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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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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를 몇 권 읽었다. 각기 다른 작가, 다른 장소, 다른 분위기. 낯선 곳을 여행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박연준과 장석주의 글에서는 여행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느리게 걷는 어떤 거리, 혹은 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낯선 곳인데 익숙한 거리를 걷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국땅에서 익숙한 느낌이라니, 모순으로 들리지만 어쩌겠나. 내 느낌이 그랬는데 말이지. 시드니. 자주 듣는 지명이지만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 우리나라와 반대 계절을 사는 곳. 그저 추운 겨울을 피하고 싶을 때 떠올리곤 했던 도시인데, 두 사람이 함께한 그곳을 같이 걷고 있자니, 안 그래도 느린 내가 더 느려지는 느낌에 어슬렁거리고 싶어진다.

 

시드니를 여행한 글이라는 걸 알았는데, 내가 미처 이 책 정보를 접하지 않았던 한 가지가 있었다. 두 사람이 결혼식 대신으로 소식을 알리고자 했던 글이라는 것. 박연준과 장석주라는 조합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그들의 인연을 알리는 글을 읽고 있자니, 글 쓰는 사람들다운 인사로 들려서 흐뭇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음악으로, 그림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글로 전하는 것까지 보게 된다. 뭐, 글로 여러 소식을 전하던 작가를 처음 본 건 아니지만, 결혼이라는 소식을 알리는 방식으로 글이 선택받았다는 게 좋더라. 그들만의 방식이어서 더 좋고, 두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한 권의 책으로 전해지고 있어서 더 좋고... 두 사람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가 한 권의 책에서 두 작가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는 거다.

 

시드니의 한 시골 마을에서 두 사람이 보낸 시간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궁금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그저 오늘 여기서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장소만 바꾸어서 하는 듯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다른 분위기와 표정이 생각나서 순간순간 낯선 느낌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다. 두 사람의 나이 차 때문인 건지, 아니면 원래 다른 성향의 모습이 그때 드러난 건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그곳에서 같은 시간을 지냈는데, 다른 시간을 살다 온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시드니를 경험한 그와 시드니를 처음 경험하게 된 그녀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느리게, 좀 더 느리게 그곳을 사는 남자와 가보지 못한 곳을 눈에 담고 싶은 그녀의 발랄함이 대조적이다. 연애와 다르게 결혼은 한집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기에,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몰랐던,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기회이자 건너야 할 어느 지점인 듯하다. 마음이 맞지 않아 가벼운 언쟁을 하기도 하고, 그 위기를 넘기고 더 단단해질 수도 있고.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한 달 동안 두 사람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유난히 파랗게 보이는 하늘을 그리게 하는 장석주의 글과 일상에서 보이는 장면에 어떤 기억을 꺼내게 하는 박연준의 글이 일주일 동안 나의 밤을 견디게 해주었다. 부유하듯 떠돌아다니는 기분에 몸을 가볍게 했다가, 동네 뒷골목을 산책하는 듯한 더딘 시간을 허락해주었다가, 언젠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어떤 곳을 떠올리게도 했다가... 혼자여서 편하고 좋았던 모든 것에 조금씩 공간을 만들게 한다. 떠돌고 싶은 마음을 붙잡으러 떠나더라도 돌아오면 제자리인 것을 알지만, 익숙한 곳의 무료함에 언제 또 출렁일지 모를 마음이지만, 그런 게 또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두 사람의 산책기. 봄이 올 듯 말듯 계절이 왔다 갔다 하는 요즘, 이렇게 느리게 걷는 기분 들게 하는 글, 좋았다.

 

낯선 곳을 여행해 보면 안다.

여행은 불편을 동반한 낯선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을.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그리 익숙함을 그리워하게도 만든다는 것을.

 

 

돌아와보면 안다.

익숙할 때 즈음 그곳을 떠나왔음을.

이곳의 익숙함이 달콤하고 감동스럽게 느껴지지만

잠깐일 뿐이라는 것을.

조만간 권태에 빠져,

불편과 낯선 상황을 향해 달아나고 싶어할 것임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서울을 서울 밖에서 바라보듯 거리를 두고,

돌아와서도 헤매야 한다. (100페이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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