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물리학자 라이너스 폴링이나 바이러스 연구자 조너스 소크 같은 저명한 과학자들을 연구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다른 동료들과 구별되는 차이점은 인지의유연성, 즉 "상황이 요구하는 데 따라서 하나의 극단에서 또 다른 극단으로" 기꺼이 의견을 바꿀 수있는 태도라고 결론을 내렸다.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도, 그리고 고도로 창의적인 건축가들의 독립적인 연구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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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놓인 상황을 재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개구리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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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본디 흩어져 있으면 그 힘이 약하지만, 뭉쳐져서 일정 수준 이상의 목돈이 되면 투자의 좋은 재료가 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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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데 성공하는 것, 이것이 성공의 정의이고, 진정한 승리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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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호캉스 겸 신라스테이에서 이박을 묵었다. 호캉스 하면 각자 연상되는 모습이 다를 텐데, 내게 호캉스는 일단 서울에 살지 않는 내가 자유롭게 서울 도심을 이동 수단 걱정 없이 쏘다니고(거의 무조건 걷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하루에 2만 보씩 걸었다), 또 하나는 아직 가족에게 얹혀 사는 내가 잠시나마 고요한 내 공간을 누린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크다. 신라스테이에서 5년 전에 첫 호캉스를 경험해 본 일이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별로 달라진 게 없기도 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많이 걷는다. 나는 쭉 뻗은 대로를 좋아하는 취향이라서 그런지 런던에서 행복하게 공원으로 향하는 널따란 길을 걷고 달리는 호사를 누리다가(심지어 동네의 지나치게 좁은 길도 제법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있는 풍경이긴 했다)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니 좀 걷는 풍경이 재미가 덜했는데, 이번에 그야말로 원없이 걸었다.

그사이 제법 여행하는 요령을 터득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지냈다. 일단 우리 동네 마트에서 과일을 좀 사고(이번에는 체리를 샀고, 토마토는 종류는 바뀌되 꼭 빠뜨리지 않는다) 기내용 캐리어에 노트북이랑 책 6권, 간소한 옷가지를 넣어 숙소로 향했다. 원래 정한 건 욕조가 있는 욕실을 골라서 오랜만에 입욕제를 써서 느긋하게 목욕을 하자는 거였고, 또 근처 위타드에 들러서 뭐라도 차 한 종을 사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사 거르지 말고 꼭 의욕적으로 맛있는 한 끼를 먹자. 이게 이날 여행의 목표였다. 그런데 체크인을 한 후 이 목표를 머리에 새기고 바깥을 나와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이 일대를 관광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관광객의 마음에 한껏 이입해서 찬찬히 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이곳이 약 10년 전쯤 내가 힘든 줄도 모르고 3-4시간씩 통근하던 내 첫 직장 근처라는 지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이런저런 묵은 기억들이 별안간 내 눈앞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가을, 점심 시간, 한창 개발 기간이라 뭔가 분주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밥을 먹으러 나서던 날의 기억. 또, 요즘은 스타벅스에 발길을 아예 끊었지만, 그때만 해도 어떻게든 회사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강남 일대에 손가락으로 다 꼽기에도 많은 지점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필사적으로 내 시간을 보내려 애쓰던 기억. 그리고 이따금은 막막한 기분으로 힘없이 걷던 런던 도심 서부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 그 모든 기억이 전부 내 곁에 있었다. 신기한 시간여행 체험이었다.

그리고 체크아웃을 앞둔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아주 우연히 이 책, 《수영하는 여자들》을 읽었다. 이번에는 무작위로 종이책 3권이랑 욕실에서 휴대폰 보는 대신 읽을 워터프루프북 3권까지 총 6권을 가져와서 겨우겨우 3권쯤 읽은 참이었는데 예쁘게 주홍빛 햇살이 내리쬐는 목요일 아침, 전날 밤 잠을 설친 터라 좀 몽롱하게 졸다가 깨어 갑자기 이 책이 손에 걸려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원래 내가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에,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사둔 책이었는데 결국 읽지 못 하고 출국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방치되어 있다가 이번에 우연히 호캉스에 데려간 거였는데(이때 가져간 책들 표지가 전부 푸른색이었다는 소소한 필연이 있기는 하다) 신기하게도 거의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게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아마 4년 전, 출국을 앞두고 읽었더라면 오히려 별 애정을 붙이지 못 했을 이야기인데 잠깐 1년 런던에서 머문 기억 탓인지 잠시 시간여행이라도 하듯 이 책이 나를 여행하게 해 주었다. 앞서 말했듯 런던 도심 중에서도 서부가 어딘지 좀 서울 도심 중에서도 강남 일대를 닮았다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브릭스턴'으로 대표되는 동부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좀 홍대 감성을 닮았다. 소위 '힙스터' 감성을 질색하던 나는 이 일대를 걸으면서 왠지 좀 피곤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에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 동네의 매력을 알아갈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남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순전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서 느낀 줄로만 알았던 감정을, 브리스톨 출신의 케이트가 런던에서 그대로 겪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런던의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꽁꽁 가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영국을 향한 내 첫 인상이 가을과 겨울에 걸쳐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러다가 은은한 햇살이 서서히 한낮의 동네에 드리우기 시작한 후에야 내 마음도 겨우 조금씩 녹아내릴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게 딱 4월쯤이었던 것 같다. 미리 알았다면 내 체류 생활이 좀 더 말랑말랑해질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만 더는 확인할 길이 요원한 질문이 겸연쩍게 남는다.

순전히 런던 생활 덕분에 이 이야기의 배경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며 겨우 귀국했을 때 강렬한 동기부여를 얻고 일명 '돈 공부'를 제법 열심히 했다(현재완료 진행형). 덕분에 오히려 돈과 맞바꿀 수 없는 가치를, 이를 테면 이 책 속 '리도'와 같은 존재를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때를 잘 맞춘 독서였다.

런던에서 우리(나, 같이 사는 친구, 친구가 한국에서 데려온 강아지 햇반이와 자반이)도 이야기 속 로즈메리와 조지처럼 딱 한 번 휴가를 갔다. 그것도 똑같이 브라이튼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워홀은 프리랜서와 마찬가지로 뭔가 매일이 휴가 같은 나날이라는 편견이 있는 편인데, 당시에 브라이튼으로 떠나며 차라리 나는 불안하게 둥둥 떠다니는 일상을 이 휴가와 선명하게 구분짓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호캉스를 떠나며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이때의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체크아웃 직전 짐정리를 하며, 브라이튼 버스 안에서 까무룩 졸며 제 몸을 무겁게 누르던 나를 열심히 참아 주던 햇반이가 떠올라 잠시 웃었다. 다시 브라이튼에 가 볼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면, 그때 기억 속의 햇반이가 다시 내 곁으로 찾아와 줄지 조금 궁금해졌다. 아마 그럴 것이다. 모든 존재의 기억은 결국 지금 살아 있는 내 곁에 머무니까. 로즈메리의 기억이 리도 사람들에게 머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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