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라는 부제를 가진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책 표지부터 중간중간에 삽화, 작가의 정갈한 문장들 모두 몽글몽글 포근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요즘처럼 쌀쌀해진 아침에 적당히 데워진 잔에 따뜻한 물에 우려낸 차와 갓 구운 빵과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빵만 소개하지 않는다. 꼭지마다 새로운 빵들을 묘사하고, 그 빵이 등장하거나 혹은 그 꼭지를 쓰게 한 책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몰랐던 책들도 많았고, 이미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꺼내고 싶은 책들도 많았다. 친한 언니랑 빵지순례하며 책 소개도 받고, 고민 상담하며 위로받는 느낌! 책 속의 책을 찾아 읽는 재미가 한동안 쏠쏠할 것 같다.
_
🖋 p.54
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 p.105
나의 말이 타인을 함부로 왜곡하거나 재단하지 않기를.
내가 타인의 삶에 대해 말하는 무시무시함에 압도되지 않기를.
나의 글에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나의 글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나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 p.221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어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