낙에나 '호밀밭의 파수꾼' 이 나에겐 특별한 고전이니만큼 어거지로라도 끼워 맞춰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마늘밭의 파수꾼은 누구였을까?
호밀밭의 파수꾼을 자처했던 홀든과는 달리, 마늘밭의 파수꾼은 딱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엔 순수의 세계를 지키려던 홀든처럼, 돈을 지키기 위해 숨어 있던 범인이 마늘밭의 파수꾼인줄 알았으나 소설을 읽다보니, 그보다는 이한이 마늘밭의 파수꾼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비밀, 아버지의 비밀, 가족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대를 이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그러면서도 이한에게 있어 순수의 세계는 유민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비밀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자신만의 순수의 세계를 지키려 애를 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이한의 모습마저도 이미 유민은 알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한과 자신의 사랑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결국 침묵하게 되는 유민도 또 다른 마늘밭의 파수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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