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르스의 <일리아스><오뒷세이아>를 재독한다. 연전에 한번 읽은적 있는데 그때는 고전(고전 중에서도 헤비급 고전이 아닌가!)이라는 무게감에 짓눌린 억지스런 읽기였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한번 통독한 탓에 대충 줄거리를 알고있고 무엇보다 의무감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두 책은 두툼한 분량도 분량이려니와 우선 등장인물이 많고, 수많은 그리스 신들,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 때문에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고 난해한 편은 아닌데, 특히 <오뒷세이아>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라 설렁설렁 읽어도 재미가 있다. 어떤 책이고간에 잘 이해하려면 무조건 재독하는것이 상책이다.
다만 이쯤 나이가 들고보니 덮어놓고 읽는게 대수가 아닌듯하다. 작품이 지닌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고 소화하는가, 애써 재독, 삼독을 한다한들 텍스트가 내장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기계적인 읽기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두 작품과 함께 몇 권의 참고서를 함께 읽기로 했다. 먼저 그린비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강대진의<일리아스 ...운명의 서사시>와 <오뒷세우스....>가 그것인데, 결국 전자만 참고하고 후자는 읽지않기로 했다 . 너무 서술이 장황해서 차라리 원작만 읽는게 나을것 같아서다. 시간이 널널하면 꼼꼼히 읽으며 보다 많은 정보들을 취하긴하겠는데, 읽어야 할 책이 옆에 자꾸 쌓여가니 이 책만 붙들고 있을순 없잖은가?
강대진의 <일리아스....>는 호메르스의 원작 24권으로 구성된 각 권에 일일이 해설을 붙였다. 바로 이 점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장황해서 지루하기짝이없었다. 가령 4권의 군중 전투의 진행상황을 소개하면서 희생자의 구성을 분석하는것은 굳이 독자들이 몰라도 될 것 같까지 세세히 소개하는 바람에 가독성을 떨어트리지 않나싶다.
초심자에겐 강대진보다 차라리 피에르 비달나케의 <호메르스의 세계>(솔, 이세욱 옮김)가 효율적듯싶다. 비록 소략하기는 하지만 분량이 많지않아 읽기가 용이하고,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함께 다루기 때문에 호메르스의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더불어 강대진이 쓴 <고전은 서사시다>(안티쿠스)와 마틴 호제의 <희랍문학사>(작은이야기, 김남우 옮김), 김헌의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살림, 살림지식총서 118권)도 참고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