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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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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배우자나 애인)에게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범위가 있다. 쉬운 말로 ‘바람’이라 부르는 행위. 최소한 가장 일순위로 지켜야할 서로의 믿음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하고 멍청해서 그런지 바람은 못 피우겠다. 상대방에게도 그걸 요구한다. 마음이 식었거든 바람이 아니라 한 번에 한 사람씩 선택하라고. 누군가와 나누기는 싫다고. 실제로 상대의 바람을 알아차리고 헤어진 경우도 있다. 마음을 준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가슴에 돌덩이를 끌어안고 사는 것보다는 어쭙잖은 자존심을 택하겠다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어떤 변수가 생겨서 생각이 달라질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런 불륜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보면서도 분명한 복수가 등장하지 않으면 심통이 난다. 내가 해줘야지, 그 복수.

세상에서 불륜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와타나베. 그런 그가 그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야 만다. 같은 회사의 계약직 직원인 아키하와 불륜이란 것을 저지른다. 그 아름다운 이름 ‘사랑’으로. 여기까지만 보면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쓴 한 편의 사랑과 전쟁이 되시겠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가 된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동안에도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하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아키하는 15년 전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관계된 인물이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 그리고 그런 아키하와 불륜에 빠진 와타나베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키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계획하던 찰나에 그 사건을 알게 되고 아키하가 그 사건의 용의자임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그 사건의 내막 파헤치기에 참여하게 되는 와타나베.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연애라면, 결점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결혼이다. 더는 상대를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눈길을 끌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혼을 동경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그랬다. 상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든 나머지, 편안해지고 싶어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편안함을 얻는 대가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192페이지)

결혼이 그런 것이야?
사실 결혼뿐만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는 거 아닌가? 그렇게 선택한 것이 버린 것의 몫까지의 만족감을 주는 순간도 있지 않아? 이 책에서 와타나베와 그의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풀어내는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면 진정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선택한 결혼이 가져다주는 장점들에 대해서도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공평한 것 아닐까 하고.

와타나베와 아키하의 불륜을 보여주는 그 과정이 참 재미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딱 한 번만’, 그 다음은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미심쩍은 안도의 마음으로 계속 진행 중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결국은 유지해 온 가정을 버리고 새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대부분 불륜의 과정이 그런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듣고 싶으면서도 씁쓸하다.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짓일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말이지.

처음부터 불륜임을 말하고 시작하는 이야기다. 와타나베의 고백 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15년 공소시효가 끝나감을 자꾸만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불륜의 대상인 아키하와 살인사건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이야기의 재미는 배가 된다. 물론 살인 사건의 전말을 마지막에 드러내주면서 그 모두가 연관되었던 ‘불륜’의 말로를 가장 잔인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무고한 하나의 생명이 사라짐으로써 더 이상의 불륜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 같기도 하다.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던 그 센스도 잊지 않는다.

결혼이란 것을 선택한 자의 책임이란 게 있다. 사랑해서 결혼이란 결실을 이루었으면 지켜야 할 것들도 생겨난다. 배우자 외의 사람을 만나면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될 거라 생각하지 말자. “불륜은 불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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