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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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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드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미끈한 코팅지의 촉감, 총천연색의 화보, 하나의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수집된 이야기거리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35권 '흡혈귀 : 흡혈귀 잠들지 않는 전설' 편에 여러모로 비견되는 책이다. 15년을 앞서 나온 그 책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일단 판형과 지질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승리다. 도서의 가장 큰 가치는 그 안에 담긴 활자의 깊이에 있다. 그러나 그 활자를 둘러싼 '포장' 그 자체에도 분명 값이 존재한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 를 처음 받아들면 그 묵직함과 넉넉함에 놀랄 것이다. 2만원이 넘는 올컬러에 도판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해자료가 없는 페이지마저 컬러용지다. 이런 서적은 '도감류' 를 제외하면  정말로 쉽게 만나기 어렵다. 전체 페이지수에 비해 과하다 싶은 가격에 반발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막상 펼쳐보면 어지간한 도감에 맞먹는 구성에 수긍하게 될 것이다. 모험적인 도전을 시도한 출판사의 용기에 박수.


내용면에 있어선 어떠한가? 훨씬 넓고 깊다. 애초에 시공 디스커버리 시리즈가 '핸드북' 내지는 '문고판' 형태를 담고 있어서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이 한정적이다. 과거의 '잠들지 않는 전설' 의 경우 흡혈귀의 정의를 브람스토커에 한정시켰다. '동유럽에 사는 피를 먹는 언데드 몬스터' 에 한해서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끌어다 놓았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의 경우는 그 기원을 찾아 고대 바빌로니아까지 올라가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피 - 날개달린 반인반조. 사람의 피를 먹는다 - 처럼 '흡혈' 그 자체에 촛점을 맞추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John William Waterhouse - Odysseus and the Sirens

싸이렌을 '하피' 의 형상으로 묘사한 워터하우스의 그림


거기에 가장 큰 진보는 15년 이라는 시간에 있다. 그 사이 대중문화에선 흡혈귀라는 원형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컨텐츠' 들을 생산해 놓았다. 저자는 통시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뿐만 아니라 동시대로 수평적 발산까지 하고 있다. 특히 순수예술(Fine Art)에 그치지 않고 영화, 드라마, 방송, 락음악 같은 대중문화의 영역까지 확장된 관심사를 가지고 자료를 모았다는 사실을 높이사야겠다. 최신도서이니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자료들이 많다. 오시이 마모루 원작의 '블러드 (헐리우드에서 무려 전지현!!을 기용해 영화해 했으나 쪽박을 찬 영화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지마는)' 나 21세기용 할리퀸 로맨스인 '트윌라잇' 시리즈까지 망라해 놓은 저자의 부지런함에 다시 한 번 박수.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일진보한 자료집' 이 된다. 일종의 사전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해야 좋다. 사전이나 도감류를 구매하는 까닭은 그 안의 내용을 구구절절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해당 정보가 어디 있는지 'know where' 를 알고 필요할 때 꺼내쓰기 위한 '외장형 정보 저장소' 인 셈이다. 외워야할 것은 정보의 색인이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다. 현대는 정보의 범람으로 외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피곤한 시대다. 정보는 외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바르게 읽은 법은 통독이나 회독이 아니라 한 번의 '훑어보기' 와 능동적인 '발췌독' 이 되겠다. 흡혈귀에 대한 정보는 신화에서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정리 자체가 유기적이지는 못한게 사실이다. 일단은 시간순서를 따르고 있지만 지역과 사례에 따라 챕터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각을잡고 앉아 통독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나도 책을 받아들고 목차부터 훑은 다음 미트로프의 A bat out of hell (90년대초에 잘 먹혔던 대중음악) 앨범 이야기가 나오는 뒤에서 두번째 챕터부터 읽었다. 내킬 때마다 제일 '땡기는' 챕터 하나씩 뽑아서 읽어나갔다. 그게 바로 자료집을 대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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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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