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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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만난 김엄지 작가님의 작품, 겨울장면

주인공의 이름은 없다. 아니 R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그 어떤 묘사는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하고 편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R은 작은 조각들이 되어버린 기억의 단편들을 맞추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어쩌면 R은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만 혼자 견뎌내기엔 버거운 현실이기에 여전히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일상들을 세심하게 분석한 작가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다른 단면을 보게 한다.

내가 알던 것이 다가 아닌 느낌이라서 읽었던 문장을 자꾸 되짚는다.





p. 75

마음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고.

기억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모든 것이다.

모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R은 생각했다.



p. 125

사람은 공중에 있기는커녕 핸드폰, 이어폰, 충전기, 콘센트 구멍, 스위치, 센서, 밖에 많은 것들에 붙들려 있기 때문에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는 아니라 현실에 너무 붙잡혀 있죠. 각자의 현실들이 판이하게 다를 뿐이겠지요. 이제는 개개인이 서로의 현실을 이해하기에는 서로 너무 멀죠. 거리가 밑에 허공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습니다. 공간에 모여 앉아 있다 해도요. 각자 고개 숙이고 집중하고 있는 영상물만 해도, 콘텐츠라는 것들이 요즘 얼마나 분야가 무궁무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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