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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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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e the money! 돈 없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 "

"Give me the moncey! 돈만주면 다 되는 세상 "


한창 흐름을 타고 있는 유행가 가사가 이러하니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배금주의와 황금만능주의, 하나 덧붙여 물신숭배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가히 짐작 가능하다. 이러한 시기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내한해 가는 곳마다 청중을 몰고다니고 언론이 이를 실시간 중계하고 있으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샌델이 말하는 정의나 시장의 참 뜻을 이해하고 있다기보니 그저 하버드대 교수라는 직함에 부화뇌동 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대한민국에서 학벌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제목만 놓고 봤을 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틱낙한이나 달라이 라마류의 무소유의 행복론인양 착각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 처럼 정의의 연장선에 있다. 시장이 지배하게 되고 모든 가치가 화폐라는 정량적이고 추상적인 기호로 환산되는 시대에서 올바른 선을 찾아 탐구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은 시장의 부도덕함을 고발하는 사례중심이고 그 방법은 샌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자(孔子)' 식 문답법이다.


공자는 수많은 제자를 거느리면서 족집게 입시 강사마냥 이것은 이러하고 저것은 저러하다며 포인트를 짚어준 적이 없다. 고사(예화)를 제시하고 묻고 답하면서 배우는 이가 스스로 깨우치게했다. 공자의 질문을 잘못 이해하고 수렁에 빠지는 이도 있는가하면 자기가 답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품고 있던 자기모순과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자(馬子)선생께서 제시하는 우리시대의 예화는 다음과 같은 것 들이다. 특히 이들 사례들은 상당부분 외국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당부분 '그건 좀 아니다' 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얻고 있는 것들이나 그러나 해외에서는 실존하는 사례들이고 신자유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상과 멀지 않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인도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로  6250달러가 지불된다. 현재 국내에서 연구 실험과 같은 매우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대리모나 난자를 매매하는 행위는 위법으로 간주된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국내 법규가 미비하여 정자를 매매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대리모는 위법이지만 대리부는 불법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인도의 대리모 제도를 그냥 허투로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돈을 내고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대 입학권을 얻는다. 이 때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적으로 2억원 정도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예일대에 입학했다. 현재 교육부가 20년 가까이 고수해오고 있는 3불 정책에 따라서 대학 본고사 금지, 고교 등급제 급지, 기부금 입학 불허는 국내에서 일종의 '정의' 로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학벌을 '공정하게 노력해서 얻는 학벌사회에서의 수급' 으로 여기는 이들의 관점이지 돈이 되는 사람과 (그리고 자신의 위신, 재산을 그대로 자녀에게 이식해 주고 싶어하는 이들) 돈장사를 원하는 대학은 오랫동안 기부금 입학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었다.


이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마음이다. 샌델은 '친구나 배우자의 기념일 선물로 현금을 주는 것이 좋을 까 선물을 직접 골라서 주는게 좋을까' 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현금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이미 화폐는 단순한 기호를 초월한 상태다. 


결국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벽은 사라지고 있으며 이 현상을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공자의 질문에 스스로를 성찰하던 제자 자로의 발견이다.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읽어야한다. 스스로 자각하지 않는 이상 깨우칠 방법이 없다. 시대의 스승 샌델의 저인망 그물같은 사고의 촘촘함 속에서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 거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 버린 자신을 발견하기 바란다.


아, 끝으로 이 책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는 대기업 CEO들이 추천해서 그들의 부림을 받게될 대학생들이 열성적으로 찾고 있다는 현실이 진정한 희극이다.


-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아주 쉽게 풀어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해제로 이해될 수도 있다. 칸트를 이해했다는 사람은 지성인임을 자부해도 좋다는 말들을 여럿이 한다. 샌델의 저작을 읽고 난 다음에는 칸트에 한 번 다시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일 것이다. 그래도 칸트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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