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을 사회에서 낙오된 청년층으로 여기고, 때로는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운이 좋아 무리속에서 튀어 보이지 않고  묻어나는, 묻혀있는(?) 사람이었을 , 누구나 은둔 상황에 부닥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세상에 벽을 쌓고혼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학력 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 밀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좌절감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절을당한 사람들이 더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지 않기 위해서 자신만의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요즘 애들은 너무 나약한 것이 아니냐, 남들보다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그까짓 일로 이러는 거냐' 그들의 선택을 한심하게 여긴다. 나보다  노력해서 많은 것을 얻는 사람들도 있지만, 온갖 편법으로 쉽게 손에 넣는 사람들을 보면 맥이 빠지는 헬조선이다.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 되지 않도록 자신이 바꿀  없는나의 배경으로 인한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인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남들만큼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너만의 방식으로 기준으로 행복하면된다고 알려줄 부모도 필요하다. 아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우리 사회가 힘껏 품어주어야 아이들은 힘껏 안겨 살아갈  있다.



그로테스크한 SF 미스터리로 시작했다가 무거운 마음 가득 안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으로 만난 김엄지 작가님의 작품, 겨울장면

주인공의 이름은 없다. 아니 R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그 어떤 묘사는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하고 편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R은 작은 조각들이 되어버린 기억의 단편들을 맞추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어쩌면 R은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만 혼자 견뎌내기엔 버거운 현실이기에 여전히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일상들을 세심하게 분석한 작가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다른 단면을 보게 한다.

내가 알던 것이 다가 아닌 느낌이라서 읽었던 문장을 자꾸 되짚는다.





p. 75

마음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고.

기억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모든 것이다.

모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R은 생각했다.



p. 125

사람은 공중에 있기는커녕 핸드폰, 이어폰, 충전기, 콘센트 구멍, 스위치, 센서, 밖에 많은 것들에 붙들려 있기 때문에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는 아니라 현실에 너무 붙잡혀 있죠. 각자의 현실들이 판이하게 다를 뿐이겠지요. 이제는 개개인이 서로의 현실을 이해하기에는 서로 너무 멀죠. 거리가 밑에 허공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습니다. 공간에 모여 앉아 있다 해도요. 각자 고개 숙이고 집중하고 있는 영상물만 해도, 콘텐츠라는 것들이 요즘 얼마나 분야가 무궁무진합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작고한 다나베 세이코의 대표작, 연애를 테마로 쓴 9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4년에는 영화, 2020년에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였고, 한국에서는 한지민, 남주혁이 리메이크하였다. 책으로는 이십여 장의 짧은 분량이지만 영화화되면서 조제와 츠네오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많은 사람이 로맨스 띵작으로 꼽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영화화, 연극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작품이 나오면 얼마나 감히 잘 담아냈는지 지켜볼 테다 (아무 위협도 안 될 존재이면서) 책 한 권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꼬박 읽는다면 하루 정도는 걸릴 것이다. 200페이지가 되는 분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으로 치닫는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고 끝까지 읽어낼 용기를 내는 시간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시간적인 제약을 받기 때문에 소설에서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 재조명된다. 그러다 보니 소설을 읽지 않고 본 사람들은 그것이 소설의 전부인 양 작가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왜곡될 때도 있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호흡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보편적으로 풀어낼 때가 있어서 아쉽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하는 그림이 있는데 그렇지 못할 때 뭔가 속상해서 그런 작품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소설에서 많이 생략된 조제와 츠네오의 감정선이 잘 그려져 영화를 보면 좀 더 소설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일본소설들은 가끔 친절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로테스크한 설정들이 우리를 자극하지만 왜? 이런 설정이어야 했는지 설명해주지 않을 때가 많아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이번 단편소설에도 그런 설정들이 있지만 이런 영화들이 있다면 좀 더 작가의 마음을 주인공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사람 사람으로 마음을 나눈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이 타의적으로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요즘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소설이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라는 부제를 가진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책 표지부터 중간중간에 삽화, 작가의 정갈한 문장들 모두 몽글몽글 포근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요즘처럼 쌀쌀해진 아침에 적당히 데워진 잔에 따뜻한 물에 우려낸 차와 갓 구운 빵과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빵만 소개하지 않는다. 꼭지마다 새로운 빵들을 묘사하고, 그 빵이 등장하거나 혹은 그 꼭지를 쓰게 한 책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몰랐던 책들도 많았고, 이미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꺼내고 싶은 책들도 많았다. 친한 언니랑 빵지순례하며 책 소개도 받고, 고민 상담하며 위로받는 느낌! 책 속의 책을 찾아 읽는 재미가 한동안 쏠쏠할 것 같다. 



_



🖋 p.54

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 p.105

나의 말이 타인을 함부로 왜곡하거나 재단하지 않기를. 

내가 타인의 삶에 대해 말하는 무시무시함에 압도되지 않기를.

나의 글에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나의 글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나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 p.221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어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기울인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있는 것은 오직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나’는 동생을 매부의 가정 폭력으로부터 구한 후부터 두 조카와 집안일을 맡게 되었다. 두꺼워지는 필사 노트가 무색해질만큼 그녀의 꿈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무뚝뚝하고 속내를 비치지 않던 아버지가 어느 날 내뱉은 말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후벼판다. 그 이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장례를 치르고, 여전히 자신의 꿈을 응원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주인공. 


_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남들만큼의 노력을 하다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꿈을 이루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중에 내가 마음먹은 대로 제때에 다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나 또한 그런 경험은 손에 꼽을 수 있고,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슬럼프가 찾아오는데 그 기간을 잘 버틴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도 안 알아줘도 나만 느낄 수 있는 뿌듯함 한 스푼이면 버틸 수 있는데 타인과의 비교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이내 곧 무너지고 말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뚜렷한 돈벌이를 하지 않으면서 집에서 놀고먹는 상태로 취급받지않고자 주인공은 조카를 케어하고, 청소, 식사 준비, 빨래 등등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 서로 희생하는 것을 암묵적 강요하는 것도 우리나라만의 문화(?)인 것 같아요.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첫째니까, 여자니까, 누가 더 잘났으니까 등등 이런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우리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주인공을 숨 막히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 되지 않더라도 주인공이 집을 나가서 기똥찬 싱글라이프를 보낼 있기를 그동안 묻어두었던 자신을 찾아 빛나기를 기도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